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1.05 06:48최종 업데이트 18.12.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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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8개월..."제도 정착기 지나 의료진 교육·홍보 확대"

“모호한 임종기준·윤리위 설치 문제 등 추가 논의 필요한 부분 존재”

“교육·홍보 등 현장의 이야기 듣는 사업 내년에는 좀 더 활성화할 예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8개월을 넘었다.

의료계는 법 시행을 앞두고 복잡한 행정 절차, 인력 확보 등의 고충을 토로해왔다. 정부도 의료계의 고충에 공감하고 개선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명의료 중단 합의가 필요한 가족 범위를 축소하는 법안이 통과되며 복잡한 행정 절차를 개선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보건당국은 연명의료결정법이 자리잡는 시기를 지나 내년부터는 의료진 교육, 홍보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의 전격 시행과 함께 국내 임종 문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윤리위 설치 쏠림 문제·모호한 임종기준 등 개선 필요”
 
지난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상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의사를 남길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전문의 1인에 의해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 혹은 판단 받은 환자에 대해 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시행 이전부터 쏟아졌던 우려들이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소재 A 대학병원 교수는 “제도가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현실과 괴리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연명의료결정법의 본래 취지인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명의료결정법의 본래 취지는 환자의 사전 돌봄을 논의하는 것이었는데 최근 현장을 돌아보면 기존 목적이 퇴색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하려다보니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의학적 판단 기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환자의 임종기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 간에 생애 마지막 시기에 필요한 돌봄 계획을 세우기 위한 충분한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권 소재 B 대학병원 교수는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연명의료서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상의해 생애 마지막 시기 돌봄계획을 세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의사와 환자가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라며 “양적인 것보다 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의 경우 법 적용이 힘들어 국제적인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등록 현황’에 따르면 10월 3일 기준, 상급종합병원은 42곳 모두윤리위를 설치했지만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요양병원 등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법이 굉장히 복잡하게 돼 있다. 규모가 작은 병원과 요양병원은 따라갈 수 없는 구조다”라며 “윤리위가 없는 소규모병원의 경우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 등) 서류를 사전에 작성했는지 전산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법과 현실은 괴리가 있다. 어느 나라도 윤리위원회 설치를 전제로 연명의료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라며 “국제 표준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자리잡는 시기 지나 내년에는 교육·홍보 확대할 것”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3일 기준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등록자는 5만8845명, 연명의료계획서 누적등록자는 1만131명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임종 문화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제도 정립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지부·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료계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겠다”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연명의료 중단 관련 동의를 받기 위한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현행법상 환자가족은 19세 이상의 배우자 및 모든 직계혈족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간 직계혈족의 수가 많은 고령환자의 경우 연명의료를 진행하는 의료진이 모든 직계혈족과 연락해 연명의료 중단 관련 동의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월 20일 열린 전체회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합의 환자 가족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률안을 심의, 의결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연명의료 중단 합의가 필요한 환자가족 범위를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조정해 환자의 존엄한 임종을 돕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동시에 의료진이 제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도 더욱 힘쓸 예정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료진 대상 전국 순회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관계자는 “그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라며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면 불편함과 적응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홍보 등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사업을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또한 “연명의료결정법은 의료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며 “제도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개선할 점이 있으면 의료계와 의견 수렴,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법

윤영채 기자 (ycyoo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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