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휴온스는 R&D 통합, 종근당은 기능 분리…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 합쳐 성장 투자 기반 마련
사진=노트북LM. 메디게이트뉴스 재가공.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약가제도 개편과 중복상장 규제 강화 등 제약·바이오산업을 둘러싼 제도 변화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조직 운영 방식과 자회사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일동제약은 분사했던 R&D 자회사를 본사에 다시 합쳤고, 휴온스는 그룹 내 바이오 R&D 법인을 흡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종근당은 신약개발과 기술연구 기능을 별도 법인으로 나눠 각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중복상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자회사를 흡수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제약을 흡수하기로 했으며, 알테오젠도 자회사 독립 상장 대신 합병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가 개편 앞두고 R&D 조직 재편…일동·휴온스 '통합'·종근당 '전문화' 선택
정부는 올해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기본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춘다.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기존 의약품 약가를 각각 49%와 47%로 조정한 뒤 일정 기간 특례를 적용할 계획이다.
R&D 투자가 약가 우대와 연계되면서 연구인력과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중요성이 커졌다.
이에 일동제약은 지난 6월 신약 R&D 자회사 유노비아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2023년 11월 연구개발 부문을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를 설립한 지 약 2년 7개월 만이다.
합병 결정 당시 일동제약은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 등 시장 상황과 제도적 여건에 대응하고, R&D 자산을 본사에 내재화해 핵심 과업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노비아가 개발하던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 P-CAB 계열 소화성궤양치료제의 기술수출과 상업화도 본사가 맡는다.
휴온스는 휴온스글로벌의 바이오 R&D 자회사 휴온스랩을 흡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휴온스는 휴온스랩의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연구역량을 내재화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추진하고, 약가 우대 혜택을 확보할 방침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9월 23일로 예정됐다.
회사에 따르면 휴온스랩은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한 데다, 재무적·구조적 한계로 파이프라인 사업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휴온스는 합병을 통해 자금조달 여력을 높이고 자사의 연구·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연구성과의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휴온스는 6월 완제의약품 생산 자회사 휴온스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해 분산돼 있던 의약품 사업을 본사로 통합했다. 휴온스랩 합병까지 완료되면 의약품 생산에 이어 바이오 R&D 역량도 휴온스에 모이게 된다.
다만 R&D 역량 강화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도 모든 기업이 합병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첼라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7월 연구개발 전문회사 뉴라테온을 출범시켰다.
종근당은 임상개발과 사업화는 아첼라에, 제형과 분석 등 기술연구는 뉴라테온에 맡기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R&D 기능을 한 조직에 모으기보다 각 법인이 핵심 과업에 집중하도록 해 연구개발 효율과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중복상장 문턱 높아지자…자금조달·IPO 전략 수정 불가피
제약업계에서는 약가제도 개편뿐 아니라 중복상장 규제 강화 흐름도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이 자금조달 전략과 분리된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통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7월 거래소 규정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제·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수준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회사가 상장을 추진하려면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모회사 이사회도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한 뒤 찬반 결의와 공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동의가 필수다. 다른 방식으로 설립하거나 인수한 자회사도 주주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권고되며, 동의를 받지 않으면 한국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조치의 적정성을 개별 심사한다.
이에 중복상장 우려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최근 100% 자회사인 동아제약을 오는 10월 1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2013년 지주회사 전환 당시 분리한 동아제약을 13년 만에 다시 합치는 것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번 합병으로 동아제약의 사업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내재화해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주요 자회사 중복상장 우려에 따른 지주사 할인 요인을 줄이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자회사 IPO를 추진해온 기업은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자회사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의 독립 상장 추진을 중단하고 외부 주주들과 흡수합병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알테오젠은 4월 IR 자료를 통해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의 독자상장과 본사 합병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한국거래소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회사 일부 자산은 독립적인 사업성을 갖췄지만 중복상장 해당 여부는 거래소의 해석이 필요하다며, 정책 환경과 규제 방향에 따라 최적의 방안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중복상장 제한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독립 상장보다 흡수합병 논의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