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반려동물을 기르는 일명 '반려가구'가 증가하면서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가구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로 2020년 536만 가구 대비 2.8% 증가했다.
반려가구가 많아지자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실제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건강관리와 양육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건강관리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검진 등 관리방법'과 '질병 진단 후 케어 방법'이었으며, '비만 케어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양육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펫푸드'였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치료비 지출 가구 수가 증가하고, 반려동물 전용 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했다.
반려동물 시장은 반려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건강에 대한 인식 상승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 규모가 2022년 8조원에서 매년 평균 14.5%씩 성장하고 있다며, 2027년에는 1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동물약품협회는 글로벌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가 2021년 39조원이었는데, 2031년까지 10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2년 국내 동물용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4313억원이었으며, 이는 2021년 대비 5.1% 성장했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 가능성에 최근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브랜드 론칭부터 건기식, 의약품, 진단키트 등을 개발·출시에 나섰다.
'동물의약품' 신사업으로 점찍고 사업목적에 추가한 회사는?
6일 제약업계 동향에서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한 회사 정보를 종합하면 조아제약은 최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 일부를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구체적으로 애완동물, 동물용의약품, 사료 사업 진출을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동물용의약품, 단미사료 및 배합사료, 기타사료 등의 제조·판매업'과 '사료, 애완 동물 및 관련용품 도소매업'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삼진제약, 삼일제약, 환인제약, 경보제약 등이 반려동물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동물약품, 동물건강기능식품, 동물사료 제조 및 도소매업', '기술 시험, 검사 및 분석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기존의 건기식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동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일제약 역시 사업다각화를 위해 '동물의약품 개발,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진단키트 기업인 피씨엘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2021년 사업목적에 '동물용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를 추가했다. 회사는 반려동물 진단시스템을 구축해 건강상태를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 대웅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동아제약, 종근당바이오, 광동제약, 녹십자홀딩스, JW생활건강, 보령컨슈머헬스케어, 일동제약그룹, 씨티바이오, 박셀바이오, 바이오노트, 바디텍메드, 프로티아, HLB생명과학 등 다양한 기업이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했다.
유한양행은 2021년에는 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선보였으며,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플루토와 반려동물 관절 건강을 위한 동물용 의료기기 '애니콘주'에 대한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 애니콘주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성분으로 구성된 주사제로 골관절염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사용한다.
유한양행은 동물 전문 진단검사 기업 '네오딘바이오벳'과 반려동물 진단 기업 '주노랩'에 각각 65억원, 3억원을 투자하는 등 반려동물 진단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3월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핏펫'에 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동화약품은 핏펫이 보유한 수십만건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동물의약품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동아제약은 최근 프리미엄 펫 브랜드 '벳플'을 론징했다. 이름은 수의사(Vetple)와 기쁨(Pleasure)을 조합해 만들었다.
벳플은 동아제약의 수의사들과 반려동물 전문가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반려동물 맞춤 영양제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헬스케어를 제공한다. 벳플 전 제품에는 반려동물 면역 증진을 위해 개발된 특허출원 원료 '이뮤노필'과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두는 'L-테아닌' 등이 함유돼 있다.
종근당바이오는 2019년 이글벳과 공동으로 반려동물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라비벳'을 선보였으며, 최근 국내 반려동물 유산균 영양제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종근당바이오 라비벳 측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2022년 국내 펫 영양제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 규모는 224억원"이라며 "이 중 유산균 영양제 시장은 68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이중 라비벳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려동물 유산균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최근 GC녹십자랩셀이 보유한 반려동물 진단검사 전문 회사 '그린벳'을 인수하고 동물용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보조제품 등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그린벳은 지난해 씨투씨소재와 동물용 의약품과 보조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그린멧의 반려동물 전문케어 브랜드 파이브빈스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솔트레인과 협업해 반려동물 전용 치약과 칫솔 등 덴타키트를 출시했다.
JW생활건강은 2021년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 브랜드 '라보펫'을 론칭하고 장 영양제와 관절 영양제 등을 선보였다.
JW생활건강 측은 "앞으로 인지력 개선을 위한 제품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JW생활건강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마이코드'의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에 최적화된 영양제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2017년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쥬뗌펫'을 선보였으며, 2020년에는 후시크리에이티브와 공동 개발한 고양이 영양제 후시펫 닥터냥 3종을 출시했다.
마크헬츠는 최근 펫캣바이오와 반려동물의약품 사업에 동반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유전분석을 통해 확인된 질환에 대한 맞춤형 유전자치료제를 공급하고, 유전성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 설루션을 담은 치료제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수명 연장과 노화 개선을 도모한다고 양사는 밝혔다.
반려동물의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HLB생명과학은 표적항암물질 '리보세라닙'을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유선암은 피부암, 림프종과 함께 반려견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제다큐어를 개발한 지엔티파마는 최근 제다큐어의 주 성분인 '크리스데살라진'의 반려견 뇌전증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큐라클은 지난해 안전성평가연구소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CAND융합연구단)과 반려동물 난치성 질환 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큐라클은 협약을 통해 인체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을 반려동물 의약품 분야로 확장 개발할 계획이다. 실제로 큐라클은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 'CU06'의 반려동물 신부전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일반의약품의 '변신'…회사 유명 제품, 반려동물용 의약품으로 계승
일부 제약사는 기존 일반의약품을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대웅펫은 최근 반려동물용 소화효소보조제 '베아제펫'을 출시했다. 이는 소화제로 유명한 대웅제약의 '베아제'를 반려동물 전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2022년에는 대웅제약의 고함량 비타민 '임팩타민'을 반려동물 전용으로 개발한 '임팩타민 펫'을 출시했다.
대웅펫은 우루사, 베아제, 이지엔6 등 대웅제약의 일반의약품을 반려동물용으로 계승해 반려동물 전용으로 선보이는 전략과 반려동물 맞춤형 브랜드 '애니웰'을 운영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2021년 치주질환 간판 제품인 '인사돌'에 사용된 옥수수불검화정량 추출물과 후박추출물을 사용해 반려동물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했다.
한편 제약·바이오기업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 가속화에는 정부의 반려동물 의약품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초 국무조정실 규제 심판부는 인체의약품 제조회사가 기존 제조설비를 이용해 반려동물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권고했다.
올해 초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용 의약품 제조시설에서 동물용 의약품 생산 허용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했다.
과거에는 인체용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제조 설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가 반려동물 의약품 생산과 개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제약업계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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