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2.22 11:30최종 업데이트 19.09.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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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무죄 판결, '바른의료연구소'의 눈부신 활약상

젊은의사들 중심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논문 등 심층분석…무죄 판결에 대거 인용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1일 이대목동병원 사건 형사 1심 선고에서 의료진 전원 무죄 판결에 누구보다 기뻐할 곳은 다름 아닌 의사들의 연구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해 4월~6월 이대목동병원 사건 경찰 수사결과 발표와 검찰 기소 과정에서 3차례의 성명서와 7차례의 보도자료 등 총 10건의 자료 배포를 통해 사건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자료가 배포될 때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로부터 바른의료연구소에 대해 궁금하다는 질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실제로 연구소가 제시한 내용들이 판결에 몇 가지 인용(아래 주요 내용 참조)되면서 연구소의 맹활약이 입증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분주 행위 자체는 처벌 근거가 되지 않고 오염된 검체로 증거를 수집해 잘못된 역학조사를 했다는 내용이 판결에 채택됐다.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는 역학적 인과성 입증에 실패했고 질본의 시트로박터균 감염경로 추정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도 판결에 인용됐다. 지질영양제 투여 전 패혈증 징후가 나타난 것도 의료진들의 무죄 입증에 중요한 단서가 됐다. 

연구소는 젊은의사 4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는 7명이 변호사와 함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 부검 보고서는 물론 논문을 찾아가면서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역학 연구를 배운 의사도 포함돼있었다. 

연구소 김성원 소장은 “아이들을 잃은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망원인을 밝히는 것 자체가 유족과 의료진 모두를 위해 필요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분석 자료를 종합할 당시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들은 의료진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지우는 데만 총력을 기울이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라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슈가 되는 의료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부, 수사기관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연구소는 “불명확한 심사 기준, 인색한 필수의료 지원, 부족한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중환자실 의료진 등의 문제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통해서 비로소 수면 위로 부각됐다”라며 “만약 정부가 이 사건을 교훈 삼지 않는다면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인력의 대대적인 유출을 초래하고, 대한민국 신생아 중환자 진료체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했다. 이후 4월 6일 경찰은 의료진들의 감염관리 및 지도·감독 의무 소홀로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가 분주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돼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의료진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7명의 의료진들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5월 25일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8번에 걸쳐 증인신문과 공판이 이뤄졌다.  
 
바른의료연구소, 이대목동병원 사건 관련 10차례 배포 분석 자료 

<성명서>
① [2018.04.02]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형사처벌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② [2018.04.05]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이다.
③[2018.04.05]  이대목동병원의 지질영양제 분주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 

<보도자료>
④ [2018.04.09] 이대목동병원의 지질영양제 분주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
⑤ [2018.05.02]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 대한 반론
⑥ [2018.05.07] 지질영양제와 환아사망 위험 간 역학적 인과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⑦ [2018.05.18] 사망환아 4명 중 3명에서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했다.
⑧ [2018.05.25] 보건복지부, 지질영양제 분주가 불법이 아니라고 밝히다
⑨ [2018.05.29]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패혈증은 장내 균 집락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⑩ [2018.06.07] 지질영양제 분할청구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심평원은 무엇이 두려운 건가? 

분주 행위 자체는 처벌의 근거가 되지 않아 

연구소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해왔던 분주행위를 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서도 분주 행위를 막았어야 한다며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됐지만 분주 행위와 사망 원인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경찰은 1994년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을 분주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해석하고, 지질영양제 분주 과정에서 균에 오염되어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경찰이 처벌의 핵심 근거로 삼은 분주행위는 절대로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은 오히려 분주를 권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복지부와 심평원에 지질영양제의 분주가 가능한 행위인지를 질의한 결과 두 기관은 분주가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구소는 “결국 경찰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위해서 가장 먼저 내세웠던 분주 관행의 위법성은 부정됐다”고 강조했다. 

오염된 검체로 증거 수집, 잘못된 역학조사 

연구소는 “경찰은 의료폐기물통에서 증거를 수집했다. 경찰의 현장수사는 감염관리 및 역학조사의 기본원칙을 위반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통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역학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 역시 판결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해 신문광고를 통해 서울경찰청 소속 과학수사대가 현장수사를 진행할 때 8명의 환아들이 중환자실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의료폐기물을 바닥에 쏟아 증거를 수거했다고 폭로했다. 

