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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호킹 박사의 '루게릭병' 진단은 오진(誤診)인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18.10.12 06:07 | 최종 업데이트 18.10.12 06:07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3월 14일 타계한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1942년 옥스퍼드에서 출생해 1962년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호킹이 1963년 케임브리지의 대학원생으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의사들은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돼 전신이 뒤틀리는 근위축성측생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에 걸렸다는 진단과 함께 그가 2년 이상 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반인에게 쉽게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ALS는 발병한지 3~5년안에 마비가 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학문인생은 ALS에 발병한 그때부터 시작됐다. 1973년 '블랙홀은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해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우주 물리학의 새로운 학설을 내놓으면서, 강한 중력을 지녀서 주위의 모든 물체를 삼켜버린다는 종래의 ‘블랙홀’ 학설을 뒤집어 놓았다.

    1974년 사상 최연소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됐고 1980년부터 뉴턴, 디랙에 이어 케임브리지대학 제3대 루카시언 석좌교수를 맡고 있던 호킹 박사는 85년 폐렴으로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호흡을 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서 대화를 할 만큼 중증 장애자이다. 이런 면에서 스티븐 호킹은 '의학계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2018년 3월 14일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박사가 타계하자 USA 투데이는 이날 루게릭병을 앓았던 스티븐 호킹이 어떻게 이토록 오래 생존할 수 있었는지에 관해 보도했다. 1963년 당시 21살에 루게릭병 발병 확인 후 스티븐 호킹은 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무려 55년을 생존했다.

    세계 루게릭협회 최고 의학자인 루시 브루이즌 박사는 "스티븐 호킹의 수명은 예외적이다. 나는 루게릭병에 걸린 후 그처럼 오래 산 환자는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브루이즌 박사는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스티븐 호킹이 어린 나이에 발병했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는 없다"고 단호히 대답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주립대학(UCLA) 의대 크리스토퍼 쿠퍼 명예교수는 3월 19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서한에서 호킹 박사가 55년 전 진단받은 질병이 오진이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저명한 의학 전문가인 쿠퍼 교수는 호킹 박사의 증상 등이 루게릭병의 의학적 병명인 ALS의 전형적 증상 등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앓은 병은 루게릭병이 아니라 실제론 척수성 소아마비를 앓았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쿠퍼 교수에 따르면, ALS는 보통 삶의 후기에 발병해 끊임없이 악화하며 진행된다. 통상 진단 후 3~5년 내 사망하며 10년 이상 사는 경우는 20% 미만이다. 호킹 박사는 21세 때 ALS 진단명을 받은 후, 76세에 타계할 때까지 팔다리와 근육에 수동적 흉부물리요법과 물리치료를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았다. ALS로 이렇게 오래 생존한 것은 예외 중의 예외다.

    호킹 박사는 몸은 마비됐지만 죽기 전까지 정신은 말짱했다. 그러나 아무도 호킹 박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주목해야 할 논문이 2018년 9월 12일에 'ALS-specific cognitive and behavior changes associated with advancing disease stage in ALS'라는 제목으로 Neurology에 출간됐다.

    영국 에딘버그대학의 샤론 에이브러햄스(Sharon Abrahams) 교수팀은 ALS에 진단받은 초기 환자들과 ALS가 진행되면서 인지 기능은 물론 행동도 저하된다는 것을 보고했다. 에이브러햄스 교수는 ALS의 발병 후 시간이 지나면, 발병 코호트의 80% 이상이 한 가지나 그 이상의 인지기능과 행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했다. 그러기에 호킹 박사 때문에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ALS의 인지기능이 발병부터 떨어지고 병력이 길어지며 점점 인지기능과 행동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에이브러햄스 교수는 강조한다. 이미 1996년에 출간된 논문에도 인지기능과 행동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됐고 2017년에 보고된 더 많은 274명의 코호트 연구에서는 60% 이상의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고했다.

    쿠퍼 교수는 호킹 박사의 발병 시기와 경과 등이 의학계가 아는 ALS와는 다르다면서 "물론 의료에선 (기적이나 예외 사례 등)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ALS였을 개연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호킹 박사의 신경학적 문제가 운동신경계에만 영향을 미치고 말초근육만 약화한 상태로 계속 머물렀다는 점에서 척수성 소아마비(회백수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아마비는 20세기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주요 감염병이었다. 특히 1952년에도 대유행했는데 호킹 박사는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63년에 소아마비 바이러스나 유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쿠퍼 박사는 추정했다. 소아마비 가운데 척추성 소아마비는 폴리오바이러스에 중추 신경계의 운동신경세포가 감염돼 일어나는 것으로 심한 경우엔 마비와 근육약화, 골격근 변형이 다리 한쪽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들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상 어릴 때 걸리지만, 나이가 들어 감염되면 증상이 더 심하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루게릭병' 진단은 오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은 이렇게 그의 사후에나 언급되기 시작했다. 호킹 박사의 장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장애 부분을 논하는 것은 금기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쉽게 루게릭병으로 불리우는 ALS라는 질병에 걸린 양키즈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루게릭은 상대적으로 젊은 35세에 ALS로 진단을 받고 통계대로 2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기에 호킹 박사가 22세에 진단을 받고 55년을 더 산 것은 극단적인 예외라기 보다는 오진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천재물리학자 호킹은 다른 ALS 환자가 해가 갈수록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예외였다. 이 사실도 오진을 뒷받침한다. 암 진료에서 각광을 받는 정밀의학의 개념이 이제는 ALS 환자 진단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의학은 예술이며, 천체물리학은 신비(mystery)다. 이 둘을 이해하려면 믿음이 필요하다. 우주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그토록 많듯이 신경질환에 관해서도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물론 호킹 박사는 그 존재 자체로 이 두 미스터리에 빛을 비춘 뛰어난 사람이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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