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8 08:29최종 업데이트 24.02.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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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경계 위 진료지원인력(PA), 업무 범위 병원이 정해라?…시범사업에도 ‘혼돈’ 그 자체

의료기관장이 내부 위원회 통해 업무 범위 설정토록…모호성으로 간호사 불안감 여전, 의료기관에 책임 전가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배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간호사들이 전공의 이탈에 따른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되면서 본래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넘어선 의료행위까지 수행하게 됨에 따라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장이 내부 위원회를 통해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설정하라고 했지만, 현장은 정부가 법적 책임 문제를 수련병원으로 전가한 것에 불과해 간호사들의 법적 불안은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진료지원인력(PA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해 27일부터 시행됐으나 의료현장은 여전히 혼돈 그 자체로 파악됐다.

이미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일명 PA간호사로 불리는 진료지원인력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이번 전공의 이탈로 드레싱과 봉합 등 의료법 위반 행위까지 떠안으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복지부는 시범사업 계획안을 통해 의료기관 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거쳐 진료지원인력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설정해 추후 보건복지부에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복지부는 다만 대법원 판례로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인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사망 진단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않은 의료행위 실시 ▲의사의 구체적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해 마취시술을 하는 경우 등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장의 책임하에 관리 운영해야 하며, 의료기관 내 의사결정 과정을 문서화해야 한다”며 “간호사의 숙련도, 자격 등을 구분해 업무범위를 설정하라”고 지시했다.

복지부는 병원 차원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설정하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으로 참여하는 의료기관 내 행위는 행정적,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은 보건의료위기 ‘심각’ 단계시부터 별도 공지시까지 지속된다.

하지만 복지부의 전향적 시범사업 시행에도 진료 현장은 여전히 불법진료의 테두리에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현재 간호사들은 채혈, 동맥혈 채취, 혈액 배양검사, 검체 채취 등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RU sono) 등 치료·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비위관(L-tube) 삽입 등 튜브관리,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 초진기록지, 퇴원요약지, 경과기록지, 진단서 등 각종 의무기록 대리 작성, 환자 입·퇴원 서류 작성 등을 병원으로부터 강요받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불법진료 뿐 아니라 외래 진료 조정, 수술 취소 전화 및 스케줄 조정 관련 전화 안내, 드레싱 준비, 세팅 및 보조,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 응대, 교수 당직실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PA 간호사들은 이번 사건 전부터 법적 모호함 속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으며 일해왔다. 이번 전공의 이탈로 과도한 업무부담에 더해 불법 의료행위까지 강요당하면서 고소‧고발의 두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정부가 병원 내부적으로 업무범위를 정하라고 하는데 이 역시 모호함이 크다. 정부가 정해서 이건 되고, 저건 안된다고 명시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병원이 정해서 시행했다 하더라도 뒤에 어떤 건 허용할 수 없다고 하면 이전에 했던 것들이 모두 불법의 소지로 남아있는 것이 여전하다”라며 "명확한 업무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수련병원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마다 각 실정에 맞춰 업무범위를 정하라고 하는데, 병원마다 PA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달라진다"라며 "어떤 병원은 보수적으로 해석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제한하고, 어떤 병원은 업무 범위를 넓게 허용하게 되면 병원 내에서 간호사들은 간호사대로 의사들은 의사대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정부가 간호사 업무범위 설정에 대한 책임을 병원 측에 떠넘긴 것이라고 해석된다”며 "업무범위 설정에 문제가 생기면 그 업무범위를 설정한 의료기관 장은 물론 간호사들에게 다시 책임을 묻고, 또 법안이 미비된 채 원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이날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시범사업 형태로 법적 보호가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에 “비대면 진료도 의료법에 따르면 원래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건의료기본법에 기초한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며 “분명히 보건의료기본법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한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법적으로 보호가 된다”고 설명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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