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28 08:14최종 업데이트 20.04.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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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료 폄하로 공공의료 강화 못해"

"모학자, 정말 공공의료 강화 주장하고 싶으면 공공병원 처우 개선으로 의사 구인난 해소부터"

[칼럼] 정선화 산부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서울대 모 교수의 언론기고문이 의사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는 해당 기고문에서 “공공의료보다 민간의료가 우월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면서, "코로나19의 성공적 대응이 민간병원 덕분이라는 것은 거짓”이라 단언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즉각적으로 반박 성명을 냈다. 각종 의료 전문 매체에서도 비판적 보도가 줄을 이었다. 많은 일선 의사들 역시 각종 단톡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당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하고 격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전세계적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공공, 민간을 막론하고 힘을 모아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에 국립대 교수이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 산하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인 분이 자칫 불필요하게 의료계 분열과 갈등을 유도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다소 경솔하지 않았나 사료된다. 

발언의 타이밍 뿐 아니라 해당 교수의 주장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첫째, 공공의료가 민간의료보다 낫다는 식의 주장은 그간의 우리나라 의료계에 대한 국제적 평가와 어긋난다. 

해당 교수의 주장대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병상수 기준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하위권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대부분 민간병원이 맡아왔다.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으로 존경받아온 것은 민간 의사들의 실력과 헌신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 해당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를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민간의료는 이미 공공성이 강하다. 한국은 전국 단일건강보험이 있다. 미국처럼, 병원이 특정 보험 가입자만 골라 받을 수 없다. 가격 역시 공급자가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이 정하며, 지급시에도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한국의 민간의료는 이렇듯 공급과 가격이 통제되고 있어 단순히 ‘민간’이라 하기 어려운,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다.

그런데 해당 교수는 마치 공공과 민간이 두부 자르듯이 나뉘는 것처럼 전제한 후, 공공이 민간보다 잘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놓고 있다. 

원래 불분명한 공공과 민간의 차이를 억지로 명확한 것처럼 전제하니 이상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해당 교수는 공공의료가 민간의료보다 코로나19 대응에 더 큰 기여를 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러면,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수많은 일선 의사들은 공공인가, 민간인가? 예를 들어,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의사들이 선별진료소에서 목숨을 걸고 코로나 대응에 임하고 있다. 병원문을 닫은 채 사람을 살리고자 대구, 경북으로 달려간 의사들도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유명을 달리한 의사도 있다. 이들 일선 의사들 중 상당수의 소속을 굳이 따지자면 민간의사들이다. 공공과 민간을 이분하여 공공에 공을, 민간에 과를 돌린다면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셋째, 해당 교수는 우리 법률상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간 역할 분담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에서 노력한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은 공공의료기관의 주요 설립목적 중 하나이다. 공공의료법 2조 2항은 '발생 규모, 심각성 등 사유로 국가와 지자체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가 공공의료기관이 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7조에서 공공의료기관은 감염병 관련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공의료기관이 감염병 대응 선봉에 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감염병 위기가 닥쳤을 때 공공부문은 당면한 위기 대응에 집중하고, 반대로 민간은 공공부문이 위기 대응에 집중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비감염병 환자들의 치료에 보다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는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잘났다, 못났다를 따질 것이 아니라 우리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위기시 분업이 정상 작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 

넷째, 해당 교수는 “방역은 잘했으나 진료가 잘못됐다”면서 마치 민간 의사들이 큰 실책이라도 저지른 양 뉘앙스를 풍기는데, 이 역시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인정했다시피 방역의 기본 중 하나는 '해외유입 감소'다. 허술한 입국 규제가 장기간 지속됐는데도 우리가 그나마 코로나19 대응에 선전한 것은 일선 의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역은 잘했는데 진료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허술한 방역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잘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교수가 제시한 일부 설명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 그는 공공의료가 강한 이탈리아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것은 공공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노령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선적인 주장이다. 만약 노령자 비율이 대량 사망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라면, 초고령사회인 일본과 그리스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발생후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아직 대량 사망이 보고되지 않나? 

공공의료를 강화해서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일부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누리게 하자는 해당 교수의 선의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가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고 싶었다면, 애꿎은 일선 의사들에게 화살을 날릴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공의료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강화 방안부터 내놨어야 했다. 

이미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들은 임금 저하로 의사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실제 공공의료 현장에서는 능력 있는 외과 전문의 하나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데, 그저 공공의료기관 병상 숫자만 늘리자고 해서 공공의료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까? 

의료정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학자라면, 거시적인 이론도 좋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현장 의료진들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어 내는 데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 산하 위원회의 장이라면 일선 의사들을 폄하하기 전에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의료 부문 의사들의 처우 개선이라도 먼저 신경 써주기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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