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01 06:35최종 업데이트 23.11.0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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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높은 의사 소득 '논란'…"통계의 함정 이용해 의사 집단에 대한 '폄훼' 의도"

OECD 통계 자료 신뢰도 낮고, 의사 직군 내 '빈익빈 부익부' 심해 단순 비교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연일 의대 증원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가운데 의사 소득을 변호사, 공무원, 엔지니어 등 타 직업군과 비교하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

의사는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공보의 등 직역에 따라 또 내과, 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전공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통계를 내는 기준에 따라 평균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만큼 절대적 비교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정말 의사 소득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라면 문제겠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해외 국가와 비교해 유별나게 의사 소득이 높은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고소득 직업 상위권이 모두 ‘의사’인 것이 사실로, 우리나라 의사들의 소득이 타 직업군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이슈화하는 데에는 의사 직역의 의대 증원 반대를 ‘밥그릇 챙기기’로 폄훼하려는 의도 외에는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의사=고소득 직군', 그래서 의사들이 의대 증원 반대한다?

최근 다수의 언론 매체가 의사 사업소득과 변호사 사업소득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세청 통계 등을 근거로 의료업(의사·한의사·치과의사)의 평균 소득은 2014년 1억7300만원에서 2021년 2억6900만원으로 7년 새 55.5% 증가했다.

반면 변호사업 평균 소득은 2014년 1억200만원에서 12.7% 올라 2021년 1억1500만원으로 의사 소득의 5분의 1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들 매체는 이를 근거로 의대 정원 동결이 의사 숫자를 제한하면서 의사 소득을 크게 높혔다고 지적했다.

올해 7월에는 OECD의 ‘2023 보건통계’를 근거로 한국 전문의 중 병·의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연간 임금소득이 19만2749달러(2020년 기준)로, 관련 통계를 제출한 OECD 회원국 28개국 중 가장 많다는 뉴스가 다수 보도됐다.

그러면서 의사의 높은 소득 수준은 의료 수요는 많지만 의사 수라는 공급이 부족해서라고 추정했다.

이 같은 뉴스에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의사 수가 늘면 자신들의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이른바 의사들의 ‘밥그릇’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실제로 의사 수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평균과 비교해 낮으면서도 급여는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의사 수 증대의 근거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의사 확대론자인 김윤 교수는 6월 27일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OECD 국가 의사 월급은 우리나라 의사 월급의 58% 수준이다. 의사를 1.5배 늘리면 의사 월급이 OECD 의사 월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나라 의사 인건비의 87%가 감소해 4조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7월 14일 열린 '지역 공공의료인력 확충 및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포럼'에도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으로 의사 소득이 상승해 의사 수입이 OECD 의사 수입의 1.7배다. 이 수입의 70%가 국민이 진료비와 건강보험료를 추가 부담하는 돈인데 그게 10조원"이라며 지역의대 설립 등을 통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 통계, 비교 군과 자료의 동등성 부족해 신뢰도 낮아…"'가짜 뉴스'와 다름 없어"

이러한 근거가 사실이 되려면 정말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김윤 교수를 비롯해 언론이 이용한 ‘OECD 보건통계’의 우리나라 의사 소득 평균은 GDP(PPP)환율을 기준으로 병‧의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연간 임금 소득만을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생활 물가지수를 반영한 GDP(PPP)는 물가가 비싼 국가일수록 명목 GDP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이에 명목 GDP를 적용해 통계를 재조사하면 우리나라 GP봉직의 소득은 OECD에 통계 자료를 낸 17개 국가 중 8위였고, 개원의 소득은 10위였다.[관련 기사: 한국이 OECD 중 전문의 소득 '최상위권'이라고?…명목 GDP로 환산하니 '하위권']

특히 해당 OECD 통계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치가 제외돼 있어 비교가 어렵다는 점도 맹점이다.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 교수 역시 "OECD 통계 자료는 나라별로 제출하는 방식이 달라 국가별 의사 소득을 비교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양쪽 자료가 동등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며 "우리나라는 군의관, 전공의까지 다 포함하면 평균 임금이 굉장히 떨어질 것이다. 그러한 수치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공단에서 지급한 요양 급여비만 가지고 계산한 건지, 개인의 수입인지, 영업소득인지에 따라서도 잡히는 소득이 달라진다. 영업소득일 경우 인건비, 월세, 재료비 등을 모두 빼고, 세금까지 빼야 자기 소득이 되는데 이런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국가와 소득을 비교하는 것은 '가짜 뉴스'와 다를 게 없다"며 "자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상황에서 수익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방식으로 통계를 왜곡한 것과 다름 없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이같은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하며 개원의 등 의료인의 근무환경은 국가마다 개업형태, 지불체계, 퇴직 후 연금제도, 세금, 법적책임 등 근로환경이 모두 달라 단순히 수입 수치에 의한 단순 비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개원의사 소득 증가율이 변호사 4배?…의협 "단순 비교 불가능]

의사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심각…"'의사 수익 좇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

또 우리나라 의료계는 이미 알려진 대로 인기과와 기피과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비급여가 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와 성인에 비해 투여되는 자원은 많지만 수가는 낮은 소아청소년과 의사 사이에 수익 격차는 말 할 것도 없고, 기피과인 산부인과 안에서도 비급여가 많은 부인과를 주로 하는 의사들은 소득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분만을 주로 하는 산과는 환자도 적고 저수가로 인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마취통증의학과도 마취보다는 통증이, 심장혈관외과(흉부외과) 안에서도 흉부수술 보다는 하지정맥류 치료 등이 수익을 더 잘 낼 수 있어 이 분야의 의사들은 소득이 높으나 그렇지 않은 의사들은 소득이 낮다.

따라서 단순 평균치로 타 직업군의 평균치와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들은 무조건 수익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 집단의 수익이 높다는 왜곡된 자료를 통해 의사 단체를 '수익만 좇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의사는 고소득 직업군에 속하며 이는 문제시 할만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노동 통계국(US Bureau of Labour Statistics)이 발표한 2022년 기준 직업별 연봉 순위 통계에 따르면 의료계 종사자들의 연봉이 순위권 상단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

고소득 직업 상위 25위 중 15개가 의료, 의학계열로 1위는 마취과 의사로 연봉 4억4000만원 수준이었고, 2위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로 연봉 4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3위는 산부인과 의사로 연봉 3억8000만원이었으며, 4위는 외과의사로 연봉 3억8000만원으로 높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타 직업군에 비해 소득이 과도하게 높지도 않지만, 높아서는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의사들은 직접 높은 비용의 학비를 내고 10년 이상의 오랜 교육과 수련을 인내한다. 의사들은 약 10년 동안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해 의사가 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언론보도와 일부 교수의 주장은 전형적으로 의사 집단을 '이익집단'으로 매도하기 위한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는 의사 집단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며 결코 국민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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