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28 12:43최종 업데이트 25.12.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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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못 받는 치료 지방서 받도록”…신의료기술·신약 조기도입 제안

대전협, 지방의료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제안 내놔…복지부 "지역 의료특구·샌드박스 등 모색해야 할 시점"

27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보건복지부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역 소재 병원에 신의료기술과 신약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인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7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보건복지부 간담회에서는 소멸 위기에 몰린 지역의료를 재건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특히 전공의와 복지부 관계자들은 지역의료 문제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고차방정식이라는 데 인식을 깉이 했다.
 
발제에 나선 대전협 송보근 대전∙충청 지역협의회장(충남대병원 성형외과 전공의)은 정부가 내놓은 지역의사제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라며 “의료특구 지정 등을 통해 서울에서 받지 못하는 치료를 지방에서 받을 수 있을 때 (환자∙의사의) 수도권 쏠림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 회장은 “암과 같은 중증질환은 환자 개인 입장에선 일생에 한 번 겪는 질환이다. 당연히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게 된다”며 “권역을 벗어나서라도 최고의 병원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이들에게 강제로 차선의 선택을 강요할 순 없다”고 했다.
 
이어 “대신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신의료기술, 신약 조기 도입 등이 실질적,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 회장은 구체적으로 현재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국립암센터를 대전으로 옮기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는 “국립암센터가 일산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 옆으로 옮겨 국제적인 연구중심병원으로 육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의사가 부족한 지역들에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선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에 대해 이중 등록을 허용하자고도 제안했다. 그는 “이중 등록을 풀어주면 대전에 있는 의사들이 충남 서산에 위치한 서산의료원에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 일을 하는 형태로 인력을 순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사제, 10년 뒤에 남을 메리트 중요…현재 지역의료 헌신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도
 
대전협 오지인 대구∙경북 지역협의회장(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지역의사제의 취지는 좋다"면서도 “제도의 방향성이 의사 수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지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사제 출신은 졸업 후 10년 의무복무다. 가령 흉부외과 의사라고 하면 전공의, 펠로우까지 마치면 단독으로 환자를 보는 건 5년 남짓일 텐데, 그 뒤에도 해당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할지가 관건”이라며 “지역은 환자 케이스가 부족하고, 동기들은 더 편하게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버는 걸 보면 매몰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그 지역을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그만두는 것보다 해왔던 일을 지속할 때 이득이 커야 한다. 복무형 지역의사제에서 계약형 지역의사제로 전환할 경우에 혜택을 더 준다거나 연금처럼 복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가의 차등을 두는 식의 방안 등 10년 후를 바라보는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또 당장 지역의료의 붕괴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선배 의료진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지역의사제 등을 통해 배출될 의사의 지원에 대해선 관심이 많지만 막상 지금 당장의 문제를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의사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며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해온 의사들에게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복지부 "지역의료 위해 규제 대폭 완화혁신위 등에 대전협 참여 요청"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전공의들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의료혁신위원회와 향후 출범할 지역의사제 협의체에 대전협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지역의료 강화는 단순히 지역에 재정을 지원하는 단편적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지역의료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게 지역의료의 흐름을 만들어주려 한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균형 잡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수가, 의료사고 안전망 문제 못지않게 지역의료 종사자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이걸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방식의 건강보험이나 현행 의료법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과장은 “선의로 시작했던 제도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과거에 외과 관련 수가를 인상하니 오히려 대학병원에서 외과 의사들의 개원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진 적도 있다”며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기계적인 균형이 아니라 형평성을 갖추는 형태로 지역의료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가의 경우 지역에 보상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파견∙순회 진료가 가능하도록 과거 인력이 충분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의료법상의 규제를 지역을 중심으로 완화하겠다”며 “지역의료 특구나 규제 개선을 위한 샌드박스 형태의 새로운 시도들도 모색하지 않으면 지역의료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로 1.1조 투입해 숨통 틔울 것
 
아울러  “지역의사제만으로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도 도입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안착시키고 잘 관리해 나가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대전협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 혁신위에서도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해서 전공의 의견이 의료혁신 과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안웅식 의료인력정책과 서기관은 “지역의사제가 보조적 수단이라는 대전협의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지역의사제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큰 골격은 잡혀있지만 세부사항은 하위법령으로 위임돼 있어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가칭 지역의사제 협의체를 구성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인데 대전협에도 협의체에 참석을 요청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지금 지역의료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에 대한 보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가 인상으로 보상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보고, 1조 1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그 대상이 지역에서 어렵게 버티고 있는 의료기관이나 진료 분야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인프라뿐 아니라 수가로 지원이 어려운 인건비 지원 등이 가능해져 현장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당장의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계약형 지역의사제, 공공임상교수제 등의 제도와 함께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재정 투입으로 해결하겠다고 예고했다.

강 과장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현장에 호응도 좋아서 재정을 투입해서 현재 100명 정도의 인원을 장기적으로 200~3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공공임상교수제도 지금은 시범사업이다 보니 참여자들이 비전을 갖기 어려운데 이를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후에 확대, 개선할 계획”이라며 “또 몇 가지 희소 분야의 경우 전국 단위 당직 체계가 돌아가고 있는데 이런 협력 네트워크도 수가 보상이나 재정 지원을 통해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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