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17 09:39최종 업데이트 25.12.17 09:39

제보

"의협 주장 기각 예상"…관리급여 정책에 헌법소원 예고한 의협, 정작 법조계는 '글쎄'

2017년 헌재 판례서 정부의 '정책적 급여 결정' 광범위한 재량권 인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가 추진 중인 관리급여 전환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을 예고했지만 정작 법조계는 헌법소원이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앞서 의협은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리급여 지정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와, 의사가 최선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치료할 기본권을 훼손했다"며 "헌법적 권리는 단순히 정책적 명분으로 정부가 제한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의 이번 관리급여 신설 조치가 법률유보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관리급여의 무분별한 확대를 시도할 경우 의협은 헌법소원 제기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에 옮기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의료 전담 재판부 부장판사 출신인 A변호사는 16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앞선 헌법재판소 판례를 살펴보면 의료급여 정책에 있어 재판부는 정부의 재량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재량의 범위를 명백하게 일탈했다는 증거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의협의 헌법소원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2017년 내과 전문의들은 혈액투석의 의료급여 수가 기준이 일률적 정액수가로 규정돼 적절한 진료를 수행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2017헌마103)을 제기했다. 

현행 의료급여 수가 기준이 의료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물가상승, 최저임금상승에 따른 비용의 증가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진료원가의 80%에 불과한 낮은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에 따라 진료내용과 투여되는 약제의 종류가 달라 그 비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적절한 진료비용을 지급받지 못해 진료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어떤 수가 기준을 규정할 것인가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 외에도 예산을 고려해 무분별한 의료비용의 발생을 통제하고, 불필요한 행정관리 비용을 줄이는 등의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문적이고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영역에 해당한다"며 "의료급여법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어느 하나의 수가기준을 법정해 두지 않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수가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며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했다. 

또한 헌재는 "심판대상 의료급여 수가 조항은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적정하게 공급하고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증가로 인한 의료급여 기금의 낭비를 막아 궁극적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 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의사인 청구인들이 최신 의료기술 및 신약을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보다 다양한 진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에 비해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 전문 B변호사도 의협의 헌법소원에 대해 기각을 전망했다. 그는 "법률 싸움은 결국 서로 비교 형량을 해야 한다. 관리급여 전환에 있어선 정부가 주장하는 '과잉진료 우려'의 내용과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라며 "다만 의료급여법 등 상위 법령의 위임에 따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의료급여의 계산 방법을 정하는 것이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의협 주장이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헌법소원 '기각'이 예상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선 의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헌법소원은 특성상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비용도 수천만 원 이상 든다. 사전에 막았어야 하는 정부의 관리급여 전환 정책을 막지 못하자 의협 집행부는 승산도 없는 생색내기용 법률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법소원과 별개로 관리급여 전환 정책이 법률상 허점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의협은 관리급여 전환 자체가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 시행령이라는 점에서 법률우위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재연 법제이사는 "정부가 신설하려는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 제4호는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 의료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선별급여 사유로 추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신설 조항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율해야 할 상위법인 국민건강보험법에 명확한 위임 근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현행 법률에는 '관리급여'의 개념이나, 과잉 이용 우려만을 이유로 특정 항목을 급여화하고도 사실상 비급여와 다름없는 95%의 징벌적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도록 위임한 규정이 없다"며 "이는 행정부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범위를 뛰어넘어 국민의 의료 이용을 자의적으로 통제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법률우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