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6.04 07:46최종 업데이트 15.06.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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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의 '갑질놀이'

매해 5월 마지막 주 어김없이 내미는 카드

"수가 더 줄테니 진료비목표관리제 받아라!"


대학생 최초 PR 동아리 'PRS'에서 발췌


2016년도 수가를 정하기 위한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의 협상 시한을 4일 남겨둔 지난 5월 27일.
 
건강보험공단은 이들 공급자단체에 폭탄 하나를 건넸다.
 
부속합의 과제 '진료량 연동 환산지수 조정'이 그것이다.
 
진료량 연동 환산지수 조정은 진료비목표관리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흔히 대만의 총액관리제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야기한다. 
 
예들 들면 내년도 진료에 투입되는 총 행위진료비를 30조원으로 정해 놓고,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공급자들의 요인으로 인해 이를 초과하거나 미달한 경우 그만큼(초과 또는 미달)을 수가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과하면 수가 불이익을 주고, 미달되면 추가 인상하는 식으로, 어떤 것을 공급자요인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의료기관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두가지 있었다.
 
진료비목표관리제라는 진료비지불제도의 도입 여부는 건강보험 재정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수입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은 지난 수년간 수가협상 도중 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진료비목표관리제를 수용하면 너네 단체에는 특별히 수가를 좀 더 인상해 줄 수 있다"는 식이다.
 
대만이 이런 식의 전략으로 총액관리제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대만 치과의사회는 총액관리제를 수용하면 수가를 8% 추가 인상하겠다고 제안하자 1998년 이를 수용했다.
 
그러자 2000년에는 중의가, 2001년에는 의원이, 2002년에는 병원이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
 
수가 추가인상이라는 달콤한 제안으로 각 단체들을 각개격파한 셈이다.



2016년도 수가협상이 종료된 직후 건보공단이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 전략이 잘 통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건보공단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건보공단이 이런 식으로 소위 부대조건 카드를 제시하면 공급자단체 역시 매번 '절대 수용 불가'로 맞섰다.
 
그러면 건보공단은 패널티를 주듯이 '짠물' 수가 인상안을 제시해 공급자단체 협상단을 멘붕으로 몰아넣었다.
 
또 하나 건보공단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는 수가협상이 끝나면 '우리가 언제 그런 안을 부대조건을 제시했냐'는 식으로 유야무야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건보공단에 물었다.
 
"진료비목표관리제가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면 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론화하지 않고 수가협상 카드로만 활용하느냐."
 
이에 건보공단 관계자의 답변은 황당 그 자체였다.
 
건보공단 측은 3일 "평소 이런 제도에 대해 의료계단체와 소통하고 이해를 도와가야 하는데 순수성을 의심하고, 마치 총액계약제의 전단계인 것처럼 시각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협의의 물꼬가 터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수가협상 때만 되면 어김없이 부대조건으로 제시하는데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건보공단에 그럴 듯한 근거자료기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에 건보공단이 제시한 부속합의 문서는 달랑 한 장짜리다.
 
그래서 건보공단에 시행모형이 있는지 질의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특별한 모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런 것을 공론화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모형도 없이 일단 도장부터 찍으라는 식이다. 
 
수가 협상이 건보공단의 '갑질놀이' 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 #총진료비 #진료비목표관리제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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