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20 12:50최종 업데이트 22.01.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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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제 전환에도 전공의 지원율 60%대 그쳐 허탈한 외과…전문의 취득후 일자리 만들어줘야”

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 “수술역량 체계화 등 노력해도 학회 역할엔 한계...정부 제도적 지원 절실"

대한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
필수의료 위기, 3년제 도입으로 돌파구 찾을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필수과 기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과, 외과 등 일부 학회들은 일찌감치 전공의 '3년제 전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일각에선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규정한 전공의법에 3년제까지 겹치면서 전공의 수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하지만, 전공의 모집을 위해선 불가피한 변화라는 분석도 많다. 메디게이트뉴스 필수과 학회들이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막기 위해 3년제를 도입했거나 검토하는 등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도 어떻게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①3년제 전환으로 전공의 잡은 내과...수련교육 내실화 '박차'
②전공의 지원율 감소 외과…“전문직 취득 이후 안정적 일자리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외과학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년제 전환 후에도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던 지원율은 2022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오히려 60%대까지 떨어졌다. 국내 학회 최초 책임지도전문의제 도입과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등 어느 학회들보다도 적극적으로 수련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외과학회로선 허탈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의 통과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전공의들이 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를 만나 전공의 수련교육을 위한 학회의 노력과 전공의 지원률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지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3년제 전환과 주 80시간 근무가 수련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주 80시간 적용에 3년제 전환까지 이뤄지면서 사실상 수련기간이 2년으로 준 것과 마찬가지다. 종합대에서 전문대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 80시간을 지켜야 하다보니 과거와 달리 장시간 이어지는 수술이 있다면 전공의는 중간에 나가야 하는 경우들도 있다. 외과의사로서 갖춰야 할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 가령 외과의사는 새벽에 응급환자가 올 경우 힘들더라도 나가서 환자를 살려야 하는데 그런 경험들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Q. 최근 학회 학술대회에서 학회 차원의 PA 운영지침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PA가 전공의 수련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3년전만 해도 공개적으로 그런 얘길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고, 외과 전공의 숫자도 지금보다는 나았다. 이후에 3~4년차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절대적 인력이 줄면서 병동 안전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PA는 전공의와 경쟁관계가 아니고 말 그대로 진료보조 인력이다. 수련 기회 측면에서 외과는 역량중심 교육으로 돼 있어서 교수들이 술기 등을 적극 트레이닝 시켜야 할 것이다.

전공의들이 PA 때문에 수련기회 박탈을 우려한다고 한다면 현재 주80시간 제도하에서 전공의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의무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80시간 등과 같은 권리는 시대정신이고 사회적 흐름이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전공의의 의무에 대해선 별다른 규정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전문의 시험을 보기 위한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Q. 외과 연차별 교과과정 체계화는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학회 내에서는 교육을 어떤식으로 해야하는지는 점차 체계화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병원에 보내고 있는데, 실제 병원 차원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체계화 사업은 기본적으로 역량중심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역량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현재 담낭절제술, 충수절제술, 탈장수술을 혼자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역량중심 교육의 기본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부분이다. 그 다음에 3+2라고 해서 3년은 전공의 과정을 통해 나머지 2년은 분과 전문의로서 역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Q.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도 계획처럼 잘 확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입원전담전문의의 지위, 급여, 고용안전성 같은 것들이 아직 체계화돼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선뜻 그 길을 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에는 시스템이 조금 다르다. 유럽은 트레이닝 과정에서 전공의와 면담을 통해 입원전담전문의 진로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미국은 수련 과정에서 중간에 갭 이어처럼 쉬는 기간에 입원전담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외주회사들이 의사를 고용해 입원전담전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반면, 국내의 경우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알음알음 모집하는 것이고 체계가 갖춰져 있지않다. 체계화가 되려면 우선 고용안정성과 급여가 보장돼야 한다. 또한, 외과 입장에선 절실히 필요하지만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외과가 수가도 낮은 상황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이처럼 복합적 요인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Q. 외과가 국내 최초로 도입했던 책임지도전문의의 실제 현장에서 효과는 어떻게 보나.

현재 실질적으로 얼마나 잘 구현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전문의 시험을 보기 위한 준비가 잘 돼 있는지를 보며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책임지도전문의협의체를 만들어서 내부적으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과 소통도 하고 있다.

책임지도전문의 제도는 과거 전공의들이 어깨 너머로 배우며 수련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문제는 책임지도전문의가 전공의와 면담, 진로상담, 수련관련 조언 등을 하려면 자기 시간을 별도로 빼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가적 노동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앞으로 책임지도전문의의 역할은 더 확대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확대를 위해선 책임지도전문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교수들은 일주일에 수술이 2개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수술 외에 남은 시간을 전공의들 교육이나 면담에 쓰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교수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병원 입장에서도 교수가 전공의를 면담한다고 시간을 쓰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결국 또 수가 문제와 연결되는 셈이다.

Q. 학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지원률은 떨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사실 학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적이다. 수련교육 내실화와 전공의 지원율도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전공의 확보를 위해서는 외과 전문의를 딴 후 일자리가 보장돼야 하는데 결국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영상의학과를 예를 들면 예전에는 엑스레이를 찍기만 하면 수가가 나왔지만 지금은 판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확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는 외과 의사가 몇 명이 있어야 한다든지, 응급실 운영을 위해 외과 의사를 몇 명 이상 확보해야한다든지 하는 식의 제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외과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지원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병원 입장에서는 외과 의사들의 급여를 줄만한 지원금이나 수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다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Q.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도 전공의 지원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수술실 CCTV가 문제라면 성형외과나 정형외과도 줄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외과의사로 배운 것들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전공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80시간이지만 나머지 시간에도 전문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에서도 전공의들은 일과시간 후에 그날 배운 것들을 리뷰한다든지 해야할 일들이 많다. 부담이 되겠지만 하루에 한 두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위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높이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해서 역량을 한껏 올려놓아야 이후에도 외과의사로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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