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25 06:44최종 업데이트 23.10.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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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할리우드 차병원이 매출 6000억원, LA 최대 종합병원된 사연은?

[필수의료 특별기획] 4억달러 규모 신규병상 등 투자 확대…재입원률 줄이고 연속적 의료서비스 제공 노력

LA할리우드 차병원(CHA Hollywood presbyterian medical center) 모습.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세계 응급실·중환자실을 가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병원들의 필수의료 중심인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어떤 모습이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과 미국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두루 탐방한 다음 국내 필수의료 정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속적인 기획 시리즈를 이어갑니다.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①응급·중환자 살리는 도쿄대병원의 ‘마지막 요새’
②도쿄대병원 간호사 1인당 환자 1명에 1인실 100% 
③팬데믹∙의사근로시간 규제로 변하는 일본 집중치료체계 

④일본은 응급실 '뺑뺑이' 어떻게 대응하나
⑤.미국 응급의료는 적정수가 보상·과밀화 방지 최우선 
⑥미국 필수의료 대책 의대정원 확대 아닌 근무 유인책 제공
⑦LA할리우드 차병원이 매출 6000억원, LA 최대 종합병원된 사연은?
⑧대한민국 응급의료, 의사에게 책임 묻는 관행 '문제'
⑨필수의료 간호사들도 위험 상황 '부담감‧압박감'에 사직 러시
⑩권역외상센터 예방가능 사망률 성과에 보상 아닌 질타, 당직 과부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LA할리우드 차병원(CHA Hollywood presbyterian medical center)은 한국의료 역수출 1호 병원으로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인프라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LA할리우드 차병원은 차병원그룹이 2004년 미국 현지 병원을 6900만 달러에 인수해 당시 적자였던 병원을 과감한 투자로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의료기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국내 의료기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법률상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의료법상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제가 많다. 

미국 의료시스템 내에서 한국 의료법인 차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LA할리우드 차병원을 방문했다.
 
적자 병원 인수해 지난해 매출 6000억원 돌파

처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생각보다 큰 병원의 규모였다. LA할리우드 중심가에 위치한 것 치고 연면적 10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고 설립된 지 100년이 됐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외관과 시설이 깔끔했다. 본관 바로 옆에 최신 시설을 갖춘 신규 병동의 막바지 공사도 한창이었다.
 
LA할리우드 차병원(CHA Hollywood presbyterian medical center) 정보. 사진=메디게이트뉴스 재가공


LA할리우드 병원은 총 500병상, 직원 1500여 명으로 의사 등 의료인이 5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었던 2021년도에도 매출이 5126억원을 기록, LA지역 최대 민간종합병원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연간 입원 환자 수는 약 2만명, 응급환자 3만5000명, 출산 입원 5000명 수준이다. 

산부인과부터 소아과, 뇌졸중센터 등 다양한 진료서비스가 제공되지만 특히 LA할리우드 차병원의 자랑은 ‘응급의료’다. 병원은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에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 2018년 '익스프레스 응급센터(Express emergency center)' 시스템을 도입했다. 내원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한 뒤 단계별로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병원은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내 응급센터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4~6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개편 전 LA할리우드 차병원 역시 환자가 도착한 후 진료까지 평균 4시간 정도가 소요됐고 이에 대한 불만족이 환자 만족도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병원은 익스프레스 응급센터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의사 등 의료진 20여 명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환자와 더불어 행정적인 관점에서도 가장 병원에 적합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익스프레스 응급센터 시스템의 핵심은 환자를 3단계로 나눠 즉각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선 환자가 응급센터에 도착하면 즉시 상황에 대한 초진이 먼저 실시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경증·중증·위중 등 환자 분류를 거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분류에 따라 신속한 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LA할리우드 차병원은 응급진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접수 전 확인 사항을 구두 방식에서 서류 작성 방식으로 변경했다. 또한 다인종 환자군을 배려하기 위해 여러 언어를 제공하고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의료서비스 사진 설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응급센터 시스템 개선 결과, 응급실 이용 후 퇴원까지의 대기 시간이 4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단축됐다. 추가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대기시간이 2시간 가량으로 줄었다.
 
재입원률 줄이고 연속적 의료서비스 제공 위해 노력
 
LA할리우드 차병원 신규병동 조감도. 사진=차병원

병원은 최근 4억 달러를 들여 신축 병동도 새로 짓고 있다. 지상 4층에 지하 1층까지 연면적 1만 6068㎡ 규모로 응급실은 음압 시스템을 갖춰 감염 걱정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기존 응급실 규모에 비해 30% 가량 확장된다. 신축 병동은 응급실과 입원실, 분만실, 신생아중환자실(NICU), 심장도관 검사실, 수술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새 병동은 음압 병실을 5개 추가로 신설하고 혈액 산소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병실도 갖췄다. 또한 환자가 급증해 일반 병실과의 연계가 힘들어질 것을 대비해 33개의 1인실은 언제든 다인실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
 
LA할리우드 차병원은 환자 재입원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병원은 '컨티뉴잉 케어 프로그램(Continuing care program)'을 도입해 환자가 퇴원한 이후 90일 동안 홈케어, 원격진료 등으로 맞춤형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원은 높은 의료비에도 불구, 연속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기존의 미국 메디케어 지불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케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묶음 수가(Bundled payments)를 도입해 치료의 품질과 효율성을 개선했다.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도 LA차병원의 강점 중 하나다. LA할리우드 차병원 김보라 Cheif Project Officer(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환자당 배정되는 의료인력이 더 많다. 의사와 환자 비율이 중환자실은 2:1, 응급실은 4:1로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며 “물론 한국 의료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전문가가 제대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소신진료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과정서 어려움도 상당…‘현지화’와 ‘적극적 투자’로 돌파
 


다만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의료기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국내 의료기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법률상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김보라 CPO는 “국내 의료법상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제가 많아 국내 의료기관과의 시너지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미국 의료계의 까다롭고 복잡한 보험체계와 문화 등 한국과는 다른 환경이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현지화와 지역사회공헌 협력 부분도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한국 의료 수준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이지만, 사소한 문화 차이로 인한 문제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A할리우드 차병원은 이런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현지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 이를 프로세스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관계를 돈독하게 구축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김보라 CPO는 “차병원은 처음 LA에서 병원 인수 당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 중심의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 영입, 의료 장비 적극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호텔급 환경과 서비스를 갖추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컨시어지’(Concierge service)와 더불어 원내 한 층을 한인 특별병동으로 운영하고, 한국 차병원에서 직접 담근 10년 숙성 간장을 미국으로 직접 공수해 와 끓인 미역국을 비롯한 한국음식 제공, 24시간 한국TV 시청 등 한국식 서비스 제공을 특화해 환자를 유치하고 흑자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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