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2.04 11:24최종 업데이트 19.02.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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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 근거 보니…임상 아닌 청구데이터로 분석·환자 여러번 입원했다 사망하면 사망횟수 늘어

지역병원협의회·바른의료연구소 '의료이용지도 연구' 문제점 분석 ①분석데이터에 오류투성이

대한지역병원협의회와 바른의료연구소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의 문제점 분석 및 관련 의료 정책들의 오류'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발췌합니다. 이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 1차 보고서를 대한지역병원협의회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바른의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 주장과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대 설립 및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연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부 정책의 학문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병상총량제와 공공의료 확대 정책은 그 자체로도 많은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순 서-

①의료이용지도 연구는 분석에 이용한 데이터부터 오류투성이이며, 분석 과정에서도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②의료이용지도 연구는 병상총량제를 통한 병상 수 제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연구이다.
③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유무의 강조를 위해 인용한 Naleef Fareed의 논문은 내용상 이 연구와 부합하지 않는다.  
④입원 의료의 질을 평가할 때 사망률만을 가지고 평가하면 잘못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⑤정부가 추진하는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및 기능변경 정책은 학문적으로 근거가 없고, 심각한 역효과가 이전부터 우려되어 왔다.
⑥정부가 추진하려는 커뮤니티케어와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및 기능변경 정책은 상호 모순된다. 
⑦공공의전원 설립이나 공공병원 추가 설립 등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⑧민간에서 의료를 90% 이상 제공하면서 만들어진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의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고,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발전해 나가는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⑨결론: 선진국 베끼기식 사회주의 의료시스템 고착화 정책 아닌 대한민국 의료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의 문제점 분석 및 관련 의료 정책들의 오류' 보고서에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수행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는 분석에 이용한 데이터부터 오류투성이이며, 분석 과정에서도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의료이용지도 연구는 2010년부터 만 5년간 건강보험 공단으로 청구된 청구 데이터를 이용해 수행됐다. 연구소가 2016년 12월에 제출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 1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연구방법 상의 심각한 오류로 이 연구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만들었다. 

연구소는 우선 신뢰성에 의구심이 가는 청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청구 데이터는 임상자료가 아니라 삭감을 막기 위한 자료인 것이다. 

또한 연구소는 하나의 동일한 질환 치료를 위해 입원한 모든 에피소드를 하나의 질환 에피소드로 보고 사망비를 구해야 한다”라며 “하나의 질환별 에피소드가 아니라 지난 5년간 입원한 경우 모두를 각각의 입원 에피소드로 정의했다.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이 환자의 모든 입원 에피소드를 사망 에피소드로 데이터화 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타 지역 병원에 입원해 사망한 경우 타 지역에서는 제외시키고, 거주지역에서의 입원 에피소드들을 모두 사망 에피소드로 분류했다. 이렇게 되면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인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농어촌 지역에서의 사망비는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대형병원이 많은 대도시 지역은 과소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청구데이터, 임상데이터 아닌 삭감을 피하기 위한 데이터 

연구소는 청구 데이터에는 환자의 병력, 진단 검사 및 영상학적 검사 결과, 의료진들의 의무기록 등이 포함된 임상자료들이 포함돼있지 않다. 건강보험 청구자료 데이터를 사용해 나온 의료지도이용 연구 결과는 의료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대한민국에서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가 과연 연구 목적의 데이터로서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매우 부정적이다. 거의 모든 의료기관들의 청구 패턴은 최대한 삭감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특히 병원에서 진료비를 청구할 때에는 먼저 각 병원 보험심사팀에서 한 번 더 검토해서 최대한 삭감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청구 내역을 재조정한다. 이러한 재조정에는 진단명 코드도 포함된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병원에서 청구 시 입력하는 진단명 코드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청구 시 입력하는 부진단명의 경우는 삭감을 피하기 위한 모든 코드를 다 입력하는 방식을 대부분 취한다. 이 때 포함된 부진단명을 바탕으로 산출된 환자의 동반질환점수는 신뢰할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의 동반질환점수를 반영해 산출한 중증도보정사망비 역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연구결과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원자료(raw data)라고 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정확성(accuracy), 충실성(integrity), 신뢰도(Reliability)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건강보험 청구자료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영국 NHS의 Centre for Reviews and Dissemination과 Nuffield Institute for Health가 공동 작성해 Effective Health Care에 게재한 '병원 규모 및 건강 관리 결과, 비용 및 환자 접근 (Hospital volume and health care outcomes, costs and patient access. Effective Health Care)2)' 논문에는 일상적인 병원 데이터는 환자구성(case-mix)을 적절하게 보정할 수 있는 세부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자세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망 위험을 보정하는 연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입원 에피소드, 질환별로 여러차례 입원하면 정확히 분류 안돼 

