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 가운데 환수하지 못한 금액이 2조6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수결정액의 91%를 사실상 걷지 못하고 있어, 불법개설기관 적발 중심의 대응을 넘어 범죄수익을 신속하게 동결·환수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6월 30일 기준 불법개설 의료기관 1822곳에 대한 누적 환수결정액은 총 2조9195억2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 징수액은 2632억7700만원으로, 징수율은 9.02%에 불과했다. 미징수액은 2조6562억2500만원, 미징수율은 90.98%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환수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사례가 반복됐다. 2015년 환수결정액 3007억원 중 징수율은 5.55%, 2016년은 3799억원 중 6.29%, 2017년은 4,415억원 중 4.45%에 그쳤다.
2023년과 2024년 징수율 역시 각각 10.26%, 10.22%에 머물렀다. 2025년에는 15.75%, 2026년 상반기에는 16.06%로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환수결정액의 80% 이상을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요양병원의 미징수 규모가 가장 컸다. 요양병원 276곳에 대한 환수결정액은 1조2219억9500만원이었지만 실제 징수액은 859억3400만원에 불과했다. 미징수액은 1조1360억6100만원, 미징수율은 92.97%였다.
약국 236곳의 환수결정액은 7056억7200만원으로, 이 가운데 550억4400만원만 징수됐다. 미징수액은 6506억2800만원, 미징수율은 92.20%였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법인 등을 형식적으로 내세워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을 말한다.
이들 기관은 건강보험 재정을 부당하게 편취할 뿐 아니라 수익을 우선하는 운영으로 과잉진료와 환자 안전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사와 행정처분, 환수결정이 장기간 이어지는 사이 실질 운영자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법인을 폐업하면 실제 환수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전진숙 의원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2조9000억원을 환수하겠다고 결정하고도 실제로 걷은 돈이 9%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행 적발·환수체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불법개설기관은 신속하게 적발하고,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수사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가 2204년 말에 대표발의한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 도입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이제 국회가 조속히 심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