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28 08:43최종 업데이트 25.12.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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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 '배상보험 가입' 의무화…대상·금액 한도는 확대 필요"

대전협 박창용 정책이사, 전공의 의료사고 배상보험 관련 개선책 제안…복지부 "수련병원·상종 지정 요건 검토"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창용 정책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전공의들의 의료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수련병원들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장 대상과 금액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창용 정책이사는 27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대전협-보건복지부 간담회에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사법 리스크 해소가 핵심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은 산부인과∙소아외과계 전문의에게 15억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신경외과∙신경과 전공의에게 3억원까지 보장해주는 의료사고 배상보험의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의료진의 배상 부담을 줄여주고 환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박 이사는 이 제도에 대해 전공의가 직면한 사법 리스크를 과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과를 불문하고 소송 위험에 놓여 있고, 배상 금액도 높아지는 추세인데 현재 배상보험은 과를 8개로 한정한데다, 보장 한도도 3억원으로 전문의 대비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배상보험만으론 형사 소송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박 이사는 “의료사고는 특정과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모든 전공의로 보장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또 위험도에 따라 요율을 세분화해 기본 5000만원에서 정부 지정 필수과목의 경우 5억원까지 한도를 차등화하고, 고액 판결에 대비해 10억원 규모의 초과 배상 특약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등 다층적 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배상보험 가입을 병원 재량에 맡기지 말고 수련병원 지정 요건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재정이 열악한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수련환경 평가항목을 신설해 실질적 이행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료 부담이 전공의 개인에게 전가돼선 안 된다”며 “급여 공제를 금지하고 정부 지원의 잔여 비용을 수련병원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상 과목 8개, 최대 보장액 3억으론 한계…형사 특약도 필요
 
형사 특약 도입도 제안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수사와 기소, 재판에 이르는 형사 소송에 대한 부담”이라며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고 전문가의 법률 가이드를 제공해 초기 대응부터 의료사고 안전망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대전협 측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내년에 예산을 증액해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전공의는 (피교육자라는) 특수성이 있으니 전 과목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려해 내년 사업에서는 지원 대상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 과장은 보상액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전공의는 전문의에 비해 손해배상액이 작을 것이라 생각해 보험상품을 설계했던 것”이라며 “다음 설계시에는 다층적 보호체계로 갈 수 있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수련병원 가입 의무화, 형사 소송 부담에 대해서는 “(배상보험 가입을)수련병원 지정 요건으로 하거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으로 하는 등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 “형사 소송에 대해서도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고액을 배상해주는 배상보험이 되레 환자들의 소송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배상보험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를)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단 소송은 걸어야 겠다’ ‘얼마라도 돈이 나오나 보다’라는 인식이 퍼지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복지부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신현두 과장.

복지부 "배상보험으로 소송 줄 것…형사 관련 대책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

이에 대해 신현두 과장은 “소송이 많아질 거란 건 기우”라고 일축했다.
 
신 과장은 “적절히 배상을 받게 되면 소송을 더 하지 않게 된다. 보통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많이 받기 위해 시간을 끌다가도 보험금을 받을 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쓴다”며 “의료사고의 경우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합의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보험금이 충분히 나오면 굳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송을 하려 하지 않을 거다. 보험사에 청구해서 배상금을 받는 게 훨씬 간단하다”며 “민형사 소송 제기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형사 소송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내년 1월 말쯤에 나올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형사소송과 관련해 담길 의료진 보호 방안 3가지에 대해 언급했다.
 
신 과장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해 고소, 고발로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전문가들이 의료행위와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나 과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거다. 과실이 없으면처벌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주고, 과실이 있더라도 중과실이 아니고 충분히 발생 가능한 과실이었다면 기소를 자제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행법은 의료사고로 발생한 경상해에 한해 반의사불벌죄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중상해와 사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의료사고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됐을 때 필수의료고 중과실이 없다면 재판부의 판단으로 형을 감면할 수 있게 하는 규정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공의의 경우 기소 자체를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는 “전공의의 경우 기소를 할 수 없게 아예 면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법 리스크 때문에 아무도 전공의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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