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9.21 06:36최종 업데이트 16.09.2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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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자수, 그러나 면허취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지 않는 의료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원장의 첫 번째 실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지 않는 의료법.
 
의사 신변을 바꿀 정도의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이 법에 근거하지만, 여전히 많은 의사는 문제가 닥쳐야 의료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A원장 역시 그런 경우다.
 
자신처럼 의사였던 친척 B씨와 함께 수도권에서 의원을 경영하던 A원장.
 
어느 날 그는 지인 C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C씨는 제약회사에 다닐 때부터 A원장과 알고 지내던 사이로, 한 지방 병원의 총괄이사를 맡고 있었다.
 
당시 한 경매에서 아내 명의로 지방 병원을 낙찰받았던 C씨는 의료기관을 경영하기 위해 의료법인을 세우려 했다.
 
C씨는 A원장과 B씨에게 낙찰받은 병원에서 근무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조건을 덧붙였다.
 
바로 의사면허 대여였다.
 
그는 의료법인이 완성되기 전부터 병원을 경영하고자, A원장에게 면허 대여를 제안했다.
 
A원장은 3개월 안에 법인이 완성된다는 C씨의 말을 믿고, B씨와 상의 후 B씨의 면허를 대여해주기로 한다.
 
자신 의원을 폐원한 A원장은 B씨와 함께 새로운 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의료법인은 완성되지 않았다.
 
3개월로 한정했던 면허의 대여 기간 역시 늘어갔다.
 
C씨는 자금문제로 의료법인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병원 경영 역시 좋을 리 없는 상태.
 
A원장과 B씨는 급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자, 개원 9개월 만에 B씨 명의 병원의 폐원을 결정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원장의 두 번째 실수
 
사무장병원 폐원 후, A원장은 남들처럼 개원 혹은 봉직 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이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면서 의사 면허까지 대여했다는 사실이 개운치 않았다.
 
A원장은 B씨와 상의 후 해당 사실을 경찰에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A원장이 본인에게 미칠 영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수했다는 점이다.
 
그는 (민선 변호사 대신) 국선 변호사를 선택할 정도로 상황을 나이브하게 판단했다.
 
A원장은 본인이 자수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예상했고, 그 정도면 가벼운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예상대로 원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선고받았다.
 
결과가 본인 예상대로라고 판단한 A원장은 항소도 포기한 채, 봉직의로 1년 동안 진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1년 후, A원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다음과 같은 공문서 한 장을 받는다.
 



 
공문서는 다름 아닌 '면허취소 사전통지 및 청문 안내문'이었다.
 
A원장은 문서 내용에 깜짝 놀라 그제야 의료법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는 본인이 인지하지 못했던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집행이 유예됐다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A원장은 현재 면허가 정지된 채, 3년이라는 재교부 기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편 면허 대여를 제안했던 C씨는 징역 3년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이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는커녕 행위를 축소 은폐하고 A원장과 B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엄하게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실형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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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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