연구소는 “광고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복 차림으로 서 있는 사진과 3시간 후 보호복으로 갈아 입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의료진 처벌의 근거로 삼은 것이 바로 감염관리 의무 위반인데, 정작 경찰은 이러한 의무를 아예 무시해버렸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 역학조사 결과의 핵심이었던 지질영양제와 의료기구들은 대부분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됐다. 이 검체들 중 상당수에서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것을 보면, 의료폐기물통은 이미 세균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한 모든 검체들은 감염 관련 증거로 채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한 지질영양제는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질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배양된 검체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유독 한 환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만을 증거로 채택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 검체는 수거 직후 국과수에서 밀봉을 했고, 수액라인이 주사기에 연결돼있어 오염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러나 폐기물통에서 장시간 방치된 이 검체 역시 사후 오염가능성이 매우 높아 증거로서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역학조사 결과보고서, 역학적 인과성 입증 실패 

질본의 역학조사 결고보고서에 대한 역학적 인과성 입증에 실패한 것도 판결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는 사건의 원인과 관련한 개연성이 70% 정도에 불과해 이를 근거로 과실을 입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질본은 역학적 인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1965년 영국의 브래드포드 힐(Bradford Hill) 교수가 제시한 9가지 기준(힐의 기준)을 적용했다. 그런데 힐 교수가 발표한지 50년이 흐른 지금 역학전문가들은 힐의 기준을 인과성을 탐색해나가는 지침으로 사용하면서도 인과성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질본은 힐의 9가지 기준 중 양-반응관계 이외의 8가지 기준을 충족해 지질영양제와 사망간의 역학적 인과성이 입증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소가 각 기준 별로 질본이 제시한 근거를 살펴봤지만 그 어느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힐의 기준을 하나의 원인과 하나의 결과 간의 인과성을 판단하는데 적용한 것이 아니라, 질본이 추정한 여러 감염원(지질영양제, 완전비경구영양제, 50% 덱스트로오스 등) 후보 중에서 하나의 감염원으로 압축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 또한 질본은 감염원을 환아에게 투여된 수액으로 한정해 평가했다. 수액이 아닌 다른 감염원이 원인일 수도 있는데, 이런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척한 것은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이다”라고 했다.
 
질본 시트로박터균 감염경로 추정 근거 빈약 

연구소는 “질본의 시트로박터균 감염경로 추정의 근거가 매우 빈약하고 환아 혈액에 있던 균이 반대로 지질영양제로 역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 역시 판결에서 외부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로 채택됐다.  

연구소는 “질본은 지질영양주사제의 오염 가능한 경로를 원제품의 오염, 주사제 투여단계 오염, 주사제 준비단계에서의 오염 등 세 가지의 경우로 한정했다. 하지만 환아의 혈액에 있던 균이 지질영양제로 역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질본은 12월 15일 투여된 지질영양제 원제품이 아니라 미개봉 제품으로 시행한 배양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자 감염경로에서 원제품 오염을 아예 배제했다. 이는 아주 비과학적인 역학적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 가능성의 근거로 지질영양제 분주를 준비하는 장소인 주사준비실 싱크대에서 시트로박터 균이 검출된 사실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는 싱크대가 균에 오염된 시점과 환아 사망 사이에 시간적인 선후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했다. 하나의 보고서임에도 모순되게 기술한 것이므로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지질영양제 투여 전 패혈증 징후 나타나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대부분의 환아들은 패혈증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는 주장도 판결에서 인용됐다. 증인신문에 나선 소아감염 전문가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연구소는 “질본은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생체징후 변화가 지질영양제 투여 이후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지질영양제를 패혈증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에 공개된 사망 환아별 임상경과를 보면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3명의 환아에서 패혈증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고 했다. 
 
연구소가 임상경과를 분석한 결과 3명 환아에서 신생아 패혈증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 발열, 흉골함몰, 무호흡, 복부 팽만 등의 소견이 6시간 45분에서 14시간 가량 지질영양제 투여보다 앞서 나타났다. 

연구소는 “만약 지질영양제 투여가 패혈증의 원인이라면 이 보다 앞서 나타난 패혈증의 증상들이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각 환아마다 투여된 지질영양제의 양과 시간이 다른데 양-반응 관계, 시간-반응 관계 모두 인과성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지질영양제가 패혈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진다”라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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