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6 07:30최종 업데이트 23.05.2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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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늘린다고 필수의료 의사 늘지 않아...필수의료 수가 정상화부터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필수·취약지 의료 공백 단순히 양적 숫자로만 해결 불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소영 인턴기자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보건복지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어 ‘의대 정원 확대’ 이슈에 불이 붙고 있다. 과연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계의 현안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351명 줄어들었고 2006년부터 동결돼 17년간 3058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인력의 부족 ▲소아과 진료 대란 ▲수도권과 비 수도권의 의료 격차 해소 등 의료계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려는 입장이다. 
 
의대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OECD 통계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고, 향후 고령화에 따라 국내 의사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며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활동 의사 증가율을 고려한다면, 의대 증원 시 의사 공급이 과잉돼 오히려 의료비 증가 등의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의사가 부족하다'라고 의료공백을 느끼는 부분은 필수의료나 취약지역 분야이다. 당장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의사를 배출하는 데까지 최소 11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고, 의료 공백의 핵심을 파고드는 정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의료공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필수 의료는 붕괴할지도 모른다. 즉, 10년 뒤 의사는 많은데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채워지지 않을 뿐이다.  

결국 오랜 기간 의사 수급 문제에 대한 논쟁이 지속됨에도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의료계가 맞이한 여러 문제가 의사 인력의 절대적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단순 양적 문제에서 탈피해서 숙련된 의사들이 필수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의료 자원과 인프라가 균형적으로 분포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필수 의료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의료 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의사들이 사명감만으로는 일할 수 없는 시대이다.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가 원가 이하로 매우 낮아 젊은 의사들이 전공하려 하지 않고, 전문의의 업무 부담은 점점 올라가 떠나가는 의사들이 많아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의료 수가 정상화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자원과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문병원의 반 이상은 수도권에 몰려 있고, 대학병원은 수도권 내 분원 설립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의료자원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 심화시켜 의료 생태계를 황폐화할 우려가 있다. 병상 총량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역 일차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동시에 의사 인력을 재배치해 취약 지역에서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의사인력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 재정, 정책, 관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 의사 인력 수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독자적 기구가 구축돼야 한다. 

올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하향 조정됨에 따라 의대 정원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단순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공백을 해결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장기적으로 숲을 보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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