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0.25 05:49최종 업데이트 19.10.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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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과학논문 '제1저자(First Author)'의 영광과 미래 과학자 키우기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픽사베이(Pixabay)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필자는 1982년 여름 위스콘신 약학대학에서 'Slow Reacting Substances of anaphylaxis from Cat Paws'라는 Thesis로 박사학위(Ph. D.)를 마쳤다. 새로운 타겟으로 부상하던 류코트리엔(leukotriene) 생합성이었기에 제약사의 관심이 많았다. 시카고의 애보트(Abbott)와 필라델피아 교외의 스미스클라인비참(후에 GSK로 합병) 두 제약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시카고에 누님 두 분이 사시기에 가기 좋은 곳이었고 필라는 동부라 부모님과 가깝기에 좋았다.

특히 필라 두번째 방문에는 당시 SK&B에 근무하시던 정성기 박사(나중에 한국에 들어오셔서 포스텍 총장을 지내심) 댁에 가서 저녁까지 얻어먹으며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번 인터뷰를 했으나 결국 Senior Scientist 오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침 맥카들 암연구소(McArdle Laboratory for Cancer Research)의 뮬러 교수(Dr. Mueller)가 '아라키돈산 대사물(Arachidonic acid metabolites)' 과제를 진행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경험이 있는 나를 간절히 원하셨다. 새로운 학교로 이사가면 두 아이들과 함께 적응의 어려움이 있기에, 매디슨(Madison)에 남아 포닥(post doc)을 수행해 다음 구직을 위한 이력을 채우기로 결정했다. 이미 포닥 경험없이는 제약사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포닥 과정도 '도제제도(徒弟制度)'의 연속이다. 장인이 되기 위해 배우는 서열이 분명한 것처럼 그 과제를 익히기 위해 매디슨에서 밀워키 쪽으로 한 시간 떨어진 도살장으로 매 월요일마다 아침 일찍 출근했다. 소가 도살장 안으로 들어오는 애절한 모습부터 시작해 장인들이 그 소를 먼저 도살한 후 옆에서 기다리는 나에게 소의 림프를 떼어내 주면 그것을 받아 매디슨 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랩에서 림프를 정리해 소 림프구 세포를 매주 만들어 한 주를 길렀다. 이런 과정이 매주 반복됐다.

지방산인 아라키돈산을 림프구(lymphocytes)에 처리한 후 '12-O-테트라데커노일포르볼(Tetradecanoylphorbol)-13-아세트산염(acetate)'(TPA)로 자극하면 두 가지 아라키돈산 대사물이 생긴다. 이 대사물이 어떤 물질인가가 연구과제의 주제였다. 이 과제를 시작한 스티브 라이튼(Dr. Steve Wrighton)과 함께 'Demonstration of two unique metabolites of arachidonic acid from phorbol ester-stimulated bovine lymphocytes'(Carcinogenesis, Volume 4, 1 October 1983, Pages 1247~1251) 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스티브가 제1저자(first author)이고 난 두 번째 저자였다.
 
그러나 스티브가 예정대로 연구실을 떠나고 나 혼자 실험을 재현할 때 문제가 생겼다. 나 혼자도 그렇게 여러 번 재현이 잘 되던 대사물이 이번에는 아예 나오지가 않았다. 왜 그럴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두 실험은 무엇이 차이가 났을까? 난 탐정처럼 조사에 착수했다.

