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27 13:11최종 업데이트 15.04.3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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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의원의 '충고' 못알아듣는 한의사들

한의협,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서명

"논쟁 핵심에 의학적 판단 있어야 한다"

A라는 집단이 특정 권리를 허용하게 해 달라고 B라는 집단과 갈등 중이다. A는 그 권리와 관련한 지식을 배울 만큼 배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B는 그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결국, B는 A로부터 권리를 방어하는데 성공한다.​

 

2015년 의사들의 해피엔딩 스토리가 아니다.


1993년 있었던 약사의 한약 조제 허용에 대한 당시 결론이다.

 

당시 약사들은 ‘약용식물학을 배워서 충분히 한약 조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한의사는 ‘약용식물학만으로는 본초학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며 한약 조제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한의사협회가 전국 한의원에 배포한 포스터1

 

27일 한의사협회는 ‘더 경제적이고 편리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2장의 포스터와 함께 언론사에 배포했다.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현명하게 결론짓는 것이 마땅하다"며 100만명 지지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런 한의협의 주장들은 1993년 약사와 한의사 갈등을 상기시킨다.

 

그렇게 국민의 뜻을 중요시 하는 한의사들은 국민에게 더 좋은 접근성을 제공하고, '적절하게 배웠다고 주장하는' 약사들의 한약 조제를 왜 반대했을까?

 

한의사들이 주장한 근거로 판단해보면 그것은 '의학적 적합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편의성를 제공해주고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은 국민들을 위한 길이지만, 한의사들이 주장한 것처럼 의학적 적합성 앞에는 어떤 것도 우선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의 강조했던 것처럼 단편적인 교육만으로 완벽한 의료를 서비스하기는 힘들다.

 

수련과정을 포함한 10년 과정을 영상의료기기와 살다시피 해야 겨우 판독 가능한 수준이 되는 영상의학을 몇 학점 짜리 수업만으로 이용하겠다는 주장이, 약용식물학만 배워놓고 한약을 조제하겠다는 것보다 더 황당해 보이는 이유다.

 

그 당시 달랑 수업 하나 듣고 한약 조제를 주장했던 약사들의 논리에 황당했다면, 정확히 그 입장의 반대편에 다시 서서 황당한 논리를 주장하는 한의사들의 심리를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 의사와 한의사 간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핵심 쟁점은  '얼마나 저렴한 의료를 제공할 것인가?'가 아니고 '높은 수준의 의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국민에게 제공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One More Thing, 이것은 정치적(Political) 사안이 아니라고요~

 


한의사협회가 전국 한의원에 배포한 포스터2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은 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Political) 결정에 한해서 만이다.

 

한의협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적혀진 '국민의 뜻에 따라 현명하게 결론짓는 것이 마땅하다’는 문구를 보면 의료에 대한 한의협의 생각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의료적 적합성 혹은 안전성의 문제가 국민들에게 뜻을 묻고 결정해야 할 사안인가?

 

1993년 당시 약사들이 제한된 지식만으로 한약을 제조하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서명으로 지지하고, 여론 조사결과가 약사에게 우세하게 나왔다면 한의사들은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본인들의 주장을 포기했을까?

 

의학적 자존심을 버리고 싼 의료비를 미끼로 국민들에게 응석이나 부리라고 국가에서 의료인 자격증을 준 것이 아니다.

 

정치적(Political) 결정이 필요한 사안과 전문가적인(Professional) 결정이 필요한 사안은 분명히 다르다.

 

최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제로 열렸던 국회 공청회에서 김용익 의원이 했던 발언으로 기자의 나머지 생각을 대신할까 한다.

 

"이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정치적인(Political) 판단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전문가적인(Professional) 판단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전문가적(Professional) 판단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에게 국가 혹은 국민이 면허를 줄 때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면허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의료를 할 수 없게 하는 배타성도 가지게 한 것이잖아요?

그 속에는 국민들이 건강에 대한 의학적인 부분에 대해 의사나 한의사가 그것을 책임을 지라는 것이거든요.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있음에도, 이 논쟁의 핵심적인 부분에는 의학적 판단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의학적으로 맞는지 맞지 않은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의료인만 할 수 있습니다.

 

누가 결정을 하겠습니까??

 

한쪽은 요구하고 다른 쪽은 반대하면서 두 단체가 책임있게 해야 할 결정을 미루고 있는 거에요.


이런 종류의 결정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는 집단이라면, 전문가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고, 스스로 프로페셔널리즘을 구축하지 못한 게 됩니다.


이것은 외부에 결정해 달라고 국회에 들고 올 일이 아닐 뿐더러, 그런 행위 자체가 전문가 단체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두 단체가 결정해서 가져오면 국회가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든 단체가 스스로 이해관계를 결정해야 메디컬 프로페셔널리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1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고비를 넘을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김용익 #한의사협회.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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