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26 06:17최종 업데이트 16.05.16 10:36

제보

쌍벌제 이전 금품받은 개원의 면허정지할 근거 있나요?

의료계 "의료법 개정으로 비로소 행정처분 가능"

복지부 "법원 판례 있어 처분하는데 문제 없다"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은 정당한가?

 

최근 의료계를 들끓게 하는 명제다.

쌍벌제 시행 이전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는 의사들이 대거 병원문을 닫게 생겼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0여개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사 1500여명에 대한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상반기 중 시행키로 했다.

 

주목할 점은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 이전 수수 혐의자라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구 의료법을 적용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것인데, 의료계는 이것이 명백한 위법이며 쌍벌제 시행 이전에는 개원의의 리베이트를 처분할 근거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리베이트 수수로 행정처분을 내리려면 반드시 사법부의 법판단에 의한 형사처벌이 전제돼야 하는데 개원의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국의사총연합 김성원 고문은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는 '검사 및 법원으로부터 기소유예,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처분을 줄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는 행정처분은 사법적 판단을 전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봉직의는 배임수재죄로, 공무원 의사는 뇌물수뢰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행정처분이 가능했지만, 개원의는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주장이다.
 

김성원 고문은 "2001~2011년 리베이트 수수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166명 중 개원의는 단 2명인데, 이 2명은 개원의 신분으로 처분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명은 봉직의 시절 벌금형을 받은데 따른 처분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공보의 신분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가 개원한 후 행정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에 개원의 신분으로 행정처분 받은 의사는 한 명도 없다는 것.
 

그는 "쌍벌제 시행으로 개원의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행정처분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2월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쌍벌제 신설 의료법 개정안을 검토한 보고서를 보면, 구 의료법상 면허정지 처분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희철 의원과 박은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검토보고서에서는 "행정처분 관련 조항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자격 정지 대상이 될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법인 나눔 이동길 변호사는 "이번 면허정지는 이러한 쌍벌제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이번 처분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판례 있어 처분에 문제 없다"

문제는 쌍벌제 이전에도 행정처분 근거가 있었다는 복지부 주장을 뒷받침할 판례가 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서울행정법원은 태길약품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 4명이 제기한 면허정지취소소송에서 이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쌍벌제는 입법 이전에도 의사면허 자격정지 대상이었던 것을 더욱 분명히 하는 ‘확인적 차원’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쌍벌제 신설 이전에는 리베이트 제공이 합법이었고 규정 신설로 비로소 규제할 수 있게 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의료인이 직무와 관련해 의약품 처방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면 그 의사가 개원이든 봉직의든 행정제재의 대상이라고 분명히 했다.
 

설령 복지부가 개원의에 대해 리베이트 관련 면허정지 처분을 한적 없다 하더라도 이는 복지부의 단순한 부작위에 해당할 뿐, 개원의에 대한 비적용 방침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쌍벌제 이전에도 리베이트가 인지됐다면 행정처분을 했을 것"이라며 "쌍벌제 이후에야 인지돼 처분한 것일 뿐이다. 이번 처분의 법리적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면허정지 위기에 놓인 의사들이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경우 기존 판례를 뒤엎는 판결을 받아낼지가 관건이다.
 

대한의사협회 장성환 법제이사는 "당시 태길약품이나 CJ제일제당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후 의협이나 해당 의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항소하지 않은 게 족쇄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이번 처분은 법률불소급 원칙에 위반되는 처분이다. 법리적 시시비비를 제대로 따져보고 넘어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리베이트 # 쌍벌제 # 소급입법 # 개원의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