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04 11:58최종 업데이트 23.05.0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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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의사면허취소법'을 대통령 거부권에서 제외한다면 야당에 정치적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4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 대상에 의사면허취소법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료계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원인과 해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대한의사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법을 찾아본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 대상에 의사면허취소법을 넣지 않기로 결정한 원인은 의협과 비대위가 보건복지의료연대 뒤로 숨어 면허취소법을 투쟁의 쟁점으로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상대적 손해가 무엇인지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분리 전략을 취했고, 이는 각각의 대응방안에 대한 차별화를 초래했다.

의사면허취소법이 만약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서 제외된다면 향후 야당이 정치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고, 이는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의협은 헌법소원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할 것이 분명하고 법률적으로 위헌적인 내용이 있는 법안의 가처분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민의힘은 끝까지 재의요구권을 건의하지 않은 실수를 후회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혼란이 거센 뒤일 것이다. 또 간호법만의 거부권 이후 간호협회의 역풍을 막아줄 의료계의 지지도 사라져 정부 여당은 더욱 고립을 자초할 것이고 그 결과는 지지율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간호법을 주도한 배후세력은 보건의료노조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의 배후세력으로 총선까지 혼란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며, 국민의힘은 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국민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큰 상황에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더 큰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며 "(거부권 행사 시)간호사들과 시민사회의 더 큰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이 주요 쟁점 법안들을 무리해서라도 본회의로 보내려는 이유를 보면 민주당으로서는 당내 핵심법안들을 대거 처리, 다수 야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다수의석 확보를 위해서라도 '힘 있는 야당'을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회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면서까지 조정할 필요가 있는 법안들을 직회부하는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대통령 지지율까지 하락하게 할 수 있어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면허취소법 하나 거부권을 취소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이미지가 국민에게 남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 연 이은 거부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거부권 남발의 의미는 퇴색되기에 충분하다.

의협의 향후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의사면허취소법은 법률 통과 즉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통해 위법성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첫째,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배제하는 것은 개인의 생존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의사가 갱생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면허나 업무의 성질에 비춰 보아 과잉규제의 입법 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개정안의 개정 이유에 변호사와의 형평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변호사의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로서 법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그 업무상 법률을 직접적으로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변호사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그 직무 수행에 있어서 광범위한 윤리성과 공정성의 확보가 긴요한 직업인 만큼,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일정한 형벌 이상의 전과사실을 결격사유로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의료인은 입법 목적과의 관련성을 고려해 해당 면허 및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범죄로 한정해야 한다. 가령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단순 폭행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자까지 의료인 면허를 박탈하고 업무에서 오랜 기간 배제한다면 그 방법이 직무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해당 사업이나 자격을 적정하게 수행하게 한다는 입법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인지 의문이 있다. 이는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규제로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2019년도 헌법 재판소 변호사 관련 소원 전부 기각의 판결문에 따르면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법률의 취지로 변호사 등 타 직종 간의 형평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헌재는 지난 2019년 변호사와 의사의 결격사유 차이는 자의적인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사와 변호사의 직무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직무영역에 맞게 윤리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변호사법은 법률사무의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의 품위유지, 공익활동, 독직행위금지 등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직무의 이런 성격과 범위 등을 감안해 입법자가 의료법, 약사법, 관세사법과 달리 변호사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성과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헌재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의사들을 이겼다고 자축 파티를 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길다. 이처럼 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경우 정부는 의사면허취소법을 막지 못한 무능력한 대응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거부권 건의를 배제한 이유가 연속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 다시 한번 국민의힘이 재고해 주길 요청드린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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