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다양한 혁신 제품과 협업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치료제(DTx), AI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의 헬스케어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과 융합된 종합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에 따르면 '지능정보기술과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및 사후관리 등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일련의 활동과 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존 의료는 치료와 사후 관리 초점을 맞춘 대응적·사후적 관리였다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질병 예방부터 조기 진단, 맞춤 치료, 건강 증진까지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적합한 맞춤의학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모바일 헬스, 원격의료, 의료 AI, 디지털 치료제, 웨어러블, 스마트 병원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빠진 국내 제약사는? 대웅제약·동아에스티 등
23일 주요 제약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진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웅제약부터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한독 등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 기기 '모비케어(mobiCARE)'와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에띠아(AiTiA LVSD)',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비피(CART BP)',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thynC)',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온(CART ON)' 등 다양한 혁신 기기를 도입하고 있다.
모비케어는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부정맥 검출용 패치형 심전도기로, 여러 개의 전깃줄이 달린 기존 심방세동 검사 기기인 홀터(Holter) 모니터와 달리, 가슴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 하나만으로 부정맥 진단에 필요한 심전도(ECG), 심박, 심박 변이, 호흡, 체온, 활동량 등 생체 신호를 연속적으로 측정한다.
한번 사용 시 72시간까지 검사가 가능하며, 배터리 교체 시에도 지속적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심전도, 심박, 심박변이도, 활동량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가슴 부착형 패치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고 장시간 사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모비케어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웹 서비스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분석해 의료진의 진단 정확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 심장박동으로 오인될 수 있는 동잡음(motion artifact) 제거 능력도 보유해 신호 정확도를 높인다.
에띠아는 AI 알고리즘으로 표준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 등 기존에 선별이 가능한 질환뿐 아니라, 심부전 위험도까지 예측 가능한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로, 메디컬에이아이가 개발했다. 과거 대다수 환자가 심부전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기존 심장 초음파 검사보다 경제적이고 검사 방법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카트비피는 스카이랩스가 개발했으며, 2023년 식약처로부터 혈압 측정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이는 수면 장애, 행동 제약 등 기존의 커프형 연속혈압측정기의 단점을 보완해 반지형으로 개발됐다. 이는 첨단 바이오센서인 광혈류측정센서(PPG)가 혈류량을 측정하면, 해당 데이터를 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전달해 인공지능 시스템(AI)이 사용자의 혈압 패턴을 분석한다. 24시간 연속 혈압 측정과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대별 혈압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용량 조절이 가능하고, 수면, 운동, 음주, 혈압약 복용 등 생활 습관에 따른 혈압 변화를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씽크는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의료 인공지능을 활용한 환자중앙감시장치로, 병동간호인력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일반병실, 격리병실, 응급실, 투석실, 중환자실 등 다양한 입원 환경에 맞춤화된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환자의 웨어러블 의료기기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분석 리포트를 의료진에게 제공해 판독을 돕는다. 이는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했으며, 최근 '원격심박기술에 의한 감시(EX871)' 보험수가를 획득했다.
카트 온 역시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반지형 혈압 측정 의료기기로, 9월 출시 예정이다. 이는 카트비피와 달리 씽크와 연동이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트비피는 외래환자를 타겟한 제품이라면, 카트 온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씽크 시스템은 맥박, 호흡, 체온, 산소포화도 등 4가지 생체 신호만 측정 가능했으나, 카트 온이 연동되면서 5대 바이탈 사인을 24시간 실시간으로 통합 감시할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 AI 실명질환 진단 보조 솔루션 '위스키' 등을 확보했다.
동아에스티는 2022년 메쥬와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과 관련해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메쥬는 심전도 원격 플랫폼 '하이카디(HiCardi)', '하이카디플러스(Hicardi+)'와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라이브스튜디오(Live Studio)'를 동아에스티에 독점 공급하고, 동아에스티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에 판매 및 마케팅을 진행한다.
