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22 06:27최종 업데이트 23.08.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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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묻지마 범죄' 예고에 뒤늦은 정신건강 관심…예견된 코로나19 후유증 '폭발'

코로나 이후 정신건강 악화, 경제‧사회 취약할수록 '위험'…정부 뒤늦게 '전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 마련 계획

사진=게티이미지뱅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묻지마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퍼지며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전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전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수본에 따르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유사한 범죄를 예고하는 인터넷 게시글이 전국에서 400여 건 가까이 발생했다. 

예고가 실제 사건으로 연결돼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일도 생기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나서서 국무회의를 열고 '묻지마 범죄'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3년 동안 증가한 '불안', '우울', '외로움' 등의 부정적 감정이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에서 폭발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경고가 현실화되면서 정부도 치안 역량 강화와 더불어 그간 신체 건강에 비해 소홀히 다뤄진 정신 건강에 관심을 쏟고 있다.

코로나19때 이미 '빨간불' 들어왔던 전국민 정신건강…정부, 이저야 '전국민 정신건강' 관심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잇단 범죄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정신건강 관리·서비스 인프라와 인력 등을 포함한 '전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년 주기 정신건강 검진제' 도입을 주장하며 정부가 전국민의 정신건강을 초등학생때부터 관리하고 의료비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캐나다와 호주 등 해외 국가에서도 정신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정신과 질환에 대한 스크리닝과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가가 전 국민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꾸준히 제기했던 주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동안 정신건강을 앓는 사람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정신과를 찾는 환자 수도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와 함께 2020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년여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전국단위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동안 두려움, 불안, 우울 등 정신건강 지표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다만 2022년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및 점진적 일상회복 추진 이후 지표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병 자살생각률(%) 자료=보건복지부 코로나19 전국단위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하지만 자살 생각만큼은 다른 정신건강지표와 달리 거리두기 해제 전인 2022년 3월 11.54%에서 6월 12.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 생각은 특히 30대 12.7%와 20대 14.8%, 남성 13.5%에서 높게 나타났다. 

실제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돼 정신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이라는 점에서 해당 수치는 의미가 크다.

또 2022년 6월 조사에서 소득변화와 우울 위험군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소득이 감소한 경우의 자살생각률이 16.1%로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9.2%)에 비해 약 7% 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 1인 가구의 자살생각률이 18.2%로 2인 이상으로 이루어진 가구(11.6%)에 비해 1.5배 높았으며, 결혼상태별로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미혼, 사별‧이혼 등)가 16.9%로 기혼(9.8%)에 비해 높았다.

즉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코로나19 기간 누적된 소득 감소, 고립 등 현실적 문제로 인해 코로나 이후 오히려 정신건강 문제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할 전국민 정신건강문제…실질적 치료 이어지도록 제반환경 마련도 중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 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코로나19의 첫 번째 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 사망이고, 두 번째 파장은 환자 증가에 따른 의료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사망이다. 세 번째는 기존의 만성질환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망률 증가다"라며 "코로나19가 끝나고 발생하는 마지막 파장은 정신건강 악화로 인한 사망률 증가다"라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정신질환이 사회 경제적 문제와 결합하면서 그 부작용이 폭발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현재 그 코로나 후유증을 폭발적으로 겪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히 포괄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영국은 외로움 부장관에 이어 2018년에 자살 예방 장관이 생겼다. 일본은 코로나 시기에 총리실 산하에 고립사 대책실을 설치해 운영했다"며 "이제는 정신건강에 투자할 시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신건강 대책 혁신을 약속하고 복지부도 나서고 있는 만큼 환영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의사회 역시 늦게나마 정부가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는데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전국민 정신건강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등의 문제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신건강의학의사회 하주원 홍보이사는 "현재도 정신과 환자의 문제는 질환이 있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문제다"라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질환을 인지해도 제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조기에 진단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 이력이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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