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06 06:50최종 업데이트 20.03.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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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요양원 34명 확진·미국 요양원 6명 사망...요양원, 코로나19 사각지대 '발칵'

전국 요양원 70% 의료진 전무...집단감염 우려되는데 마스크 등 기본 방역물품 지원도 전무

검사 지원도 필요...요양병원 확진 나와 환자·직원 검사했더니 검사비 전체 병원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요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4명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요양원과 같은 노인들이 밀집된 시설의 집단감염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봉화군에 따르면 푸른요양원은 입소자와 종사자 112명 검체를 의뢰한 결과, 34명이 양성으로 나왔고 추가로 82명은 검사의뢰 중에 있다.

요양원 등 시설 위험성 '심각', 외국 사망사례도 이어져…"의심환자 조기 발견 대책 강화" 

사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 시설에 대해 정부도 일찍이 위험성을 인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혀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부터 요양병원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관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집단시설과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를 강화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17~18일 요양병원 1435곳에 대한 전수조사도 이뤄졌다. 최근 14일 내에 중국·홍콩·마카오 등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력이 있는 종사자는 21명, 간병인은 38명이 조사돼 이들에 대한 업무배제 조치가 이뤄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4일 "어르신들은 기침 등 증상이 일상적이다. 감염을 의심하기 어려워 급작스럽게 폐렴이 악화되면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며 "요양원과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곳들을 중심으로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검사하는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봉화군 코로나19 푸른요양원 환자 발생 브리핑 모습. <사진=봉화군>
 
요양원, 요양병원 등 시설의 집단감염 사례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요양원 '라이프케어센터'에서만 6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요양원은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유증상자가 수십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주의 또 다른 노인 요양원에서도 코로나19 유증상자가 50여 명 발생하는 등 추가적인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국내 확진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집단감염에 의해 확진됐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중대본은 4일 "현재 그간 누적된 환자 5328명의 65.6%인 3494명이 집단 감염으로 인해 확진 판정을 받았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히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들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고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취약하다"며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은 노약자 등 감염에 취약한 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특별히 외부 방문 제한이나 종사자 관리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물품 지원도 안돼" 현장 상황 매우 '열악'…확진자 나오면 사실상 의료기관 운영 어려워

그러나 취재결과, 현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등 기본적인 방역물품이 지원되지 않는가 하면, 코로나19와 관련된 제대로 된 지침조차 하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 마음다해요양원 관계자는 "주변 요양원에서 확진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어떤 정부 공문이나 지시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요양원 근무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부에서 조속히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검사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에 위치한 한 요양원 관계자도 "마음 같아선 요양원을 잠시 쉬고 싶은 심정"이라며 "요양원 특성상 노인들 밖에 없는데 한번 감염자가 생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 현재 마스크 등 방역물품에 대한 지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요양원의 대부분은 의료진이 상주해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감염의 우려가 크고 관리 또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원 촉탁의로 근무하고 있는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요양병원도 상황이 열악하지만 요양원은 집단감염에 더 취약하다. 전국 요양원 70% 가량이 의료진이 상주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며 "간호조무사만 두고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인데 시설도 열악한 곳이 많아 감염수칙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의심환자를 먼저 알아내 검사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로 의료자원이 모두 고갈된 상태다. 이제까지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인들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요양병원협회 회장인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의 사례를 봤을 때, 사실상 의료기관 혼자 감염 확산 방지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게 의료인들 사이의 중론이다. 이손요양병원은 지난달 26일 작업치료사 한명이 확진판정을 받자 자비로 전체 환자와 병원 직원들의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항석 대한요양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이손요양병원은 한명의 확진자가 나와서 750명의 환자, 의료진, 직원들을 모두 검사해야 했다. 수천만원의 비용은 모두 병원 측에서 부담해야 했다"며 "사실상 규모가 작은 요양병원, 요양원들은 확진자가 나오면 의료기관을 폐쇄하는 하는 수순에 처해있다. 사실상 운영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위원장은 "마스크 등 방역용품 지원은 필수이고 전수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검사가 필요한 의심환자가 생길 시 검사비용이 지원돼야한다"며 "집단감염이 생기고 뒤늦게 나서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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