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19 08:34최종 업데이트 22.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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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신설 수천억 계획하면서...의사는 제일 싼 비용으로 유지하려는 이기적인 발상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  
 

2020년 의료 파업의 주된 원인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였을 정도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지만,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의대 신설 주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 여야가 발의한 의대 신설 법안은 8건에 달하며, 새 정부 들어서도 의대 신설이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는 의대 신설에 대해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주요 오피니언리더들과 함께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①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교수 최소 110명 확보, 500병상 부속병원 예산 지원 부당"
②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불 보듯 뻔한 의대 신설 실패 책임은 누가 지나"
③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의사수 부족 아닌 과잉…‘공공’ 내세운 ‘포퓰리즘’ 의대신설법안"
④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 "일본은 의대정원 축소...의대 신설 주장, 백년 앞을 내다본 것인가"
⑤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정원 50명 미만 미니의대 18개교...기존 의대 교육 내실화부터"
⑥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의대 신설 수천억 계획하면서...의사는 제일 싼 비용으로 유지"


[메디게이트뉴스] 소위 빅5라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중에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공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병원에는 뇌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단 두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서 뇌수술 담당의사 단 두 명이 1년 365일 담당했다면 다른 병원들은 실태가 어떨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사 수를 증원하면 빅5에서 뇌수술을 담당할 의사가 저절로 늘어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때는 이때다'하고 공공의대 신설, 의사 증원을 외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하다. 

일단 필수의료에 의사가 부족한 것과 공공의대 신설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라고 칭할 만한 의료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건지소는 농어촌, 도서지역에 있으며 공중보건의들이 군복무대신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까지 별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 중에 여학생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의 공급원인 남자의사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군의관 충원하고 남는 인원을 공중보건의로 배치했는데, 지금 추세라면 군의관 충원조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서 공공의대 신설 이야기가 나왔다. 의사수가 부족해서 공공의대를 만들자고 했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3년간 징발해서 국가가 맘대로 부릴 수 있는 남자 졸업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공공의대 신설해서 해결하자고 했던 것이다. 

공중보건의가 줄어들어 의사가 배치되지 못하는 농어촌 도서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은퇴교수, 은퇴의사들의 활용이 제안됐다. 거기에 호응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연구용역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의사시니어클럽이 만들어졌다.

애초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공공의대 신설은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별로 타당성이 없었다. 아무리 규모를 작게 잡아도 의대 신설에만 수백억이 들고 유지비용도 매년 수백억이 지출돼야 한다. 그리고 농어촌 공공의사는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군복무 대체라는 한국만의 특수성을 무기로 정말로 터무니없는 비용으로 농어촌, 도서지역의 한지의사를 해결해 왔던 것이다.

헐값의 공중보건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에게 한지의사가 아닌 공공의사라는 타이틀을 주고 농어촌 도서지역에 10년간 근무시킨다고 하지만, 이들에게 지금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지불하는 비용만 줄 수는 없다.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었다. 보건소 기능의 주축이 돼야 할 의사가 3년 계약직 신세였다. 3년마다 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퇴직금을 정산 받는 존재였다. 공무원 연금도 가입대상이 아니었고 결핵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민원실 창구직원도 받는 위험수당을 받지 못하는 신세였다. 만약 공공의대를 꿈꾸는 사람들이 공공의사에게 공무원 연금도 가입대상이 아닌 3년 계약직에 퇴직금도 그때그때 정산하는 시스템을 그리고 있다면 '꿈깨'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그런 식의 헐값으로 구축하는 공공의료는 정부권력에 의한 폭력이며 착취나 다를 바 없다. 이해가 안가는 것이 의대신설에 수천억, 유지비용에 매년 수백억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정작 시스템의 주축인 공공의사는 제일 싼 비용으로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다. 의대신설과 유지에 들어가는 그 수백억을 공공의사들에게 직접 지불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길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흔히들 의사들에게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이 나라의 정부, 시민단체들도 지극히 이기적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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