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29 19:48최종 업데이트 26.10.29 19:48

제보

"첫 인수 제안에 '가격' 먼저 제시하지 마라"…글로벌 바이오 M&A 협상 전략

BMS, 마이오카디아 인수가격 네 차례 인상…임상 성과·상업화 가능성 확보가 핵심

굿윈 프록터 LLP(Goodwin Procter LLP) 스튜어트 케이블(Stuart M. Cable) 글로벌 M&A 총괄 겸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미국 상장 바이오기업 M&A에서는 최초 제안에 구체적인 가격으로 역제안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약 80~90%는 거래에 관심이 있지만 제시된 가격은 충분하지 않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인수자가 스스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굿윈 프록터 LLP(Goodwin Procter LLP) 스튜어트 M. 케이블(Stuart M. Cable) 글로벌 M&A 총괄 겸 부회장은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기조세션에서 바이오기업의 M&A 협상 전략과 관련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 산업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인수합병(M&A)은 바이오기업의 주요 투자금 회수 전략 중 하나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적·상업적 가치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기술협력과 사업개발(BD)을 통해 잠재 인수기업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케이블 부회장은 '빅파마가 문을 두드릴 때: 바이오 M&A의 결정적 순간들'을 주제로 발표하며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의 실제 바이오기업 인수 사례를 소개하고, 인수가격을 높이기 위한 협상 전략과 시장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기술협력에서 시작되는 M&A…협상 전략에 따라 거래 성패 갈려

케이블 부회장에 따르면 바이오기업의 M&A는 일반적인 기업 매각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도기업이 먼저 인수자를 찾아 나서기보다 글로벌 제약사가 기업의 기술과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고 인수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케이블 부회장은 "바이오기업은 파는 것이 아니라 인수되는 것"이라며 "직접 진행한 거래 중 투자은행을 고용해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없었다. 빅파마에 회사를 사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절박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협력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거나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여러 빅파마와 지속적으로 협력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알리고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인수 제안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사례로 로슈의 스파크 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 인수를 소개했다. 로슈는 스파크 테라퓨틱스와 수개월 동안 협력 방안을 논의하다가 기업 전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이후 로슈는 2019년 약 43억 달러 규모의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케이블 부회장은 빅파마의 인수 관심을 확보한 이후에는 협상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초 인수 제안에 곧바로 희망 가격을 제시하기보다 '제안 가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해 인수자가 스스로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상장 바이오기업 M&A에서는 최초 제안에 구체적인 가격으로 역제안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약 80~90%는 거래에 관심이 있지만 제시된 가격은 충분하지 않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며 "인수자가 스스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마이오카디아(Myokardia) 인수가 있다. BMS는 2020년 마이오카디아를 약 131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마이오카디아는 FDA 승인을 앞둔 신약 후보물질과 자체 상업화 조직을 확보하고 있어 기업을 매각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케이블 부회장은 "마이오카디아는 인수 제안에 네 차례 연속 가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지만, 한 번도 구체적인 역제안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BMS가 스스로 제안 가격을 네 차례 높였다"며 "최종적으로 짧은 독점협상 기간을 부여하는 대가로 주당 1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점협상권을 너무 이른 시점에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잠재 인수기업을 충분히 검토하기 전에 독점협상권을 부여하면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블 부회장은 "빅파마는 독점협상권을 반복적으로 요구하지만, 가능한 모든 기회를 검토할 때까지 이를 거절해야 한다"며 "진정으로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독점협상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협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인수기업이 협상 기한을 활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 사례도 소개했다. 케이블 부회장은 "BMS는 2023년 레이즈바이오(RayzeBio) 인수 과정에서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하던 중 크리스마스 연휴를 활용한 전략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했다.

그는 "당초 최종 입찰 기한은 1월 5일이었지만, BMS는 12월 24일 기존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크리스마스 자정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제안을 철회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다른 인수 후보들이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BMS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계약은 크리스마스 당일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병건 이사장, 굿윈 프록터 LLP 스튜어트 케이블 글로벌 M&A 총괄 겸 부회장

빅파마, 플랫폼보다 임상 성과 확보한 자산 선호…한국 기업도 글로벌 접점 확대해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빅파마가 선호하는 바이오기업의 조건과 적절한 M&A 시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케이블 부회장은 빅파마가 플랫폼 기술과 개별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시장 상황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지만 현재는 구체적인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답했다.

그는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가 어려워지고 자금조달이 힘들었던 시기에는 월가와 벤처캐피털이 플랫폼보다 구체적인 자산을 선호했다"며 "모더나처럼 플랫폼을 기반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사례도 있지만 현재는 예외적인 경우다. 지금 시장에서는 자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수 대상의 개발 단계 역시 중요 요소로 꼽았다.

케이블 부회장은 전임상 단계 자산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업 인수는 드물다며, 빅파마가 인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유효성과 안전성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파마는 임상 3상이나 임상 2상 후기 이전 단계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가능한 한 빨리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임상 1상 자산도 기업가치에 기여할 수 있지만,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를 보완해야 하는 만큼 임상 초기 단계의 연구개발 프로그램보다는 상업화에 가까운 제품에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기술이전과 전략적 협력, M&A 중 적절한 거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블 부회장은 "기업에 개발 자금을 유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술이전이나 협력계약이 적합하다. 기존 주주들에게 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하려면 기업 전체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며 "기술협력에 향후 기업 인수옵션을 결합하는 거래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M&A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해외 빅파마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케이블 부회장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기업의 국적보다 기술의 경쟁력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파마는 기업이 어디에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경쟁력"이라며 "한국에만 머물지 말고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샌디에이고, 런던 등 제약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주요 콘퍼런스에서 기업의 기술과 개발 성과를 직접 알리고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매각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좋은 기업과 제품,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 2상 후기까지 진전시킬 수 있다면 빅파마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좋은 과학과 신약개발, 사업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바이오 M&A 시장에 대한 질의에는 "비상장기업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케이블 부회장은 "2026년 굿윈 프록터가 진행한 10억 달러 이상 M&A 약 30건 가운데 25건이 비상장기업 거래였다"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정체되면서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비상장 상태에서 개발을 진전시키고, 그만큼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상장기업의 M&A 시장은 올해 4분기와 2027년에도 매우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장기업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매도기업은 가격이 회복되기를 기다리지만, 빅파마는 주가가 낮을 때 인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양측의 가격 기대치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 BIX # 바이오 # 제약사 # M&A # 기술이전 # 협력 # 굿윈 프록터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