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16 07:24최종 업데이트 21.11.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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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게 먹으면 고혈압 '악영향'...의료현장서 교육∙실천은 '미흡'

'고혈압 조절위한 저나트륨 식이 이행제고 연구' 공청회 개최...정부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 과제 일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가 초령화사회로 접어들며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저나트륨식이의 중요성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순환기계 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인 고혈압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12일 숙명여대 수련교수회관에서는 정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 추진과제의 일환으로 진행중인 ‘고혈압 조절을 위한 저나트륨 식이 이행제고 연구’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연구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행연구’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행연구는 기초과학 연구에서 얻어진 지식∙성과가 임상현장과 공중보건으로 실현되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진입장벽 해소를 목표로 하는 연구다.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김용재 교수가 연구 총책임자,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가 한국형 저나트륨 식단과 관련 모바일 앱 개발 등을 맡았다.

이번 연구 용역을 발주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김원호 과장은 “심뇌혈관질환의 선행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의 유병률이 늘고 조절률이 악화되고 있어 큰 문제”라며 “해당 질환들과 관련한 기존 지침이 있음에도 현장에서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게 그 이유중 하나일텐데 이를 이행연구가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개발된다면 이를 고도화하는 과제나 2기 사업 등에 대한 지원도 해나갈 예정”이라며 “이 과제가 국민들의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나트륨 섭취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한국형 저나트륨 식단∙모바일 앱으로 나트륨 줄이기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예방∙치료의 근거가 입증된 저나트륨 식이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나트륨 섭취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지만 그간 국가적으로 표준화된 저나트륨 건강식단이 개발∙제공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병원 등 개별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임상현장에서는 관련 교육이나 실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저나트륨 식이의 대국민 확산을 위해 효율적인 이행전략을 개발하고 실효성있는 중재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는 김현숙 교수팀이 개발한 한국형 저나트륨 식단과 연구 대상자들이 자신의 나트륨 섭취량∙혈압 등을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중재안으로 활용하고, 중재 전후의 소변중 나트륨 함량 및 혈압 변화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명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4곳의 기관에서 연구 대상자 등록을 진행하고 있으며, 엡을 통해 대상자의 식사, 혈압기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중이다.

김용재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왜 저나트륨 식이의 적절한 실천이 이뤄지지 못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려 한다”며 “16주간 앱을 통해 식이 교육을 하고 이것이 실제 나트륨 섭취 감소와 고혈압 조절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 볼 예정이다. 이는 이행연구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중증질환을 보는 대학병원들만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1차의료기관들의 사업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혈압 조절을 위한 저나트륨 식이 이행제고 연구 공청회 모습.

전문가들 "지원 지속위해선 근거 생산 중요" "고혈압 영향 다른 요인들도 포괄해야"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보다 나은 연구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원광대산본병원 신경과 석승한 교수는 “과거에는 인식조차 없었던 건강행태 관련 연구가 시작되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한 것을 체감한다. 이 같은 노력이 국민건강증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런 연구는 지원을 해주는 쪽도, 지원을 받는 쪽도 위험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양 측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장기적 연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상에서 연구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구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세분화하고 측정 결과를 꾸준히 생산하는 식으로 연구의 가치를 입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헌성 교수는 해당 연구가 고혈압 조절에 작용하는 여러 요인 중 저나트륨 식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혈압 관리에는 저나트륨 식이도 중요하지만 운동, 체중조절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며 “좀 더 포괄적으로 가야 이행연구로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한 “단순히 환자들이 자신이 먹은 음식이 몇 칼로리고 나트륨 섭취량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면 지속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며 “입력한 데이터들을 분석해 맞춤형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모바일 앱의 가치 제공 측면에서 고민을 당부했다.

앱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기존에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건강증진사업들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개인 의원 등에서 활용이 목표라고 했는데 대사증후군 관리사업이나 건보공단에서 하는 고위험군 사후관리사업에 잘 연계해 이 앱을 사용하게 한다면 홍보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트륨을 관리하는 앱이 잘 개발돼 다른 영양소를 관리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보상 문제 등 향후 해당 사업이 일선 개원가에서 적용될 경우 고려해야할 점들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이 추가적인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런 사업의 경우,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1차진료 의사들은 접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고혈압 환자들 중에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식이에 주안점을 둬 홍보하다보면 환자들이 오해할 소지도 있다”며 “결국 고혈압은 약물치료가 중요한데 일선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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