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14 07:26최종 업데이트 22.06.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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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3·4년차 전문의 시험 준비 어려워지나...일부 수련병원, 연차 당겨쓸 수 없다 공지

1년 근무 전 연차 미리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파장...저수가∙인력부족∙전문의 시험 실효성 등 얽혀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연차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레지던트 3·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해오던 ‘열외’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문제의 이면에는 저수가에서 비롯된 병원의 인력 부족, 현행 전문의 시험의 실효성 문제 등도 자리하고 있어 해결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최근 일부 수련병원들은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전공의들에게 연차를 미리 당겨쓸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의 시험 전 1~3개월 전문의 시험 준비 몰두 불가능? 

그간 마지막 연차 전공의들은 연차를 사용하는 것에 더해 병원의 배려를 받아 시험 전 1~3개월 가량을 전문의 시험 준비에 몰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연차는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공의들의 경우 계약에 따른 근무 시작 시점이 3월이다. 따라서 해당 연도의 연차는 1년간의 근무를 마친 3월 이후에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은 다음해 1~2월에 예정된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1년 근무를 채우기 전인 직전해 연말부터 연초에 이르는 기간에 연차를 당겨쓰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이 연차는 1년 근무를 해야 발생한다고 판결하자 일부 수련병원들이 이 같은 판결에 따라 연차를 미리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당장 내년에 전문의 시험을 봐야하는 전공의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병원의 배려가 없을 경우, 남은 연차만으로 전문의 시험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협은 지난 5월말 복지부 관계자들과 만나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전체 수련 내용을 정리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협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면서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피력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애초에 휴식을 위한 휴가 기간에 전문의 시험을 준비해야하는 상황도 맞지 않다”며 “주 80시간씩 근무를 시키다가 시험이 가까워지니 연차를 써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복지부에는 전문의 시험 준비가 갖는 교육적 의미와 현실적으로 기존처럼 근무를 하면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달 안에 대한의학회와도 만나 논의할 예정인데, 최소한 전문의 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3~4년차 전공의의 열외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해당 문제는 인력 부족 등 의료계의 여러 이슈들과 얽혀 있어 그간 해결이 난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원들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공의들의 열외를 막기 위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자는 제안이 나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공의는 값싼 인력 근로자이기에 앞서 피교육자 신분 

의료계는 이번 열외 논란과 관련해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는 근로자이기에 앞서 ‘피교육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열외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전공의를 전문의 부족을 메울 ‘값싼 인력’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학회의 임원을 지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줄 필요가 있지만 병원은 인력 문제 탓에 부정적인 것”이라며 “이제는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 보는 구시대적 사고를 버리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잘 교육해 훌륭한 전문의로 길러낼 수 있을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정부가 전공의 교육을 위한 투자는 물론이고 병원들이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도록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보조인력 등의 활용도 용이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차제에 현행 전문의 시험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의 시험이 수련 과정에서 내실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역량을 검증하는 방식이 돼야지 벼락치기 공부를 유도하는 필기시험 형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매일 환자만 보다가 어느날 갑자기 몰아서 책을 읽은 걸로 전문의 시험을 치르는 방식은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의는 개별 학회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전공의 수련을 제대로 받으면 그냥 그걸로 인정을 해주는게 맞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 수련 제도가 교육이 아니라 저수가 환경에서 병원들이 값싼 인력을 쓰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30~40년 전에 마련된 전공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가 전공의 교육 개선을 위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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