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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2.

    "그럼 외과의사는 37만원짜리 수술을 하면서 잘못하면 1억을 배상해야겠네요? 근데 그나마도 비싸다고 십만원에 하시자구요? "

    기사입력시간 19.07.13 14:00 | 최종 업데이트 19.07.15 07:40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2.


    M/23, chronic anal fissure(만성치열) 환자.
    건강보험 환자.
    설명 다 해주고 스케쥴 잡고 갔었다.

    어제 오후에 아버지라는 사람이 내원.

    " 갑자기 수술을 해야한다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해서 왔어요. "

    스물셋 아들이다. 
    뭔 애들도 아니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같은 설명 반복하는 것...
    근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별 수 없다.



    여튼...

    설명을 다 하고 나니까 아니나 다를까...

    " 수술비는 얼마예요? "

    " 토탈 37만원 정도 나올거예요. "

    ' 왜 이렇게 비싸요? 보험적용이 된거예요? 하겠군... '

    " 왜 이렇게 비싸요? 보험적용이 된거예요? "

    " 예, 보험은 당연히 되는거죠. "

    " 근데 그렇게 비싸요? "

    " 이게 비싸요? "

    " 비싸죠. "

    " 그럼 얼마면 안 비싸겠어요? "

    " 글쎄요... 그건 원장님이 얘길하셔야지요... "

    " 제가 왜요? "

    " 예? "

    " 지금 보호자분이 비싸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비싸다고 한게 아니고... 근데 제가 왜 안 비싼 비용을 얘기해야 하냐구요? "

    " 아... 그게 뭐... "

    " 얼마면 적정한 가격인 것 같으세요? "

    " 글쎄요... 한 십만원... 정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

    내가 벙찐 얼굴로 쳐다보니 눈치를 슬쩍 보더니만...

    " 한 십오...까지는... "

    " 아버님 되신다고 하셨죠? "

    " 예. "

    " 만약에 제가 수술하다가 잘못해서 아드님이 변실금이 생긴다면 어쩌시겠어요? "

    " 예? "

    " 저한테 배상금을 요구하실거죠? "

    " 수술을 잘 못해서 그런거라면... 그러겠죠. "

    " 자, 제가 수술 중 실수로 괄약근을 너무 많이 잘라서 
    아드님한테 변실금이 생겼어요. 
    그래서 변이 줄줄 새요.
    그럼 저한테 얼마정도를 배상하라고 하시겠어요? "

    " 평생이요? "

    " 뭐 평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변실금을 치료하기 위해서 더 수술을 할 수도 있고 꽤 오랫동안 고생을 하겠죠. "

    " 음... 그럼 한 1억 ? "

    " 그럼 저는 37만원짜리 수술을 하면서 1억을 배상해야겠네요?
    근데 그나마도 십만원에 하시자구요? "

    " ...... "

    " 이게 적정하다고 보세요? "

    " 수술을 잘 하면 되죠. "

    " 예, 수술이야 잘 하고 아직까지는 그런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습니다만 언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겠죠?
    아버님이시라면 여차하면 1억을 물어줄 수 있는 일을
    십만원 받고 하시겠어요? "

    " ...... "

    " 이 가격은 전적으로 국가에서 정해놓은 가격입니다. 
    저희가 맘대로 더 받거나 덜 받을 수가 없어요. "

    " 그래도 원장님은 많이 버시니까... "

    " 참...나... 요즘 의사들은 돈 못벌어요. '

    " 에이... 그래도 의산데... "

    빠직...
    내 통장이라도 봤냐?

    " 아버님은 무슨 일 하세요? "

    " 예? "

    " 직업이 어떻게 되시냐구요. "

    " 조그만 사업 하나 하고 있습니다. 유통업 쪽에... "

    " 그럼 많이 버시겠네요. 사장님이시니... "

    " 아니예요, 경기가 안 좋아서 저희쪽도 힘들어요. "

    " 에이... 그래도 사장님이신데... "

    이제야 알아들었는지 표정이 변한다.

    " 제가 많이 번다면, 그래서 누구를 돕는다면 
    그건 제 배려지 누가 저한테 강요할 수는 없는 거죠.
    아버님이 많이 번다고 누가 물품가격 깎자고 하면 
    깎아주시겠어요? "

    " ...... "

    " 그렇게 못하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래도 더 이상은 얘기 안하더만...

    환자는 오늘 아침에 퇴원했다. 
    돈은 다 내고...



    돈 다 내고 갔으니 괜찮은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겁니다.
    그럼요, 물론이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근데 우리 한번 다르게 생각해보자구요.

    결국 다 내고 갈거면서 
    굳이 왜 의사 속은 그렇게 박박 긁으시냐구요...

    의사도 감정이라는게 있어요.

    환자를 대할 때
    의사의 태도가 너무 건조하다고 욕하시는 분들이
    의사의 감정은 왜 무시하시는건데요?

    의사가 되기위한 그간의 노력이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수고는 
    그렇게도 값어치 없고 싸구려로 평가받아도 되는건가요? 

    ▶3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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