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6.24 07:34최종 업데이트 25.06.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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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시간에 비서 업무·동문회 주소록 작성...퇴직한 전공의에 수련병원 인증 서류 요구"

전공의 교육 방향 모색 포럼 "전공의 수련, 교육 아닌 노동 전가...형식적 수련 평가로는 교육 질 담보 어려워”

대한의사협회 김유영 기획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사직 전공의인 대한의사협회 김유영 기획이사가 전공의들이 본연의 의학 교육이 아닌 비의학적 행정 업무에 동원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23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의학교육, 전공의 교육의 방향 모색’ 포럼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제로 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이날 토의에는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 대한의사협회 한동우 학술이사, 김유영 기획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 이사는 “전공의가 수련 시간 중 비서실 업무를 수행하거나 동문회 주소록을 작성하는 등 비의학적 업무를 떠맡고 있으며, 심지어 퇴직한 전공의에게도 수련병원 인증 서류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병원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환자군과 수술 케이스의 차이가 크고, 교육의 질 또한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난도 술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수련을 마치는 경우도 있고, 교수에게 직접 배워야 할 내용을 선배 전공의에게 말로만 듣거나 스스로 익혀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기능 상실… 평가시스템 혁신 필요"

김유영 이사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으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의 형식적 운영을 지목했다.

김 이사는 “수평위의 평가 기준은 형식에 치우쳐 있으며, 수련의 질이나 전공의 자율성, 피드백 시스템 같은 질적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수련 평가가 병원의 자율보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인증용 데이터를 전공의들이 직접 작성하는 병원도 있다”며, “설문조사에서도 신원 노출에 대한 우려로 전공의들이 솔직하게 답변하기 어렵고, 부당한 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평위 평가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사후 조치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실질적인 수련 질 평가와 결과의 투명한 공개, 전공의 피드백 기반의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져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안전한 진료 환경이 조성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수평위 자체가 전세계 다른 곳에서는 없는 독특한 제도다. 정부 주도의 평가 구조나 전공의가 고용주에게 평가표를 내야 하는 구조 모두 문제가 있다”라며 “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이 미흡하며, 전공의가 1~4년차를 모두 동일 병원에서 수련하는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의대 박정율 교수는 “수평위 위원 15명 중 전공의 대표는 2명뿐이고, 인턴 대표는 아예 없다”며 “전공의·인턴 대표를 각각 3명으로 확대해 전공의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수평위 위원으로서 느끼기에 수련평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평위는 복지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전문의, 임상교육 전념할 수 있는 제도·구조 마련해야

의협 한동우 학술이사는 “전공의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훌륭한 의사를 만드는 핵심이지만, 현재 지도전문의는 임상·연구·교육까지 모두 맡아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며 “임상과 연구는 평가와 보상이 체계화돼 있지만,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공의 교육 시간이 제도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은 높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는 “전공의들은 근로자이자 피교육자인데, 실제로는 아침 회의 전까지 책을 읽는 시간이 전부이고, 이후에는 단순한 노동만 한다”며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뤄져야 할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전공의 교육은 담당 교수의 애정에 따라 이뤄져 왔을 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임상현장에서 실질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용범 이사는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책임·임상·교육으로 나눠 명확히 규정하고, 각 전문학회별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현재 한국에서는 교수 임용과 승진을 위해 논문 수와 영향력지수 같은 연구 실적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어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지도전문의가 교육 역량을 갖추고 전공의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와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전공의 수련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가 강화된다면 지도전문의들도 더 큰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교육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민 기자 (cjim112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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