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역의사 70%·대만은 18%만 의료취약지 남아"…한국 지역의사제 실효성 담보 할 수 있나?
한국 지역의사제 성공적 정착 위해선 추가 지역의료 가산·유연 복무·연구기회 보장해야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정책학회, 한국지방자치학회는 28일 오후 2시 '지역의료의 위기와 지역의사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 지역의사제 의사들의 지역 내 잔류 비율은 70%에 그친다. 대만은 18%만 의료취약지에 남았다."
2027학년도부터 증원된 의대 정원 분이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될 예정인 가운데, 별도 인센티브나 유연 근무 등 세부적인 정책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의사 근무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27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 증원하고 기존 정원 초과 분은 모두 지역의사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사들은 10년 동안 지역 의무복무를 수행해야 하며 의무복무 불이행 시 최대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다만 성공적인 지역의사제도 정착을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제도 실효성과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국 선행 사례를 보면 의무 복무 후 지역의사들의 수도권 이동이 늘면서 지역의사의 지역 정착률이 크지 않다.
일례로 2008년 우리보다 먼저 지역의사제를 의대 입시전형으로 도입한 일본은 2023년 기준 지역의사제 지역 내 잔류 비율이 70%에 그친다. 이 중 현 내 중소의료기관엔 9.4%, 의사 부족 지역 잔류 비율은 31.4%에 불과했다.
대만 역시 지역의사제와 비슷한 양명의대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정부가 할당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2009년 종료됐다. 1969년부터 시행된 전문과목 공비의학생 제도(공적자금지원 의학교육 프로그램)는 제도 효용성 문제 등으로 2026년 제도 종료가 논의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위원은 28일 '지역의료의 위기와 지역의사제' 국회토론회에서 "일본 지역의사제의 의무 근무 이탈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 이탈 의사 고용시 고용한 병원의 보조금을 삭감하고 이탈 사유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탈 시 전문의 자격 제제 등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만도 상황이 비슷하다. 공비의학생 의사의 84%가 도시지역으로 이주하고 18%만 의료취약지에 근무했다"며 "시행 중인 공비의학생 제도 역시 지역에 남는 의사 비율이 낮아 근무 조건을 개선 중에 있다. 5개 주요 전문과목 프로그램 역시 학생 적성 문제로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고 다시 일반 의대 입학으로 선회하는 학생도 증가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강력한 규제 중심의 정책 추진 보다 유연한 복무 체계과 더불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김대연 병원장은 "현행 10년 의무복무와 면허취소라는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단계별, 선택적 복무 옵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 복무 기간을 5~7년으로 설정하고 추가 복무 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복무 중 일정 조건 충족 시 복무 지역 내에서 전과, 전직을 허용하는 유연한 이동 경로도 도입할 수 있다"며 "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일정 금액 배상으로 면허를 유지할 수 있는 바이아웃 조항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책학회 주상현 지역부회장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지역별 운영의 유연성이 부여돼야 한다"며 "또한 의료취약지 근무자 지역 가중치와 필수의료 가산수가, 의무복무지역 순환제 등이 필요하고 경력 관리를 위해 상급 수련병원과 연계해 학술, 연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공중보건의사 사례를 봐도 향후 지역의사들이 지역에 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우병준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는 지속가능한 전문가 양성, 유인 정책이라기보다 한시적 인력 수급에 가깝다. 실제 공보의로서 현장 경험을 비춰 봐도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제한된 임상 경험, 복무 이후 지역에 정주한 유인이 부족한 구조는 반복적인 인력 공회전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이사는 "실제 대공협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보의 78.5%가 지역의사제가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핵심은 강제 배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라며 "이를 위해 진료권 제도 등을 통해 지역 내 의료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등 지역 주민과 의료진 간 상호 신뢰를 축적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