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7.09 07:23최종 업데이트 26.07.0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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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사태로 사직한 전공의, 수련병원 바뀌었다고 추가수련 막은 복지부…법원 “법적 근거 없다”

“내부 방침만으로 새 수련병원 추가수련 제한 못 해…전공의 권익 제한엔 명확한 근거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공의가 기존 수련병원을 사직한 뒤 다른 수련병원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족한 수련기간에 대한 추가수련 기회를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은 수련병원이 변경된 전공의의 경우 기존 수련병원에서만 추가수련을 이수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근거로 4년차 레지던트 임용이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문의수련규정과 시행규칙 어디에도 수련병원이 변경된 전공의가 새로운 수련병원에서 추가수련을 받을 수 없다는 제한은 없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 6월 11일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가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을 상대로 제기한 전공의 수련연차 부적합 통보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골절상으로 43일 수련 결손…1개월 제외한 13일 추가수련 대상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C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던 중 골절상을 입어 38일간 휴가를 사용했다. 이전에 사용한 휴가 5일을 포함하면 A씨는 1년차 수련연도 중 총 43일간 수련을 받지 못했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은 휴가 또는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받지 못한 전공의에 대해 수련받지 못한 기간 중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수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보충해야 할 추가수련 기간은 13일이었다.

A씨는 이후 2, 3년차 수련연도 동안 C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갔으나,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수련포기서를 제출하고 사직했다. 이후 자녀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기존 C병원에서 수련을 계속하기 어려워졌고, 자택 인근 D병원의 하반기 상급연차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해 합격했다.

D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B대학교는 A씨를 4년차 레지던트로 기재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에 상급연차 레지던트 합격자 현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사무국은 A씨가 1년차 수련연도에 43일간 수련을 받지 않아 3년차 수련연도까지 모두 이수한 상태가 아니고, 수련병원이 달라질 경우 추가수련도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4년차 레지던트 부적합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B대학교는 A씨를 3년차로 정정 보고했고, A씨는 결국 3년차 레지던트로 임용됐다. 결과적으로 A씨에게 필요한 것은 1년 재수련이 아니라 13일의 추가수련이었지만, 사무국은 수련병원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복지부 “중도 사직 레지던트, 기존 수련병원서 추가수련해야”

이번 사건의 쟁점은 수련병원이 바뀐 전공의에게 새로운 수련병원에서 추가수련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여부였다.

보건복지부는 사무국에 ‘중도 사직한 레지던트는 사직 시점에 발생한 추가수련을 해당 수련병원에서 이수해야 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사무국은 이 방침을 근거로 C병원에서 D병원으로 수련병원을 변경한 A씨에게 추가수련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사무국은 전문의수련규정상 레지던트가 ‘수련병원에 전속돼 수련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는 만큼 추가수련 역시 종전 수련병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내부 방침만으로 전공의의 권익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문의수련규정과 그 시행규칙은 전공의가 부득이한 사유로 일정 기간 수련을 받지 못한 경우 추가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원고와 같이 수련병원이 변경된 경우 새로운 수련병원에서 부족한 수련기간에 관한 추가수련을 받을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의 직접적 근거는 보건복지부장관이 피고에게 시달한 업무처리방침뿐인데,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상 이러한 방침만으로는 원고의 권익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행정조직 내부 업무처리방침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처분의 적법성은 행정규칙에 적합한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등에 적합한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속수련 규정에 대해서도 법원은 “레지던트가 수련병원에 소속된 상태에서 수련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일 뿐, 수련병원이 변경된 경우 새로운 수련병원에서 추가수련을 받는 것을 금지하거나 종전 수련병원에서만 추가수련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3일 결손 이유로 1년 재수련은 중대한 불이익”

법원은 이번 처분이 A씨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1년차에서 발생한 13일의 수련 결손을 이유로 이미 대부분 이수한 3년차 수련을 1년 동안 다시 받도록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는 원고의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에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이므로 그러한 제한을 하려면 그 근거와 기준이 사전에 명확하게 제시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나 사무국이 ‘중도 사직한 레지던트는 사직 시점에 발생한 추가수련을 해당 수련병원에서 이수해야 한다’는 방침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거나 전공의 등 수범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했다는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원고로서는 피고와 같은 업무처리를 예견하기 어려웠고, 만약 원고가 위 방침의 내용을 사전에 알았다면 사직 여부 또는 시기를 조절하거나 C병원으로의 복직을 검토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사전에 공표되지도 않은 내부 업무처리방침을 들어 행정상대방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올바른 행정권한행사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수련의 연속성, 수련병원의 연속성 의미하지 않아”

사무국은 다른 수련병원에서 추가수련을 허용하면 ‘수련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 전공의 수련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련의 연속성이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수련병원의 연속성을 의미한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의수련규정은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변경하는 경우를 이미 예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인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과 대한응급의학회의 전공의 수첩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수련내용을 표준화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수련병원 사이 수련내용의 기본적인 통일성과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는 이상, 부족한 수련기간에 관한 추가수련을 새로운 수련병원에서 받도록 한다고 해 곧바로 수련의 연속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의 추가수련 기간이 13일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법원은 “원고가 그 기간 동안 D병원에서 추가수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수련내용이 C병원에서 받은 수련내용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D병원 응급의학과장이 A씨가 D병원에서 13일간 추가수련을 받을 경우 표준화된 전공의 수련교과과정에 따라 수련을 실시해 수련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선호 병원 이동 증가 우려도 인정 어려워”

사무국은 다른 수련병원에서 추가수련을 허용할 경우 전공의들이 선호도가 높은 수련병원으로 이동하려는 사례가 증가해 전공의 수련제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추가수련 대상자가 아닌 전공의는 현재도 자유롭게 수련병원을 변경해 선호도가 높은 수련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는 사직한 레지던트에게 1년 동안 레지던트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공의 모집제도를 관리하고 있으므로, 전공의가 단지 선호도가 높은 수련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1년 동안 수련을 중단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존 수련병원을 사직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이 2025년 8월 29일 학교법인 B대학교에 한 전공의 수련연차 적합 여부 통보 중 A씨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사무국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전공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은 내부 방침이 아니라 명확한 법령상 근거와 사전 고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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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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