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13 06:53최종 업데이트 22.10.1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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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활용 안 되는 PHR..."공급자 중심∙전문가 활용 목적 탓"

전문가들 "PHR 환자 대신 기업들이 갖고 있어 문제...정작 개인들은 데이터로부터 소외돼 가치 못 느껴"

서울의대 윤형진 교수.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림원탁토론회 유튜브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개인건강기록(PHR)으로부터 각 개인이 소외되면서 이들의 데이터 보유∙활용을 위한 PHR 본연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대 윤형진 교수는 1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한림원탁토론회’에서 현재 국내 스타트업들의 PHR 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인데다 전문가 활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윤 교수는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데이터를 환자가 아닌 PHR 서비스 기업들이 갖고 있고, 그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PHR 데이터가 개인 단위로 모여야 하는데 실제론 한 개인의 데이터가 여기저기 쪼개져 있고, 상호운용성 등은 관심 밖의 사안이 되버린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PHR이라면 자기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데이터를 모아 병원으로 갖고가서 진료를 잘 받게 해주는 데 쓰인다. 결국 활용 주체가 전문가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현재 PHR 지속가능 사업 모델 구축 어려워...개인 단위 데이터 수집∙​활용 필요

윤 교수는 이처럼 공급자 중심, 전문가 활용 목적의 PHR 서비스들이 정작 전문가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며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난망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솔직히 임상의사들은 환자가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왕창 갖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6개월치 데이터를 갖고 오면 보는 데만 해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렇다고 수가를 더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활용 주체는 전문가인데 전문가들은 활용 가치를 못느끼는 상황이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며 “PHR과 관련해, 정부 규제 관련 애기들도 많지만 지금 당장 규제가 없어진다고 해도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결국 사용자가 중심이 돼야한다”며 “조각 조각 나있는 데이터를 사용자 단위로 모으고 그걸 정보주체가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치를 체험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교수는 끝으로 과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개발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PHR도 사용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개혁은 금속활자 개발 후 각지로 퍼진 라틴어 성경이 현지 언어로 번역되면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현재 PHR은 라틴어로 성경을 인쇄하는 수준에 온 셈이다. 개인에게 데이터를 나눠줄 수 있는 정도인데, 아직 소비자들은 그 데이터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전문가들은 지금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는 데이터의 조각들 중 필요한 조각을 찾아 일부 그림을 맞춰볼 수 있지만 소비자는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전문가 역시 전체 조각을 다 맞추지 않으면 온전한 그림을 볼 수 없다”며 “어떤 기술을 통해서든 퍼즐 조각을 모두 맞춰 전체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소비자도 자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의료진도 전체 그림을 보며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림원탁토론회 유튜브 중계 영상 갈무리.

사용자 동의 문제 중요...새 머신러닝 기법에 데이터 집산 관점도 변화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 역시 기존 PHR 서비스에 대한 윤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황 대표는 “데이터 집산(Data aggregation)에 대해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현재 PHR의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를 환자에게 주지 않고 각 기업들이 스토리지에 갖고 있는 것”이라며 “카카오헬스케어도 헬스 월렛(Health Wallet)이란 걸 구상할 때 여러 소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카카오 데이터베이스에 쌓는 대신 환자 모바일 기기로 보내고, 데이터를 결합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온디맨드로 환자의 동의를 받는 방식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사실 국민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동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좋은 서비스니 그냥 쓰세요’가 아니라 각 개인의 정보 주체로서 권리를 보장하려면 반드시 동의에 대한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 특히 예전처럼 동의를 서면으로 하는게 아니라 현재 모든 플로우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동의 시스템 조차도 고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황 교수는 최근 들어 새로운 머신러닝 기법들이 나오며 반드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단 점도 언급했다. 여러 곳에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으면서도 협력을 통해 AI모델을 학습하는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이 대표적이다.

그는 “데이터 집산을 할 경우 프라이버시나 보안 이슈가 계속 제기되는데, 연합 학습을 통해 낸 결과 값이 데이터 집산을 한 것보다 좋거나 최소한 나쁘지는 않다는 의학 논문들도 최근 2년 사이에 쏟아지고 있다”며 “구글 역시 올해 기술 문서에서 왜 자신들이 AI에 접근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자문하면서 반드시 데이터를 모아야만 했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유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데이터 집산 관점은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라 생각한다”며 “PHR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에게 데이터를 주겠다는 것이라서 집산과는 완전히 반대의 의미다. 그런 생각을 갖고 기술에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센서로 수집한 라이프로그 데이터...정밀의료 가능케 할 것

이날 토론회에선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댜앙한 센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가능성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성균관의대 이승원 교수는 “스마트폰에는 많은 센서와 정보가 들어가 있다”며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외부 빅데이터와 결합해 인공지능 학습을 한 결과에 따라 담당 의사가 환자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얻은 사용자의 표정, 위치, 통화, 문자 등의 데이터와 날씨, 환경, 뉴스 등의 외부 빅데이터를 결합한 후 AI를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는 연구를 했다”며 “이런 데이터만 갖고도 의사의 진단 대비 80% 이상의 효율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황 대표는 “스마트폰이 가진 센서로서 가능성이 100이라고 하면 실제 건강관리에 센싱 기술이 사용되는 정도는 채 10도 안 된다”며 “개인적으론 웨어러블 기기에 좋은 면도 많지만 보편적 서비스로 갈 때 경제적 부담을 만든단 측면에서 스마트폰 센서로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충분히 다 개발하고, 그걸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웨어러블 기기로 하는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애플이나 삼성의 스마트워치는 본질적으로 스마트폰에 붙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센서를 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무섭다”며 “삼성과 좋은 관계인 구글이 굳이 최근에 구글 왓치를 출시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앞으로도 기기가 가진 센서로서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또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높은 관심은 미국∙유럽 등의 빅테크도 마찬가지인데 한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모든 분야를 잘 할 순 없다”며 “카카오헬스케어는 모바일 기술에 AI를 접목해 국민 일상 속에서 건강관리 혁신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대표로 취임한 후 6개월 간 들여다본 서비스가 2000여개인데 최근 10개까지 줄였고 내년쯤에는 첫 번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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