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7.20 14:00최종 업데이트 19.07.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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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5.

"부모님 위독하실땐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돈 좀 되겠다 싶으니까 이제야 병원에 나타난거잖아욧! 우리가 뭐 이런 일 한두번 겪는 줄 알아요? 돈이요? 못 드립니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5.


문제는 그날 오후 늦게 일어났다.



외래로 딸 두명이 왔다.
처음 봤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전화를 했겠지...
뭐라고 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 우리 엄마 어쩌실거예요? "

적의가 가득한 눈으로 쏘아보며 말한다.

" 뭘요? "

" 뭘요라니요? 모르시고 있는 거예요? 설마? "

" 환자분 피 나신거요? "

" 예. "

" 실혈이 그리 많았던 것도 아니고 피검사 해봐도 혈색소 수치가 나쁘지 않아서 괜찮으실텐데요. "

" 아니, 괜찮다니요? 엄마가 저렇게 힘이 하~나도 없으신데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우리 엄마 잘못되면 어떡하실거예요? "

" 잘못되실 일 없습니다. "

" 왜 장담하세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

" 무슨 일이요? "

" 그건 선생님이 더 잘 아시겠죠, 저희가 어떻게 알아요? "

"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하신거는 따님이시잖아요. 
제가 한 말이 아니구요. "

" 지금 저하고 말꼬리 잡으시겠다는 거예요? "

" 나... 참... 제가 무슨 말꼬리를 잡아요? "

" 나참이라뇨? 지금 태도가 그렇잖아요, 태도가 !! "

딸이 언성을 높였다.

" ...... "

" 이거 선생님이 책임지세요. "

" 예, 그래요 그럼. 뭐에 대해서 책임을 질까요? "

" 뭐에 대해서라뇨? 출혈된거 책임을 지셔야죠. "

" 예, 그럼 수혈을 해 드리면 되겠어요? "

" 어머, 수혈은 안해도 된다면서요? "

" 예, 수혈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보호자분께서 출혈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하시니 
수혈을 해 드리면 되겠냐고 묻는겁니다. "

"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는 거구요. "

" 그럼 어떤 책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자신들도 말하기 뻘쭘해 하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 배상을 하셔야죠, 배상을... "

헛웃음이 나왔다.

" 배상이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럼요, 병원에서 환자에게 잘못해서 출혈이 그렇게나 많이 된거잖아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배상을 하셔야죠. "

" 실혈 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수혈은 해 드리겠다니까요. "

" 지금 출혈이 문제가 아니라구욧 ! "

" 예? 지금까지 출혈이 문제라고 하셨지 않아요? "

" 아이... 참... 환자랑 보호자가 놀랬잖아욧 ! "

" ...... "

" 환자와 보호자가 놀래서 어떻게 됐으면 어쩔뻔 했냐구욧 ! "

이쯤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어거지다.

" 놀라서 어떻게 되는데요? "

" 사람이 놀라면 쓰러질 수도 있고... 뭐... 중풍이나 심장마비나... 뭐... 그런게 생길 수도 있잖아요. "

" 여기 병원입니다. 그런게 발생하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

"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욧! "

또 화를 낸다.



뭘 바라는지 모르는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못돼서 보호자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게 한다.



" 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나요? "

" 그건 선생님이 먼저 말씀을 하셔야죠. "

" 제가요? 저는 뭘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

" 참 답답하시네... "

" 저도 그러네요. 제가 뭘 했으면 좋을지 말씀하세요. 
가능한거면 해 드릴게요. "

" 돈으로 주시면 되죠. "

눈을 맞추지 않고 말한다.

' 오케이... 이제야 나오는구만... '

" 아, 돈 얘기라면 제가 관여하는게 아니고 원무과에서 하는 거니까 원무과장을 만나서 얘기 하세요. "

" 원무과장을 저희가 왜 만나요? 선생님이 잘못한거니 선생님이 만나셔야죠. "

"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간호사가 환자를 옮기다가 발생한 일이고
저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었는데요. "

" 어머, 그래도 선생님이 주치의니까 선생님이 다 책임을 지셔야 되는거 아니예요? 
의사들이 이렇다니까... 의사들은 다 똑같애... "

' 응, 그래... 드디어 나왔구나. '



" 할머니가 위독한 상태에서 조금만 지체해도 돌아가실 판에 응급실로 와서 
혈액검사 수치도 굉장히 나쁘고, 
예전에 수술하셨던 과거력 때문에 수술도 많이 힘들었고,
담낭은 썪어서 돌아가시기 일보직전인거를
겨우겨우 살려내고 중환자실에서 3일동안이나 있다가 
이제 병동으로 옮기시기까지
전 한번도 따님들 뵌 적이 없어요.
수술전에 동의서 받을때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80넘은 양반한테 설명할 때 따님들은 어디에 계셨어요?
애들 학원 픽업해야 된다고 못오신다고 했던 따님은 누구세요?
따님이세요? 따님이세요? "

둘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물었다.

" ...... "

" 죽을 사람 살려 놓고 3일이 지나서도 병원에 안 오다가
그거 피 좀 났다 싶으니까 병원에서 뭐 좀 뜯어내려고는
오실 마음이 들던가요? "

" 뜯어 내다뇻!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아, 시끄러워욧 !! 부모님 위독하실땐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돈 좀 되겠다 싶으니까 이제야 병원에 나타난거잖아욧 !!
우리가 뭐 이런 일 한두번 겪는 줄 알아요?
돈이요? 못 드립니다. "

" 어머, 어머... 뻔뻔한 것 봐. 우리가 가만 있을 줄 알아요? "

" 그래요, 어쩜 이렇게도 레파토리가 똑같은지... 
고소하고 소송 거실거죠? 
그럼, 그러세요, 소송거세요.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나가세요. "

" 뭐 이따위 병원이 다 있어 !! "

나가면서도 씨발씨발 하더라.


그러나 매번 process는 똑같다.



아~~무 일도 없었다.


▶6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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