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14 07:28최종 업데이트 25.11.1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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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연구·교육 3중고, 의대교수 슈퍼맨 아냐"

업무 과중 탓 의대교수 구인난…의대 학장들, '진료·연구·교육 전담 교수제' 도입 제안

왼쪽부터 허영범 경희의대 학장, 권근상 전북의대 학장, 이병헌 경북의대 학장, 유승민 을지의대 학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학은 교수가 교육∙연구∙진료 다 잘하는 슈퍼맨이 되길 원한다.”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국제관에서 열린 의대교수 인력 확보 전략 관련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정책포럼에서는 교수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의대 학장과 교수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 탓에 교수직을 희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학교를 떠나는 교수들도 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지현 교수(KAMC 전문위원)는 “최근에는 8일 중 나흘을 당직을 선 일도 있었다”며 “지금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총 6명인데 서로 단 1명도 그만두면 안 된다고 하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업무가 많은데 지난해에는 의정 갈등 영향까지 겹치면서 단 한편의 논문도 내지 못한 교수들도 많다”며 “교육 연구 진료 중 교수가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북의대 권근상 학장(KAMC 교육이사)도 “평생 직장의 개념이 없어지고 이직이 잦아지는 건 전 사회적인 현상이지만, 의대의 경우 단순 이직이 아니라 아예 대학을 떠나 개업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며 “미래에 학교를 이끌어나갈 잠재적인 교수 후보군이 없어진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임상실습이 교육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임상실습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교수들이 교육자로서 자긍심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젊은 의사들이 다시 (교수라는)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의대 이병헌 학장(KAMC 교수이사)은 교수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연구∙진료 교수 전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학장은 “현재 병원과 대학 운영 구조는 진료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교수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며 “연구 전담 교수, 진료 전담 교수, 교육 전담 교수제가 도입된다면 교수들의 업무 과부하를 완화하고, 각 영역별로 교수들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KAMC 정대철 교육문화원장은 “실제로 55세가 되면 교육을 할지 연구를 할지 선택할 수 있는 내규를 가진 대학이 있는데 실제 실행은 되지 않고 있는 걸로 안다”며 “교수들의 번아웃이 심각한 만큼 우리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KAMC 이종태 이사장은 협회 차원에서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직무 환경 평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이사장은 “직무 환경 평가는 무너지는 교수 생태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에 기반한 평가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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