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12 08:19최종 업데이트 22.01.1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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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낮은 정확도 한계...PCR 검사 역량 초과 유행 만들지 않아야"

정부, 무증상자 대상 신속항원검사 검토 ...진단검사의학회 "일단 1만명 검사까지는 가능, 자가진단키트는 계륵"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이혁민 팀장. 사진=세브란스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방역당국이 무증상자 위주로 자가진단키트(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진단검사의학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등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자가진단키트를 어쩔 수 없이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 중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제외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PCR검사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확진자 급증하며 고민 깊어져…한 때 PCR검사 역량 한계치 육박하기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인 이혁민 교수(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11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자가진단키트는 ‘계륵’”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간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자가진단키트 사용에 반대해왔다. 자가진단키트는 PCR검사 대비 정확도가 크게 낮아 되레 감염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데다, 국내 PCR 검사 역량에도 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가진단키트의 민감도는 17.5%에 그쳤다. 이는 그나마 전문가들이 검체 채취를 한 경우로, 환자가 스스로 검체 체취를 하면 이보다 민감도가 더 낮아질 것이란 게 진단검사의학계의 지적이었다.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국내는 PCR 검사 접근성도 높았다.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선별검사소가 곳곳에 설치돼있고, 검사를 받으면 결과를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어 자가진단키트를 굳이 활용해야 할 유인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이후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과거와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검사 수요가 덩달아 폭증하면서, 자가진단키트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그간 정치권의 자가진단키트 활용 주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방역당국은 최근 입장을 바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기일 제1통제관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무증상자 검사 등에 대해 신속항원검사를 보편적·보완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자가진단키트 활용에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던 이 교수 역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낮은 정확도가 걸리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의 영향으로 검사 수요를 PCR 검사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질 경우엔 활용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내 하루 PCR 검사 역량은 70~80만건 정도인데 확진자 수가 최고치에 달했을 땐 검사 역량이 한계치에 육박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검사수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향후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될 수 있고, 미접종자들이 방역패스용으로 3일마다 PCR 검사를 받을 것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PCR 검사 역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은 검사를 용도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면 PCR 검사는 유증상자·고위험군이 대상이 되고 위험도가 낮고 무증상인 경우는 자가진단키트를 쓰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무증상자∙오미크론 변이 대상 정확도 문제↑…“유행 억제하고 접종완료자 PCR 검사 재고”

문제는 유증상자 대비 바이러스 배출량이 낮은 무증상자는 자가진단키트를 통한 검사의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이 역시 자가진단키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코로나19 변이주 가운데 가장 많은 변이를 가지고 있는 데다, 항체가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주요 부위인 스파이크 단백에 2~3배 더 많은 변이를 가져고 있어 검사의 정확도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로 진단검사의학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신속항원검사는 스파이크 단백을 비롯한 코로나 단백에 반응하는 항체를 사용해서 코로나19를 검출하는 방식”이라며 “신속항원검사로는 오미크론 변이주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자가진단키트의 한계를 고려할 때 불가피하게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오지 않도록 유행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내 PCR 검사 역량은 일일 확진자가 1만명이 나오는 정도까지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유행이 악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 경우엔 진단검사 뿐 아니라 의료체계 자체에 큰 부담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안으로 PCR 검사 대상에 변화를 주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들 중 60세 이하이며,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들까지 PCR 검사를 지속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성인들 중 접종을 완료한 사람 비율이 90%를 넘는데, 이들 중 고위험군이 아닌 이들은 설령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언제까지 PCR을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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