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30 21:00최종 업데이트 21.10.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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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 의료기관 비용 부담·심평원 비급여 통제 우려로 '스톱'

정무위 법안소위서 야당 의원들 지적에 심사 보류…의료계 5개 단체 반대로 대안없이 논의 어려울 듯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 총 5개 단체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법안이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되면서 향후 법안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계에 더해 시민단체, 야당까지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향후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절충안이 모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심평원 의료비 통제 가능성 등 문제제기…절충안 마련돼야 추후 논의 가능
 
30일 국회 정무위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이 논의된 지난 정무위 제1법안소위원회에선 쟁점사항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야당 위원들은 쟁점으로 부각된 내용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선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시간을 갖고 논의하며 신중한 접근을 하자는 것이 야당 측의 견해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개정안의 실효성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이날 법안소위는 개정안이 의료민영화 등 의료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부분과 함께 요양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해당 업무의 전문중계기관이 되는 문제 등이 논의의 주요 쟁점이었다.
 
정무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김희곤 위원(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논의돼 왔던 내용인데 의료계와 정부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점이 강조됐다"며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협의를 추후 다시 진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로 소위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당 위원들은 규모가 작은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행정적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며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에 관한 자료를 축적하게 되면 의료비 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절충안이 도출돼야 추후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야당 위원 관계자는 "의료민영화 등 현행 의료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다시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전문위원실에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대안 없인 입장 차 좁히기 어려울 듯
 
지난 6월 20일 법안소위에 이어 9월에도 개정안 병합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서 향후 법안의 통과 가능성엔 적신호가 커졌다.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등 의료계 주축이 되는 5개 단체가 한목소리로 법안 반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도 이번 개정안이 개인의료정보 사유화로 이어지면서 공보험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는 지난 6월 관련 국회토론회에서 "이번 개정안은 보험사에 개인의료정보 넘기기에 불과하다"며 "이 자료들은 다른 자료와 쉽게 연계될 수 있으며 제3자에게 쉽게 넘겨지면서 정보유출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오래 논의돼 왔던 내용인 만큼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의료계 직역 단체와 시민단체까지 반대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당분간 법안 통과를 강행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법이 통과되더라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험금 청구 방식과 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 인프라 구축과 비용 지원, 심평원이 아닌 민간 핀테크 업체 활용방안 마련 등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 논의가 보류되면서 의료계는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의료계는 향후 5개 의약단체 모임을 통해 후속 대책을 마련,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을 만한 대안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이정근 부회장은 "우선 이번 계속심사 결정으로 의협 내부적으로도 안도하고 있다. 또한 향후 국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며 "의협 단독으로 움직이기 보다 5개 단체가 협동해 법안을 무산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법안 논의가 멈추긴 했지만 언제 다시 통과 움직임이 시작될지 알 수 없고 그 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는 것으론 법안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5개단체가 모여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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