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11 06:14최종 업데이트 24.03.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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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의대정원 이슈 표심 계산 끝났나…‘장기전 유도, 의료대란 우려는 최소화’

"전통적 보수성향 의료계 민심은 과감히 포기…간호법까지 동원해 현장 간호사 민심 잡기 나서"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 때리기'로 대통령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자, 정부가 이번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는 장기전을 위한 포석을 놓은 상태다. 정부는 예비비 1285억원을 투입해 병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일손이 부족한 곳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파견을 시작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투입해 응급실과 중환자 진료 등 수가 인상에 쓰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보조(PA) 간호사 제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들이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 보완 지침도 마련했다. 

한국리서치 등이 8일 밝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전 대비 1%p 오른 39%로 2022년 6월 5주차(45%)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긍정평가 이유(한국갤럽)론 '의대정원 확대'가 28%로 가장 높았고 '결단력과 추진력, 뚝심'이 9%로 그 뒤를 이었다.  

의사 때리기 별개로 ‘의료공백’ 여론은 최소화 전략

10일 의료계와 정관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전공의 사직 상황 해결보단 노골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미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 계산을 끝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표심에 도움이 되는 이번 의대 증원 이슈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총선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의사 때리기가 표에 도움이 되니 이번 이슈를 최대한 잘 활용하려는 정부 의지가 보인다. 이 때문에 의료계를 자극하는 발언들을 내뱉고 의사들이 저항하면 이를 강하게 제지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 때리기와 별개로 의료공백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전공의와 의사협회 집행부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경하게 가되, 현장 의료공백을 적절히 막고 있다는 여론 형성을 위해 정부가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2월 29일 이후 '병원 이탈 행위는 엄연한 범죄'라며 면허정지 등 강경한 법적 조치를 실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대란은 없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내고 있다.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됐을 때 환자 불편의 책임소재가 정부로 향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민수 차관은 8일 "시급하지 않은 수술이 일부 지연되는 불편이 있었으나 응급과 중증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료대란이란 표현은 과장됐다"고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되고 국민들은 꼭 필요하거나 급한 경우가 아니면 평소에 비해 응급실 이용을 크게 줄였다. 경증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30% 넘게 줄어든 덕분에 의료체계는 과거 비슷한 집단행동이 벌어졌을 때 보다 차분하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정말 의사 수 확대로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보단 의사들을 '의새'라고 악마화하며 표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입학정원 확대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의 강화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어떻게 필수, 지방의료가 강화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며 "그런 설명보다는 ‘의새’ 악마화에 더 열심인 것 같다. 오죽하면 총선을 앞둔 파업 유도가 아니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이는 보수주의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간호법까지 동원해 현장 간호사 민심 잡으려는 정부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을 보였던 '의사 표'는 과감히 버리고 간호계와 손을 잡는 모습도 엿보인다. 그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면서 심지어 '간호법 재추진'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간호협회가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 보건 체계를 강화하는 의료 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도 "간호법이 될지, 아니면 의료법 개정안이 될지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자는 중지는 모였다"고 했다. 

정부가 간호사 민심잡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나마 현장 경험이 있는 PA와 전문간호사 등까지 업무 과부하 증가로 의료현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 자신이 거부했던 법안을 현 정부가 다시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수 있지만, 간호법을 동원해서라도 현장 간호사들의 민심을 잡아 의료대란을 피하고자 하는 정부의 속내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파견도 사실상 '간호사 달래기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공보의들은 병원 근무 경험이 없는 일반의가 대다수라 파견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늘어난 PA간호사들의 업무범위를 법률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의사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이슈를 단순히 표심 공략 정도로만 생각하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계 갈라치기와 악마화 등 여론전을 멈추고 당장 전향적인 해결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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