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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범(初犯)으로 지목되는 헤르페스(Herpes) 바이러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18.09.07 05:05 | 최종 업데이트 18.09.07 05:0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헤르페스(Herpes)는 피부나 입술, 눈, 성기 등에 물집을 만드는 단순포진 바이러스다. 헤르페스의 어원인 그리스어 ‘헤르핀(herpin)’은 ‘잠복’이라는 뜻이다.  단순포진의 원인균인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HSV)는 어린 시절 감염돼 오랜 기간 잠복한다. 누구나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 입가나 눈가에 반복되는 물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바로 몸 안에 잠복해 있던 HSV가 활성화돼서 재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피부와 점막의 경계 부위에 급성으로 나타나는 수포성 병변이 특징이지만 모양 때문에 괜히 창피한 느낌이 든다. 또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대상포진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도 헤르페스의 한 종류이다.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노화와 면역력 저하에 의해 대상포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성인의 95%가 HSV에 감염돼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만큼 HSV는 사람에게 아주 흔한 바이러스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주범을 뇌의 특정 노폐물 단백질과 그 단백질의 응집으로 지목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베타 아밀로이드(Aβ)와 당이 함께 뭉쳐진 비정상적 단백질 덩어리가 과다하게 뇌세포에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죽게 돼 인지기능과 공간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Aβ의 응집을 억제하는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돼 임상실험을 했지만 특별한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고 번번히 임상에서 실패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Aβ가설’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Aβ노폐물 단백질이 치매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나 증세일지 모른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발병 시간 경과 상,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시점 이후에 급격히 Aβ 응집이 관찰된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는 학설이 Aβ에 묻혀 있다가 최근에 다시 주목받는다. 바이러스가 치매의 주범일 것이라는 가정은 벌써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다가 1991년에 최초로 8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6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뇌의 측두엽, 전두엽, 해마를 검사해 환자군의 뇌에서 헤르페스 1형 DNA를 확인했다. 

    2014년 10월에 스웨덴 우메아대학 의과대 후고 뢰브하임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단순포진 헤르페스 1형에 감염됐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에 단순포진 증상이 나타난 기간이 6.6년을 넘으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도가 2.3배나 높아지며 헤르페스 단순포진 감염 횟수가 많으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2일자 뇌신경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에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미국 마운트시나이 의대 조엘 더들리(Joel Dudley) 교수팀의 연구가 실렸다. 뇌 속으로 침투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자주 활성화돼서 증세를 일으키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알츠하이머 치매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사이나이 브레인뱅크(Sinai Brain Bank)의 사후 뇌조직에서 얻은 증거를 이용해 컴퓨터모델 분석 과정에서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헤르페스 6·7형(HHV-6A와 HHV-7) 바이러스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유전자 네트워크가 발견된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였던 사람의 뇌에서 6·7형 DNA와 RNA가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많은 반면 정상인에게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6·7형 헤르페스는 중추신경계와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포함된 대뇌 변연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는 데이터기반 접근법을 활용해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두 종류의 헤르페스 바이러스(HHV-6A, HHV-7)가 이 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한 첫 번째 연구사례이다.

    연이어 지난 7월 11일자 ‘뉴런’에는 지금까지 치매의 주범이라고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Aβ)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관계를 잘 설명한 논문이 하바드 대학 연구팀과 메사추세추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에서 나왔다. 그들의 지난 연구에서 Aβ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감염을 보호하는 선천면역(先天免疫, innate immunity)의 일원이라고 보고했다. Aβ가 섬유화가 되는 과정이 바로 Aβ 항균 활성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Aβ의 섬유화를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Aβ 단백질이 해로운 플라크로 침착되는 것은 뇌에 흔한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감염 영향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려는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헤르페스 감염에 대한 뇌의 방어 반응으로써 뇌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증가된다는 간단하고 직접적인 기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먼저  HSV1을 5XFAD 치매모델 마우스와 비교군 마우스에다 주사한 후 생존 기간을 조사했다. 인체 Aβ가 발현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의 뇌에 HSV를 주입한 뒤 이 쥐들이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쥐들에 비해 상당히 오래 생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Aβ 올리고머가 헤르페스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당단백질과 결합해 바이러스를 포집, 섬유화로 응집시켜 뉴런으로 침투하지 못 하도록 함으로써 HSV와 헤르페스 6·7형(HHV-6A와 HHV-7) 균주가 배양 인체 뇌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는 균이 없는 상태로 간주돼 왔으나 상주하는 미생물군이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일부는 정상적인 뇌 건강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뇌에서 통상적으로 발견되는 미생물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분류하기 위한 ‘뇌 미생물군집 프로젝트(Brain Microbiome Project)’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인이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조건에서 볼 수 있는 손상된 미생물군 모델과 유사한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킨다는 감염 가설과 Aβ 단백질이 원인이라는 Aβ가설을 알츠하이머 치매의 ‘항미생물 반응 가설’(Antimicrobial Response Hypothesis)로 통합했다. 이렇게 감염을 방해한 Aβ가 아무 쓸모 없는 ‘대사성 쓰레기(metabolic garbage)’로서, 마우스 모델에서 배양된 인체 뇌세포를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선천 면역계의 항미생물 단백질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핵심적인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직접 뇌세포를 죽이기 때문이 아니라 Aβ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신경염증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Aβ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이 아니라 초범(初犯)으로 침입한 바이러스를 막는 선천 면역계의 처음 방어막인 아군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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