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6.15 07:28최종 업데이트 17.06.1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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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를 죽음으로 내몬 '과로'

대전지법, 수련병원에 6억여원 배상 판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수련기간 과로로 전공의가 자살했다면 수련병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K씨는 2009년 의대를 졸업하고, 2010년 인턴을 수료한 뒤 2013년 4월까지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했으며, 2013년 5월부터 A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1년차 수련을 시작했다.
 
그는 2개월 단위로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에서 진료와 수련을 받은 뒤 9월 1일부터 사망할 때까지 신장내과, 내분비내과에서 근무했다.
 
K씨는 그 해 5월부터 9월 7일 사망할 때까지 며칠을 빼고는 매일 24시간 병원에서 상주하면서 근무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지만, 계속 당직실에 대기하면서 환자를 진료했고, 계속 근무를 밥 먹듯이 했지만 특별히 휴게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 3~4시간 취침하는 게 고작이었고, 사망할 때까지 약 4개월 동안 하계휴가로 5일을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 정도 아내와 돌이 갓 지난 아들이 있는 집에 머물렀으며, 나머지 기간에는 항상 병원에 상주하면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근무했다.
 
K씨가 신장내과에서 근무했던 약 일주일 동안 진료가 필요하다는 휴대전화만도 약 170회나 걸려왔다.
 
K씨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컨퍼런스 준비까지 겹치자 사망하기 3~4일 전부터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K씨는 사망 당일에는 상의할 일이 있다며 동기 레지던트 이모 씨를 찾아가 "수련을 받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다"고 했다.
 
당시 K씨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고, 누구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했으며, 몸살에 걸린 사람처럼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K씨는 그 날 오후 3시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유족에게 5억 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공의로 근무한 4개월 동안 약 10일 간의 휴가를 제외하고 매일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며 근무했고, 당직 대기하면서 최소한의 취침시간이나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소속 자문의는 재해조사 과정에서 "망인의 사망은 극심한 업무 과중과 수면 부족, 이로 인한 급격한 스트레스 증대 등으로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발생한 자해행위"라는 소견을 피력했다. 

법원은 "이렇듯 고인의 근무조건은 법령상, 지침상 최저기준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열악했다는 사정은 사망에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병원협회가 제정한 '전공의 표준 수련 지침'에 따르면, 전공의는 당직시간을 포함해 주당 최대 80시간(최대 88시간) 근무하며,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36시간 연속 수련할 수 없고, 12시간 수련 후 12시간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대전지법은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침에서 규정하는 전공의 근무시간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채 방기했고, 피고 병원도 그런 관행에서 예외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특히 고인은 자살 직전 체중감소 등으로 외모가 눈에 띄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횡설수설하고 불안한 상태를 보이는 등 주변사람들이 이상징후를 알 수 있는 여러 정황이 존재했던 이상 피고 병원으로서는 비합리적인 업무를 개선하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은 고인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정신적 어려움을 인식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징후를 발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못 박았다.

#전공의 # 사망 # 수련 #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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