하이카디는 모바일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웨어러블 패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다중 환자의 심전도, 심박수, 체표면 온도, 호흡 등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하이카디는 가벼운 웨어러블 패치형으로 기존 심전도 검사기가 가지고 있던 환자와 의료진의 불편을 해소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2등급을 받으며 우수성과 편리함을 입증했다.
하이카디플러스는 하이카디에 비해 동작시간이 늘어나 72시간 연속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패치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생체신호를 분석하는 '온 디바이스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방진·방수 성능이 강화되는 등 환자·의료진 편의성을 높이고, 기능을 고도화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5월 의료AI 전문 기업 메디웨일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메디웨일은 '닥터눈 CVD'와 '닥터눈 펀더스' 등을 공급하고, 동아에스티는 국내 병·의원에 유동하고 영업·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
닥터눈 CVD는 망막 촬영만으로 미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다. 이는 심장내과에서 가장 정확한 예측 검사로 평가받는 심장 CT(컴퓨터 단층활영) 기반의 곤상동맥 석회화지수와 유사한 예측 성능을 보인다.
닥터눈 펀더스는 안과 질환 판독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로, 망막 이미지를 분석해 망막 이상, 녹내장, 매체 혼탁과 같은 안질환을 자동 검출한다.
유한양행은 휴이노와 '메모패치(MEMO PatchTM)'에 대한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심전도 모니터링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메모패치는 심전도 모니터링 AI 솔루션으로 최대 14일까지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솔루션이다.
2023년에는 유한양행과 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코리아, 휴이노가 메모패치플러스(MEMO PATCH PLUS)의 공동판촉계약을 체결했다. 3사는 계약에 따라 국내 공동 판촉 활동을 시작한다.
한독은 2021년부터 헬스케어 기업 웰트에 지분투자를 하고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공동개발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 결과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통합심사평가 1호 혁신의료기기 중 하나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웰트아이(WELT-I)'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웰트아이는 환자의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수면 패턴에 따라 ▲수면제한요법 ▲수면위생교육 ▲자극조절치료 ▲인지재구성 ▲이완요법 등을 8주 동안 정밀하게 전달해 불면증 증상을 개선한다. 지난해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음 처방됐으며, 한국에서는 '슬립큐'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앞서 유로파마와 미국 내 조인트 벤처(JV)를 설립을 발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회사는 'AI 기반 뇌전증 관리 솔루션'의 상용화 개발을 통해 원격 뇌전증 치료 시장에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이 솔루션은 ▲뇌전증 발작 여부 실시간 모니터링 ▲의료진에게 데이터 기반의 최적 치료 계획 수립 지원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 강화 등을 목표로 한다. 환자의 건강 관리, 치료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지원하고 의료진에게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진단과 처치가 가능한 이 플랫폼의 분야는 신경계와 만성 질환 관리까지 확장할 전망이다.
2033년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1조6000억달러 전망…국내는 걸음마 단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노바원어드바이저(Nova One Advisor)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408억5000만달러로 평가됐다.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21.11% 성장해 시장 규모는 1조6351억1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520억달러에서 연평균 18.8% 성장해 2027년 509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제약시장의 평균 성장률 3%와 비교하면 6배가 넘는 큰 성장이다.
이러한 시장 성장은 스마트폰·모바일 플랫폼의 확산,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환자 중심 의료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이끌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건강관리'가 핵심 트렌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은 원격의료 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및 멀티오믹스 기술 역시 의료 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 279호'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혁신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신중함과 긴 시간이 요구, 현재 디지털 치료, 원격의료, 개인 건강기록 등 여러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 향후 잠재력과 가능성은 명확하다"고 했다.
국내 디지털 헬스 산업 규모는 발표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0년 향후 5년간 국내 디지털 헬스 시장은 15.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일회계법인 PwC 경영연구원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화: 원격의료의 현주소'를 통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로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약품 시장의 규모가 글로벌 대비 2% 수준인 것에 비하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걸음마 단계"라며 "의료 데이터 확보 및 접근성 향상을 위한 투자 주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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