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브비가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DC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가 이전에 한 가지에서 세 가지의 전신 요법을 받은 적이 있고,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허가 받았다고 밝혔다.
난소암은 난소와 주변 나팔관, 복막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고,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도 부재해, 10명 중 7명은 암이 진행된 3기 이상으로 진단된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1차 치료는 수술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중심으로 이뤄지나, 첫 치료 후 7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며, 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생긴다. 이에 5명 중 1명은 백금기반 치료 후 6개월 내 재발하는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발전한다.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며 반복적인 선행 치료로 전신 상태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 또 사회적 고립감과 더불어 기존 치료로 인한 탈모 등 정서적인 부담이 크고,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국내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5.8%로, 유방암(94.3%), 자궁체부암(89%) 등 다른 여성암과 비교해 30%p 가까이 낮다.
엘라히어는 FRα양성인 난소암 치료에 최초이자(first-in-class) 유일하게 승인된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 약 10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다. 암의 성장, 전이, 치료 저항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인 엽산-수용체 알파를 표적한다. VENTANA FOLR1 (FOLR1-2.1) RxDx Assay라는 로슈진단의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종양 세포의 75% 이상에서 세포막 염색 강도가 2+ 이상으로 확인된 경우 FRα 양성으로 판정하며 난소암 환자의 약 35~40%가 여기에 속한다. 엘라히어는 종양 세포 표면 FRα 수용체에 결합해 강력한 세포독성 물질을 방출하여 암세포를 사멸하고, 주변 암세포까지 제거하는 기전으로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처음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 개선을 확인하는 등 임상적 유의성이 관찰됐다.
허가의 기반이 된 3상 임상 ‘MIRASOL’ 연구 결과, 엘라히어는 FRα 양성이며 이전에 최대 3가지 치료 경험이 있는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요법인 비(非) 백금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엘라히어 치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62개월로, 대조군의 3.98개월 대비 개선됐으며, 객관적 반응률 역시 42.3%로 대조군(15.9%)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한 엘라히어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6.46개월이었던 반면 대조군은 12.75개월로 나타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으며, 사망 위험 또한 33% 감소했다. 엘라히어와 관련한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모든 등급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엘라히어 치료군 96.3%, 대조군 93.7%이었다.
이러한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FRα 양성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의 치료로 엘라히어를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이자 카테고리 1(Category 1)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한부인종양학회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 수준(Level I)과 권고 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는 “백금저항성난소암은 치료 선택지가 현저히 부족해 혁신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엘라히어의 허가는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약 10년 만에 이루어진 진전이다. 3상 연구를 통해 FRα 양성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의 연장뿐 아니라 전체 생존율 개선을 입증하였고,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대조군과의 전체 생존 곡선 차이가 점차 벌어지며,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엘라히어는 백금저항성 환자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허가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ADC 약제로 국내 환자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더불어 FRα발현율은 진단부터 재발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으로, 백금저항성으로 진행 시 환자가 신속하게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초의 난소암 조직 진단 시 동반진단검사를 통하여 FRα 양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애브비 의학부 강지호 전무는 “이번 허가로 미충족 수요가 컸던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들에게 ADC 치료제의 혁신적인 치료 혜택을 처음으로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애브비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난소암에서 표적 치료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난소암의 전 단계에 걸쳐 치료 예후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더 건강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