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16 08:07최종 업데이트 24.02.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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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OECD 평균 의사수 단순 비교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부적합"

예방의학회 심포지엄 "나라별 의료시스템 달라 원인 파악부터 달리 해야...인구 줄고 전문의 늘어"

(왼쪽부터) 가천대 정재훈 교수, 서울대 김진현 교수, 연세대 박은철 교수, 단국대 박형욱 교수, 고려대 신영석 교수,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의대정원을 5년간 2000명씩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는 10년 뒤부터 영향을 미칠 의대증원으로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의료계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사 수의 단순 비교가 아닌 의료전달체계, 이용체계, 지불제도 등을 복합적으로 비교하고, 미래 구조를 예측하면서 적정 의사 인력을 추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의사 수 '단순 비교' 의사인력 추계는 '부적합'

대한예방의학회는 15일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동계심포지엄에서 '의사인력 추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통계는 모집단과 표본 집단의 성질이 같아야 의미가 있다. 비교 대상 역시 마찬가지다. 두 대상이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야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올 수 있다"라며 "한국은 독특한 의료제도를 가진다.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 저수가 등으로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졌다"며 OECD 국가와 한국의 의료체계는 다른데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는 "지금까지 인구당 의사 수를 국제 비교하는 방법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나라마다 의료 시스템이 다른 만큼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예방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미래의 추정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현재의 통계에 대한 명확한 보건 정책적 합의다"라며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을 거론하면서 의사 증원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이 문제가 우리나라가 가진 보편적 문제인지, 특수 영역의 정책 실패로 인한 현상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책에 있어 우선순위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소아과 등 필수의료를 포기한 의사를 돌아오게 할 정책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을 보면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없고 오로지 10년 후 영향을 줄 의대 증원만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는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기시간이 문제되는 나라가 아니다. 예컨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가지고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증원이 시급하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 의견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과거 1만5000명에서 2만7000명 정도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적이 있지만, 5년간 2000명씩 늘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조금 더 부드럽게 정책을 추진해야 했다. 예를 들어 1만명을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10년간 확대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과감한 정책 개입이 더 중요하다"며 "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면 인력을 포함한 자원 정책, 의료전달체계, 이용 체계, 지불제도 등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수 '부족'하다지만 소아청소년은 줄고 전문의는 늘었다

정부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특 20년 사이에 소아 인구는 줄고 소청과 전문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2000년 15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은 약 950만명에 달했고 2023년에는 약 550만명으로 추계됐다. 20여년 사이에 400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증가했다. 주수호 대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000년도 3400명에서 현재 6200명으로 증가했다. 소아 인구는 400만명 줄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약 2900명 늘어났다"며 "대한민국 의사는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정말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얼마 전 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진료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헬기를 타고 서울로 온 사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2022년 소비자를 위한 손해사정사의 모임(소사모) 대표를 만나서 진료 전달 체계 확립과 관련한 캠페인을 진행하자고 했다. 하지만 당시 소사모 측은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권리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여론은 거짓 선동과 가짜 뉴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은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할 때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고 했다"며 "현재 대한민국 의사가 부족하다는 여론은 잘못된 선동과 가짜뉴스에 의한 결과다. 일부 정치 집단과 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표를 위해 의사를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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