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10 07:13최종 업데이트 26.02.10 07:13

제보

남성암 1위 '전립선암' 국가검진 도입 놓고 학계·정부 시각차…"PSA 필요" vs "근거 축적 먼저"

유럽 PSA 검사 이후 전이암 발생 34% 감소·스웨덴 전립선암 사망 29% 감소…미국, 선별검사 비권고 결정 이후 전이암 급증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고령화 영향으로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로 올라선 가운데 전립선암 선별검사의 국가 암검진 도입 여부를 둘러싼 학계와 정부 간 시각차가 확인됐다.

학계는 전립선암 조기 발견에 따른 사망률 감소와 의료비 절감 가능성을 근거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개인 선택 중심 임의검진에서 국가검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국내 근거 축적과 비용 효과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령사회 대응 및 국민 생애주기 건강보장을 위한 전립선암 국가 암검진 도입 국회토론회'에서 전립선암 국가검진 도입 필요성과 실행 전략, 정책 과제가 논의됐다.
 
(왼쪽부터) 중앙보훈병원 비뇨의학과 류재현 과장, 이화의대 비뇨의학과 고영휘 교수, 가천대 예방의학과 문종윤 교수, 전남대 비뇨의학과 정승일 교수,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의회 구춘서 고문

"임의검진으로는 부족, 전립선암 국가검진 필요…전이암 34%·사망 13% 감소"

이날 중앙보훈병원 비뇨의학과 류재현 과장은 전립선암 증가 추세와 조기검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9년 남성암 9위였던 전립선암이 최근 1위로 올라섰다"며 고령사회에서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립선암은 말기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다른 질환 진료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진행 단계에서 발견될수록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이 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해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전립선암의 국가검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과장에 따르면 2~4년 주기로 PSA 검사를 시행한 유럽 ERSPC 연구에서 전이암 발생 약 34%, 전립선암 사망 약 13%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2년 주기로 검사한 스웨덴 예테보리 연구에서는 전립선암 사망 29% 감소, 참여자 사망이 41% 감소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검진 도입 후 진행암과 전이암 발생이 감소했다. 2009년부터는 기존 1년 주기로 진행되던 검진 주기로 2년으로 확대했으나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미국은 과잉진단 우려로 2012년 선별검사를 비권고했다가 이후 전이암 증가가 확인되면서 2018년 55~69세 선별검진 권고로 정책을 수정했다.

이에 류 과장은 "전립선암 고위험군 비율이 국내에서는 50% 이상으로 서구보다 2~3배 높고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비율이 더 높다"며 "PSA 검진 시행 시 국소치료 비율이 증가하고 진행암 치료에 필요한 장기 호르몬 치료 비용 등이 감소해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의대 비뇨의학과 고영휘 교수 역시 국가검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의검진에서는 사망률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국가검진 체계에서만 감소 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며 "두 가지 사실이 국가검진 도입을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밝혔다.

이어 검진 전략과 관련해 "PSA 수치는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하는 일종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며 "수치가 낮으면 검사 간격을 늘리고 높으면 촘촘한 추적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진 연령과 방법에 대해서는 "국제 가이드라인을 고려하면 50~55세부터 검진 시작이 적절하다"며 "국내 전립선암 평균 발생 연령(약 71세)을 감안하면 50대부터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사 간격에 대해서는 2~4년이 일반적이며 기대여명 10년 이상일 경우 검진 지속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검진 필요성이 강조됐다. 가천대 예방의학과 문종윤 교수는 "전립선암 발생이 최근 10년 사이 2~3배 증가하면서 PSA 양성 예측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며 "유병률 증가에 따라 과거보다 선별검사의 효용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 재평가 필요성을 언급하며 "현재 상황을 반영한 비용효과 분석을 다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대 비뇨의학과 정승일 교수는 "전이 전립선암 치료비는 국소암 대비 5~6배 수준"이라며 "최근 MRI 기반 정밀 진단과 적극적 감시 전략 정착으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 문제도 상당 부분 관리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의회 구춘서 고문은 "국가검진을 꾸준히 받았지만 PSA 검사가 포함되지 않아 4기에서 발견됐다"며 조기검진 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전립선암 환자가 장기간 치료 과정에서 겪는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비용 효과 분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장재원 과장, 국립암센터 강은교 선임연구원

정부, 국가검진 도입에 신중…"근거 축적·비용효과성 검증 선행돼야"

정부 측에서는 국가검진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장재원 과장은 국가검진 도입 요건으로 ▲사망률 감소에 대한 과학적 근거 확보 ▲국내 데이터 축적 ▲비용 효과 분석 ▲검진 가이드라인 마련 및 예산 확보 등을 제시했다.

장 과장은 "국가검진은 개인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책임이 수반되는 정책"이라며 "해외 연구 결과뿐 아니라 국내 상황을 반영한 근거가 확보돼야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암 검진 확대 요구도 많고 보건 재정이 한정돼 있는 만큼 투입 대비 효과가 명확한 영역부터 우선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 강은교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전립선암은 국한 단계 발견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반드시 국가검진이 필요한 암인지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며 "PSA 검진 이후 조직검사나 MRI 등 추가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위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 검진 도입 시 사망률 감소라는 실질적 이득보다 유병률 증가 효과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정책 판단 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