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09 07:21최종 업데이트 23.03.0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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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안되는 의료 말고 다른 거 없나"…눈 돌리는 의료AI 기업들

핀테크·교육 등으로 사업 다각화…의료 분야선 진단 넘어 신약개발·만성질환 관리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사업을 다각화해 나가는 모습이다. 

AI를 활용한 질병 진단을 앞세웠던 기업들은 최근 들어 의료 관련 분야 뿐 아니라 그 밖에 영역으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수가 문제 등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의료AI 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JLK 사업목적에 ‘핀테크’ 추가…딥노이드는 산업·교육 분야 강화

8일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제이엘케이(JLK)는 이달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핀테크 플랫폼업’과 ‘핀테크 서비스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제이엘케이는 지난 2019년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국내 의료AI 기업 중 첫 번째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업체다. 2018년 뇌 질환 분석 AI 솔루션JBS-01K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수의 AI 기반 질환 진단 솔루션을 개발했다.

하지만 수익 측면에선 상장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자사의 빅데이터 관리 플랫폼인 헬로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타진해왔다. 최근에는 JBS-01K에 대한 비급여 적용이 이뤄진 상황에서 핀테크 사업까지 더해 본격 반등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8월 상장한 딥노이드도 기존에 비해 비의료 사업 분야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딥노이드는 그간 AI로 의료영상을 분석해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솔루션들을 내놨지만 지난해까지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는 지난해 상장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 분야를 넘어 산업∙교육 분야로 사업을 적극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딥노이드는 구체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생산시설 불량 검사, 공항 검색 보안 솔루션, 교육 관련 사업 등으로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딥노이드가 지난해 한국공항공사, 씨엔아이와 개발한 AI 엑스레이 영상 자동판독시스템은 현재 국내 다수의 공항과 정부기관 등에 쓰이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코드없이 AI를 개발하는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를 활용해 의대 교육 시장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루닛 ‘신약개발’ 뛰어들고 뷰노는 ‘생체신호’ 주력

외부가 아닌 의료 분야 내에서 다른 시장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있다. 

루닛은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진단에 더해 신약 개발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루닛은 활발한 해외진출 등을 통해 국내 의료AI 기업 중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여타 의료AI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적자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반전시킬 카드로 꺼내든 것이 신약 개발이다.

최근 루닛이 미국 가던트헬스와 공동 개발한 ‘가던트360 티슈넥스트’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던트360 티슈넥스트는 암 환자의 암세포 조직을 분석해 PD-L1의 발현 정도를 판독한다. PD-L1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발현 정도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루닛은 루닛스코프가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등과도 계약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뷰노는 기존의 진단 분야 외에 생체신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사업 초기 의료영상 분석∙진단에 힘을 쏟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인적 개편과 함께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제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비급여 시장에 진입하면서 뷰노의 매출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에는 심전도 측정기, 혈압계, 체온계 등과 건강관리 모바일 앱으로 구성된 만성질환 관리 브랜드 ‘하티브’를 출시하며 B2C 시장으로도 뛰어들었다. 뷰노는 하티브가 B2C 시장 확장을 통한 신성장 동력이 될 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생체신호를 측정∙기록하고 이를 병원과 공유하는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가·규제 문제로 막히자 활로찾는 것...무분별한 확장엔 곱지 않은 시선도

이처럼 의료AI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은 결국 수가와 규제 탓에 기존 분야에서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의료 분야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수가나 규제 장벽을 절실히 느끼며 만성질환 관리, 신약개발 등 다른 방향으로 진화를 하는 추세”라며 “기존 사업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간 들인 막대한 자원과 노력에 비하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산업으로 시작해 의료 분야로 뛰어들었던 기업들의 경우도 의료 분야에서 돌파구가 쉽게 나오지 않다보니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료 AI 기업들이 의료와 무관한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아직 의료AI 시장이 태동기인 상황에서 의료 분야가 아닌 다른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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