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0.21 15:56최종 업데이트 20.10.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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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병리검사 3%이상 늘어나는데 병리과 전문의 부족...해결책은 디지털 병리, 문제는 구축 비용"

장세진 병리학회 이사장 "아산병원 100억 등 비용 부담...영상의학과 PACS 도입 때처럼 가산 정책 필요"

사진=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디지털 병리는 국가적 의료 빅데이터가 될 것이다. 디지털 병리를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는 결국 인공지능(AI) 진단기술이 개발되는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병리 AI는 의료진의 병리적 판독 및 진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줄이고 워크플로우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16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마련한 의료기기산업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를 통해 디지털 병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현재 병리과 검사 시스템은 조직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파라핀 블록을 만든 후 유리 슬라이드 위에 얹어서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하고 판독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병리는 유리슬라이드에서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하고 이를 진단, 관리, 공유,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병리 환경에서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디지털 영상을 진단한다. 협진이나 진료 의뢰를 할 때도 예전처럼 유리 슬라이드를 주고 받을 필요 없이 디지털 파일을 공유하게 된다. 

디지털 병리의 필요성이 등장한 것은 매년 암환자가 늘어나 업무량이 늘어나지만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 따른 것이다. 병리학회 내에서는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절실히 필요로 했다. 

병리 검사는 암환자의 증가와 더불어 매년 3~5%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단순 조직검사 이외에 면역조직화학검사, 분자유전체검사 등 다양화되고 있다. 질병분류도 점점 세분화돼 각각에 맞는 치료법에 따라 적절한 초전문 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병리과 전문의는 매우 부족한 상태다. 올해 기준 병리과 전공의 수는 4년차 31명, 3년차 22명, 2년차 21명, 1년차 15명으로 더욱 줄어들고 있어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돼왔다.

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은 "병리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매년 3~5% 업무량이 증가하고 세분화된 병리진단이 필요한 데 있다. 검사보고서당 진단결과가 A용지 3~4페이지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디지털 병리는 진단오류를 최소화하고, 초전문 정밀진단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진단보조 알고리즘을 통해 진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줄이고 병리 전문의의 초전문화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국민보건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병리 빅데이터를 만들면 어떤 데이터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국가적인 빅데이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이사장은 "새로운 의료산업의 기회가 AI소프트웨어나 암환자 정밀진단에 대해 크게 기여할 수 있고, 정밀한 진단으로 환자 안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이사장은 이어 “보건의료 분야에서 디지털화 되지 않은 마지막 분야가 병리라고 할 수 있다.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미래의료로 도약하는 바탕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판단해 이 분야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에 따른 비용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올해부터 디지털 병리를 도입을 시작해 2년에 걸쳐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부 병원은 자체 투자로 진행하지만, 전체 병원들이 디지털 병리를 도입해 진단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에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장 이사장은 “현재의 낮은 병리수가 체제에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더 어렵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건의하고 있지만 가산료 방식으로 디지털 방식을 정책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영상의학과에 PACS 도입이 됐을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급여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일어났다"라며 "영상의학과 방식으로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디지털 병리 역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리학회 이경분 정보이사는 "대규모 연구는 아니지만 병리진단을 위한 중복검사가 3분의 1로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라며 "환자가 보통 병원을 2~3곳을 옮겨 다니며 진단을 받기 때문에 디지털 병리로 전환하면 기관 단위로 진단정보를 교류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보이사는 "현재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병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미경을 통해 진단해왔던 시스템이 이제 디지털 병리로 전환한다면 산업 활성화가 일어나고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라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대한병리학회 의료정보연구회는 2019년 봄학술대회에서 학회 정책연구사업으로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마련했다. 대한병리학회 공식 학술지(Journal of Pathology and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에 우선 공개한 다음 오는 11월 15일 학술지를 통해 정식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번 권고안에는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개발의 배경 목적, 적용범위, 기본용어설명, 디지털병리 시스템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려사항, 디지털 병리시스템의 성능평가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원격병리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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