의료이용지도 구축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년간 입원환자 청구건수는 6700만여건이며, 이를 급성기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환자의 입원 에피소드별로 정렬하기 위해 4100여만 건으로 최종 데이터를 확정했다. 하지만 입원 에피소드가 실제로 질환별로 정확하게 분류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질환으로 여러번 입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연구의 연구자들은 입원 에피소드를 동일 환자와 동일 요양기관에 대해 중복 입원 청구됐다. 선청구 건 퇴원일자와 후청구 건 요양개시일자가 1일 이내인 경우 동일 입원 에피소드로 간주한다고 정의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퇴원일과 다음 입원일이 1일 이내이면 하나의 입원 에피소드지만, 1일 이상인 경우는 아무리 동일한 질환으로 입원하더라도 서로 다른 입원 에피소드로 보고 있다. 따라서 퇴원일과 다음 입원일이 1일 이상인 경우에는 한 환자가 여러 번 입원을 하더라도, 그 횟수만큼 입원 에피소드가 발생해 데이터셋(dataset)에 입력된다”라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연구에서는 의료이용 결과지표를 영국 HSCIC(Health & Social Care Information Centre)에서 제시한 Summary Hospital-level Mortality Indicator(SHMI, 병원수준 요약 사망지표)를 활용해 중증도보정사망비를 산출했다. SHMI는 실제 사망자수와 기대 사망자수의 비(ratio)로써, 진단그룹별 성별, 연령, 입원경로, 퇴원년도, 동반질환(Charlson Comorbidity Index: CCI) 등을 보정해 산출한다. 현재 SHMI는 영국 NHS에서 급성기질환을 치료하는 비전문 병원들(non-specialist acute trusts)의 사망비 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소는 “SHMI에서는 여러 번 입원하더라도 진단군(The Clinical Classifications Software, CCS)이 동일하면 첫 번째 입원만을 데이터에 포함시키고 있다.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는 퇴원과 입원 간격이 1일 이상이기만 하면, 진단군이 동일해도 다른 입원으로 분모에 포함시키고 있다. 연구진들이 입원 에피소드의 정의를 수정했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SHMI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망 에피소드, 여러번 입원·사망하면 사망 횟수도 늘어  

입원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사망 에피소드에 대한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문제도 제기했다. 환자 한명이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면 입원횟수만큼 사망 에피소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망일자가 퇴원일자와 동일하거나 마지막 입원 건의 퇴원일자로부터 30일 이내인 경우 '원내사망 및 퇴원 후 30일 이내 사망'으로 정의했다. 연구진들은 환자가 원내사망이나 퇴원 후 30일 이내에 사망하면, 그 환자가 연구기간인 5년 동안(2010년 5월 1일~2015년 4월 30일) 입원했던 모든 병원들의 입원 에피소드를 사망 에피소드로 분류했다. 

연구소는 “한 환자의 입원 에피소드가 한 번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만성 질환자들은 사망 전까지 수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만약 연구에 포함된 5년 동안 A라는 환자가 10번을 입원했고 마지막 10번째에 사망했다, 이 환자로 인해서 10개의 사망 에피소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Michael J Campbell etc. Developing a summary hospital mortality index: retrospective analysis in English hospitals over five years. BMJ 2012;344:e1001 doi: 10.1136/bmj.e1001 (Published 1 March 2012)3). 자료=바른의료연구소 

반면 영국 SHMI는 환자가 사망할 경우 30일 이내에 마지막으로 치료한 병원(트러스트)에서의 입원 에피소드에서만 사망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환자가 사망하면 그 환자가 입원했던 모든 입원 에피소드에서 사망한 것으로 배정하는 것은 또 다른 사망비 지표인 HSMR(Hospital Standardized Mortality ratio, 병원 표준화 사망비)이다. 

연구소는 “이 연구는 SHMI를 활용했다고 하면서도 다른 지표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수시로 가져다 쓰고 있다. 이런 식의 연구는 과학적 엄밀성을 상실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는 입원 에피소드를 퇴원과 다음 입원 사이에 1일 이상이기만 하면 모두 새로운 입원으로 정의했다. 이에 더해 환자가 사망하면 연구 기간 중 환자가 입원했던 모든 에피소드를 사망으로 정의한 것은 자의적인 정의”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렇게 정의해 버리면 결국 사망 전 몇 년간 입원한 횟수가 많을수록 해당 병원과 해당 지역의 사망률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은 대도시 지역보다 고령 인구가 많아 입원 횟수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병원들의 사망비가 대폭 높아지게 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편견(bias)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입원 횟수를 보정해야 했지만, 이 연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결국 이 연구에서의 핵심 결과변수인 사망비는 의료의 질이 아니라, 바로 해당 병원 또는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가 5년이란 기간 동안 사망 전에 얼마나 많이 입원했는지가 주요 결정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령 만성질환자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병원들은 이 연구의 객관적이지 않은 입원 및 사망 에피소드 정의에 의해 퇴출 대상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긴 환자, 사망비 분석 대상에서 제외  

이 연구에서는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 간에 사망비의 차이를 보기 위해 다수준 분석을 진행했다. 다수준 분석에서는 권역 내 입원 환자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고 다른 지역으로 병원을 옮긴 환자에는 해당하지 않는 오류가 있었다.  

연구소는 “거주지가 A 지역인 사람이 B 지역 병원에 가서 입원한 에피소드는 B 지역의 사망 에피소드에서 제외시켰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이용 패턴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소는 “대부분 국내 환자들은 큰 수술이 필요하거나 중증 질병으로 진단받으면 농어촌 지역의 환자라 하더라도 대도시 지역의 병원으로 옮겨 입원한다. 그리고 이런 중증 질환자들의 사망률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만약 거주지역 이외의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에 대해 거주지역과 이송지역 모두에서 모든 입원 에피소드를 분석에서 제외한다면 이 연구의 방침(policy)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다른 지역의 병원에 입원 후 사망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제외하면서도, 거주지역에서의 이전 입원 에피소드들은 모두 사망 에피소드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면 결과는 심각한 편견(bias)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대형병원이 많은 대도시 지역에서 사망한 타 지역 환자들을 모두 사망 에피소드에서 제외시키면 대도시 지역의 사망비는 실제보다 과소평가(underestimation)된다. 타 지역 병원에서 사망했음에도 거주지역 병원에서의 이전 입원 에피소드를 모두 사망 에피소드로 분류하면 농어촌 지역의 사망비는 실제보다 과대평가(overestimation)된다”라며 “이처럼 문제가 많은 연구를 중소병원 퇴출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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