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의료업종 카드 소비액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중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의료소비의 67%를 차지하며 외국인환자 의료 이용을 주도했다. 특히 대만·일본·중국·태국의 미용 소비가 두드러졌으며,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등은 치료 목적의 고액 의료 소비 비중이 높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6일 '2024 신용카드 데이터로 본 외국인 환자 소비패턴 분석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외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로 의료기관에서 1회 이상 결제한 외국인 환자는 약 9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국내에서 사용한 전체 카드 소비액은 3조6647억원이며, 이 중 의료업종 소비액은 1조4053억원으로 전체의 38.3%를 차지했다.
해당 통계는 외국에서 발급된 카드의 국내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산출됐으며, 관광비자로 체류 가능한 90일을 초과한 장기 체류자의 카드 사용 내역은 제외됐다. 현금 결제나 유니온페이·알리페이 등 일부 결제 수단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소비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진흥원은 설명했다.
외국인 환자 1인당 카드 사용액은 전체업종 399만원, 의료업종 15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진흥원은 외국인 환자의 의료 이용이 단일 진료행위에 그치지 않고 국내 소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홍승욱 외국인환자유치단장은 "올해도 정부 목표인 외국인 의료환자 140만~150만명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또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 되면 외국인 환자 유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국제의료본부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환자 유치 성과를 단순히 '환자 수'가 아닌 의료를 중심으로 한 '연관산업에서의 외국인환자 소비 특성'을 다각도로 분석한 첫 사례로 정책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환자 의료 소비는 피부·성형 중심의 단기 진료부터 검진·치료 중심의 중장기 체류형 소비까지 다층적인 구조를 보인다"며 "지역별 국가·업종별 소비패턴을 기반으로 한 지역 특화 의료관광 모델 개발과 함께, 지자체 및 관련 산업계에서 정책·사업 기획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환자 의료업종 이용규모.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피부·성형에 쏠린 외국인 환자…의료소비 중 68% 차지
외국인 환자의 의료업종 이용 규모를 의료업종별로 살펴보면 피부과와 성형외과 이용에 집중됐다.
피부과 소비액은 5855억원(41.7%)으로 가장 높았고, 성형외과는 3594억원(25.6%)으로 뒤를 이었다. 두 진료과의 합산 소비액은 9449억원으로, 전체업종의 25.8%, 의료업종의 67.3%를 차지했다.
이는 백화점·면세점·일반음식점·특급호텔 등 주요 관광 소비 업종의 합계 소비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의료 소비가 외국인 환자 지출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종합병원은 1493억원(10.6%), 내과 796억원(5.7%), 일반병원 630억원(4.5%), 치과 563억원(4.0%)으로 집계됐다.
의료업종별 1인당 소비액은 성형외과가 27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일반병원 226만원, 종합병원 180만원, 요양병원 174만원, 한방병원 130만원, 피부과 105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만·일본·중국·태국 '미용·성형' 중심 소비
국가별 의료소비 구조도 뚜렷하게 갈렸다. 의료소비 규모가 큰 국가는 미국,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만·일본·중국·태국은 의료소비의 75% 이상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집중된 '미용·성형 중심 국가'로 분류됐다.
▲대만은 의료지출 1284억 중 약 90% 이상(피부 69%, 성형 21%) ▲일본 의료지출 2796억원 중 약 85%(피부 54%, 성형 31%) ▲중국 의료지출 1073억원 중 약 79%(피부 57.5%, 성형 21.4%) ▲태국 의료지출 401억원 중 약 77%(피부 42.6%, 성형 35.0%)를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이용했다.
특히 대만과 태국의 내과·종합병원 이용 비중은 2~3%대에 불과해, 이들 국가는 건강관리보다 미용 개선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외국인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가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어 의료관광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홍 단장은 "한국의 의료관광 사업 타격이 예상된다"며 우려했다.
한 본부장은 "부가가치세 환급 데이터를 보면 일본과 중국이 가장 많다. 이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레이저나 보톡스가 일본 현지 가격의 4분의 1로 가격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가세 10% 메리트가 사라질 경우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최근 일본 현지 병원에서 한국이 내년부터 부가세 환급 제도가 없어져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프로모션·홍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제도 일몰에 따른 영향은 내년 1~2월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지만, 타격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 '치료' 집중…미국·싱가포르 '복합형' 소비
전체업종 소비 대비 의료업종 소비 비중이 높아 치료형 소비 국가로 분석된 국가는 카자흐스탄(60.0%), 인도네시아(56.3%), 일본(49.0%), 대만(46.5%), 태국(45.1%)이다.
의료업종 1인당 소비 금액이 큰 국가는 카자흐스탄(608만원), 인도네시아(427만원), 몽골(367만원), 아랍에미리트(261만원), 베트남(227만원) 순이다.
한 본부장은 "이들 국가는 '장·단기 입원·검진, 중증치료, 가족 동반 체류' 등 고액 의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경우 전체업종 대비 의료업종 비중이 60%를 차지한다"며 "한국 의료관광 시장의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피부·성형보다는 종합병원·내과 등 치료 목적 의료비 비중이 높은 국가군으로, 한국을 '치료 목적지'로 인식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의료와 관광이 결합된 복합형 소비 국가로 분석됐다.
미국 환자의 소비 상위 업종을 보면 피부과 814억원, 성형외과 720억원, 백화점 779억원, 항공 465억원, 특급호텔 459억원, 싱가포르는 307억원, 면세점 200억원, 성형외과 167억원, 백화점 162억원 등으로, 한국에서 의료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쇼핑·숙박·교통 등 관광 소비 전반에 고르게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본부장은 "이들의 패턴은 '한국에서 의료와 일상 소비를 함께 즐기는 복합형 의료관광'에 가깝다"며 "미국·싱가포르는 의료와 관광이 결합된 국가로 의료업종 비중도 높지만, 면세점·백화점·호텔·음식점 등 관광 소비도 비중 있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의료이용 높은 지역은? 서울 88%·경기6%로 90% 이상 차지
지난해 외국인 환자가 이용한 의료업종 이용금액 1조4053억원 중 서울, 경기, 인천에서 사용된 의료업종 이용금액은 94.6%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이 87.6%로 상당부분 점유했다.
1인당 의료업종 이용금액은 서울 160만원, 제주 107만원, 인천 106만원, 경기 102만원 순으로, 타 지역 의료업종 평균 소비액(55만원 내외) 대비 약 2배 높았다. 특히 인천, 제주의 경우 전체업종의 비중은 낮지만, 의료업종에서 이용금액이 100만원을 상회했다.
지역·진료과별 소비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부산이 피부과·성형외과 지출 전국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은 피부과 5446억원, 성형외과 3466억원, 부산은 백화점 187.6억원, 피부과 144.9억원, 면세점 121.3억원으로 확인됐다.
경기와 인천은 중증·검진·치료 목적 방문 집중 지역으로, 종합병원·내과·일반병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제주와 강원 등은 의료보다 면세점·항공·호텔·식음료 소비가 더 높은 여행·쇼핑 중심의 복합 관광형 소비 지역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