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5 07:27최종 업데이트 23.02.15 07:27

제보

어게인 2000, '新'의쟁투 2023…이제 우리가 또 나설 때가 됐습니다

[칼럼]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제35대 2007년~2008년)·외과 전문의

사진=2000년 의약분업 당시 집회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2000년 의권 투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던 때 이후로 우리는 정말로 오랫동안 얻어 터지며 살았습니다. 하다하다 이제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우리의 수장을 자기 사무실로 불러 호통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들이 14만 의사들을 존중한다면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으로 찾아와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14만 의사의 수장을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호통치는 것은 의사들을 보건의료정책의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권의 '시다바리'로 취급하는 저급한 갑질 작태이며 야당의 독재적인 입법행태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치력이란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우리가 옳기 때문에,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게 설득하면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2000년 의쟁투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당신들 말이 다 옳고 맞지만, 들어줄 수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힘이 뒷받침돼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고 우리의 뜻을 관철할 수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이 통과된 이후로 많은 의사들이 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저수가로 인기 없던 외과계열은 그야말로 기피과가 됐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판결이 났던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구속한 것이 소아과를 기피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필수의료 의사부족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실 폐쇄로 알려지게 된 전국 소아과 부족 사태로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자, 그때야 정부가 필수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최근 상대적으로 높은 특정과의 수가를 깍아서 그 재원으로 필수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해결책의 번지수가 틀린 데다 밑돌 빼서 윗돌 괴겠다는 전형적인 기만술입니다. 

지난 20년동안 모든 의협 집행부들이 목숨 걸고 막아왔던 간호법이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의료법에서 간호법이 떨어져 나가면 우리의 통제선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우리는 의약분업때 이미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그들은 의사가 왜 의료법이 아닌 약사법에 관여를 하느냐고 했습니다. 정부 관료 입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이제 간호법도 같은 논리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의료인 면허박탈법도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의료인은 병원 운영이 어려워 임금을 체불하거나 교통사고로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는 겁니다.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해도 우리는 생계를 유지할 방도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굴종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참는다는 건 인내가 아니라 그들의 하수인이 그들의 종이되겠다는 묵시적 동의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가 자유인이고 지식인이라면 불법부당한 정치권의 행태에 당당히 맞서 분연히 일어나 소리치고 행동해야만 합니다.

이제 우리가 또다시 나서야 할 때가 됐습니다. 후배들을 위해서, 이 땅에 올바른 의료체계를 구축해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분연히 일어서야 합니다. 2000년처럼 전권을 가진 강력한 의쟁투가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나서 줄 것이란 헛된 믿음은 버려야 합니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싸워주지 않습니다. 그동안 많이 참았습니다. 이제 분연히 깨어나, 일어나, 의쟁투 2023을 시작해야 합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