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08 12:06최종 업데이트 22.03.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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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설까지 무차별 포격 러시아...국내외 보건의료계도 '우려'

우크라이나 의료시설 공격으로 6명 사망∙11명 부상...전쟁 속 임산부∙영유아∙난민들 건강상 위험도 커져

WHO는 의료시설과 의료진에 대한 공격을 멈출 것을 러시아에 촉구했다. 사진=WHO 트위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침공하면서 보건의료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당초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최근 들어 민간인 시설에 대해서도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지며 버티자 타깃을 우크라이나 일반 국민들로까지 넓힌 셈이다.

이 와중에 의료시설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소재 의료시설들에 대해 수차례 공격을 가하면서 총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전쟁 중이더라도 의료시설, 의료진에 대한 공격은 삼가야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에 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의료시설과 보건의료 종사자들 대상 공격은 의료 중립성과 국제 인도주의 법에 대한 위반”이라고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내 보건의료계에서도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기초적인 보건의료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면서 군인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 특히 임신 여성과 영유아 등의 건강상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오흐마데트(Okhmadet) 국립 어린이 전문병원의 경우, 포격 우려 탓에 환아들이 지하실로 대피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아들은 쉽게 피난을 떠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의 한 병원에서는 의료진들이 지하에서 임산부들의 출산을 돕고 아이들의 건강까지 돌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유니세프 페이스북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훈상 교수는 “의료시설들이 직접 타깃이 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초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다보니 특히 임신 여성과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러시가아 주요 도시들을 봉쇄해 포격하고 있어 식수나 식량도 끊기고 있다”며 “영양이나 위생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박인숙 전 의원(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명예교수)은 6일 SNS를 통해 이번 전쟁으로 인해 접종 완료율이 35% 수준에 그치는 우크라이나 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통계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날인 23일에 멈춰있는 상황이다.

박 전 의원은 “잔인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생명이 풍전등화 같아 코로나를 걱정할 상황이 아니지만 국내에서 지하벙커, 지하철 역사 등 밀폐된 공간에 빼곡히 피신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진을 보면서 코로나가 또 다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며 “통계가 멈추기 직전까지를 보면 오미크론이 한참 정점을 향해 확산되는 중이었고,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쟁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만명에 달하는 해외로 도피한 사람들에게도 코로나는 여전히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접종 완료율은 35%에 불과하다. 물론 자국에 남아 직접적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보다 낫기는 하지만 난민캠프에서 기본 서비스도 부족한 마당에 방역이나 의료서비스는 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쟁이 끝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최소한 전쟁 중이더라도 민간인들의 피난길은 열어주고, 동시에 기본적 식량이나 기초의약품이 민간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인도적 통로’를 통해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로 했지만 러시아가 폭격을 이어가며 실제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진통 끝에 러시아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극적으로 합의에 이른 상태다.

이 교수는 “러시아가 최소한 인도적 통로에 대해서만큼은 존중해줘야 한다. 또한, 최소한의 보건의료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관련 물품 및 의약품이 민간인들이 있는 지역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난민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후원금을 보내는 것 외에는 크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어 더욱 답답하다”며 “러시아의 공격에 인명 피해가 크지 않기를,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기를, 하루빨리 기적같이 이 잔인하고 명분없는 전쟁이 끝나길 기원한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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