실험에 항상 사용하던 [3H]아라키돈산을 뉴잉글랜드원자력(New England Nuclear, NEN)에서 구입하지 않고 아머샴(Amersham)에서 구입한 것이 다른 점이었다. 마침 NEN의 스톡(stock)이 떨어져서 공급자를 바꾼 것이었다. 두 가지 제품을 자세히 비교해봤다. 별 차이가 없었지만 NEN은 에탄올 솔루션(ethanol solution)으로 공급하고 아머샴은 디메틸술폴시드(Dimethyl sulfoxide, DMSO) 솔루션으로 공급하는 차이였다. 결론적으로 에탄올을 함유하는 [3H]아라키돈산을 사용했을 때는 대사물이 생기고 에탄올이 없는 [3H]아라키돈산을 사용하면 대사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가 관찰했던 두 개의 대사물은 에탄올과 아라키돈산이 공통분모였다. 당시에는 ‘구글링(Googling)’이 없었다. 대답을 얻기 위해 논문을 뒤졌다. 마침 'Alling C, Gustavsson L, Anggard E. An abnormal phospholipid in rat organs after ethanol treatment'라는 논문을 찾았다. 이 스웨덴 그룹은 에탄올의 남용, 술이 뇌에 미치는 위험성을 연구하는 팀이었다. 그들이 발견한 비정상적인 인지질은 바로 포스파티딜에탄올(Phosphatidylethanol, PEt)이었다.
 
인지질분해효소D(PhospholipaseD, PLD)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글리세롤인지질(glycerophospholipid)의 다이에스테르 단자(terminal diester) 결합을 가수분해(hydrolysis) 해 선두그룹(head group)을 포스파티딘산(phosphatidic acid, PA)으로 분해하는 효소다. 반응 용액 내에 짧은 지방족 알코올(aliphatic alcohol), 예를 들어 에탄올이 존재하면 트랜스포스파티딜화(Transphosphatidylation)에 의해 PEt가 만들어지고 메탄올이 존재하면 PMt가 만들어진다. 이 트랜스포스파티딜화는 PLD만의 고유의 성질이기에 PLD 활성화의 표지로 사용되고 있다. 포유 동물에서 PLD의 활성이 가장 많은 조직이 뇌와 허파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두 개의 대사체는 쉽게 규명될 수 있었다. 대사체의 구성 지질이 다른 PEt라고 밝힐 수 있었다. 'Pai, J.-K., Liebl, E. C., Tettenborn, C. S., Ikegwuonu, F. I. and Mueller, G. C., 12-O-Tetradecanoylphorbol-13-acetate Activates the Synthesis of Phosphatidylethanol in Animal Cells Exposd to Ethanol.  Carcinogenesis, 8, 173(1987).' 드디어 과학논문의 '제1저자(First Author)'의 영광을 얻었다. 물론 이 논문은 필자가 위스콘신을 떠난 후에 출간됐지만 3년 6개월의 포닥 생활은 겨우 두 개의 'Carcinogenesis' 논문으로 마무리 지었다.

필자를 이어 두번째 저자인 Eric Liebl은 학부 학생이었다. 그는 위스콘신 출신이며 사이언스를 전공하며 과학이 좋아 시간을 쪼개 실험실에 와서 나를 도와 실험을 진행했다. 물론 에릭에게 장학금도 지급됐다. 3학년, 4학년을 그렇게 지냈기에 다른 두 포닥보다 먼저 이름이 올랐다. Eric은 1986년에 학사를 끝내고 1991년 분자세포생물학(Molecular and Cell Biology)으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박사학위(Ph. D.)를 받았고 1994년부터 오하이오의 데니슨대학교(Denison University) 생물학과(Department of Biology)에서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필자는 첫 과학논문 제1저자(First Author)의 영광과 함께 미래 과학자 키우기까지 경험한 것이다. 이런 미래 과학자 키우는 일이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한독에서 고문으로 일할 때 여름마다 미국의 대학교에 다니는 몇 학부 대학생들에게 신약개발의 맛을 보게 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어떤가? 서울대학교의 교내 성적장학금을 폐지를 두고 일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장학금 논란의 불똥이 학생들에게 튀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성적장학금이 학업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동기이자 우수한 인재에 대한 인센티브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를 폐지할 경우 학업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

또한 과학 논문 제일 저자뿐만 아니라 논문에 자녀들의 이름을 이런 저런 이유로 넣어준 이런 상황에서 에릭처럼 과학이 좋아 장학금을 받으며 과학에 올인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수 있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과학이 좋아 과학에 올인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교수도 아무 염려없이 이런 학생들을 잘 지도하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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