기사입력시간 21.05.03 06:19최종 업데이트 21.05.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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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고혈압 충분히 관리가능한 질환이지만 생존율 50%?…병용요법 조기 적용이 관건

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 국내 급여기준상 단일요법부터 가능·일본 초기부터 다제 사용해 생존율 90%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폐동맥고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우측심장의 혈압 상승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애매한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실제 국내 유병률은 100만명당 4.5명으로 미국, 일본에 비해 3분의 1에 그치는 등 숨겨진 환자가 많은 상황이며, 더욱 문제는 제한적인 급여 기준으로 인해 진단을 받은 환자여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못해 높은 치명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는 오는 5일 세계 폐고혈압의 날의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낮은 폐동맥고혈압 생존율을 지적하면서, 병용요법의 적극적인 적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사진 = 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며, 1~5군 중 1군에 속하는 폐고혈압을 폐동맥고혈압으로 일컫는다. 폐동맥고혈압은 전체 폐고혈압 환자의 약 2% 정도며, 평균 혈압의 압력이 25mmHg 이상인 상태를 뜻한다.

흔히 아는 고혈압은 전신의 혈관과 연결돼 있는 좌측 심장과 연관돼 있으나, 폐동맥고혈압은 폐로 피를 보내는 우측 심장의 혈압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 자체만 보면 미국의 유병률은 100만명당 15명이지만, 국내는 심평원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100만명당 4.5명 정도에 그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유병율이 낮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숨겨진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폐동맥고혈압은 특정 증상보다는 막연한 피로감, 무기력함, 숨가쁨, 기침 등과 함께 다리나 얼굴이 붓거나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애매한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해 확진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진단이 어렵다보니 보통 증상 발현 후 환자가 병원에 방문할 때까지 2.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폐동맥고혈압의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을 알려 환자를 빨리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가장 좋은 스크리닝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로, 심장초음파를 통해 폐동맥 혈압을 추정하고 심도자 검사(관을 삽입해 폐동맥 압력을 측정)을 통해 확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류마티스 내과 질환 중 전신경화증, 루푸스 등을 비롯해, 간경화증 환자, 선천성심장병으로 시술을 받은 환자군은 폐동맥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1년마다 심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초음파를 진행한 결과, 폐동맥 압력 수치가 높을 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진단과 조기 발견도 어렵지만, 치료 역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치료방법이 아닌 급여기준 설정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생존율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크게 3가지 기전의 약제가 사용된다.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s·ERAs),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계통의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hosphodiesterase-5 inhibitor·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Prostacyclin analogue) 혹은 프로스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Prostacyclin receptor agonists) 등이 있다"면서 "이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게 치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미국, 일본에 비해 3년 생존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생존율이 54.3%, 미국은 68%, 일본은 92%"라며 "일본 환자들의 높은 생존율은 초기부터 2가지 혹은 3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을 강력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폐동맥고혈압 병용요법을 2016년 18%, 2018년 30% 정도 시행했으나, 미국은 50~60%, 일본은 90% 정도가 초기 병용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병용요법 비율은 심사평가원의 보험 인정 기준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 인정 기준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에 따라 아주 중증의 환자가 아니면 초기에는 1가지 약제만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3개월 단위로 여러 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 증상 악화가 판단이 될 때만 다른 약제를 추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임상 지표 중 1개, 검사 지표 중 1개 즉 1+1의 기준이 있어야 약제의 병용요법의 보험 급여를 허용한다. 임상지표는 숨참 정도, 폐동맥고혈압의 악화를 보여주는 실신 경험 등 4가지로 나뉘며, 검사 지표는 심장에서 나오는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는 BNP/NT-proBNP plasma levels 검사와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6분 보행 검사, 심폐기능검사, 심도자 검사에서 우심방의 압력과 심박출량을 계산한 환자의 위험도 등이 있다.

즉 초기 병용요법이 아닌 순차적 병용요법만 가능한 제한적인 국내 급여기준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안에 중등도 환자를 저위험도로 빠르게 만드는 것이 치료 예후를 가장 좋게 하는 방법"이라며 "개인적인 소견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초기부터 얼마나 강력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저위험(Low-risk) 상태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환자의 위험도는 1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보통 5% 미만을 저위험(Low-risk) 환자군, 5-10% 사이를 중등도(Intermediate-risk) 환자군, 10% 이상을 고위험(High-risk) 환자군으로 정의하는데, 아주 저위험군 환자가 아닌 이상 초기부터 2가지 이상의 약제의 병용요법을 권고하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라고 제언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한 후 3개월마다 환자 위험도를 측정해 3제요법으로 가거나 주사제로의 전환 등을 판단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 조합은 ERAs와 PDE-5i며, 최근 프로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에서 셀렉시팍 같은 약제를 ERA 혹은 PDE5i에 병용하거나 혹은 둘을 병용한 환자에서 3제로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의 보험급여 문제다. 호흡 곤란까지 가는 중증의 환자에서만 병용을 허용하는 실정"이라며 "학회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을 취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국제 기준에 맞춰 바뀌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보험급여 개선과 함께 환자들의 꾸준한 관리 노력도 치료율 향상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환자 중에 치료가 잘 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약을 투약하지 않아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는 케이스를 종종 목격한다"면서 "치료제는 내리막길의 경사도를 완만하게 해줄 뿐 내려가는 것을 완전치 멈추게 하지 못한다. 때문에 잠시 중단하고 치료를 재개하면 그동안 나빠진 상태를 돌이킬 수 없는 만큼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약 복용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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